거제는 수산업의 왕국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 땅에서 태어나서 대대로 수산업을 통해 생업으로 이어간 사람들은 셀 수도 없다. 어느 누구나 근해에서 어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때가 언제까지나 유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876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통상요구에 응하면서 어업활동에 제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1893년 일본인들이 거제도로 어업이주를 시작하면서 근해의 어업권을 서서히 장악하였다. 또한 중세 어업 방식을 탈피한 일본인들은 거제도 연안의 어장을 탈취하였고 싼값에 그들에게 어장권을 넘겨주었다.
이에 거제사람들은 일본인들의 어장권 쟁탈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1908년 7월 거제어기모각전어업조합이 그 모태가 되었다. 거제읍과 가조도 거제사람들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마치고 통감부 보호감독 하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1911년 10월에는 시설어업으로 전환하여 일본인 어업연구가들을 초빙하여 선진 어업기술을 전수를 받아 본격적인 어업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 거제어기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어장을 보호하고 조합원에게 어업의 개량지도를 위하여 일본인 수산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그 자는 일본 동경수산강습소 교원양성부 졸업생 모리와(森川)씨를 수산순회 교사에 임용하여 제반 조사 및 계획을 위임하였다.
이는 일본의 선진수산업 기술을 전수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었지만 각 어업조합에 침투하여 실질적인 사업권을 장악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선박의 건조는 조선해수산조합(일본인 수산 독점회사)에서 선박 건조를 받아야 했고, 선박건조는 절영도(絶影島, 지금의 부산시 영도)부산건조소(富山建造所)에서 1911년 2월부터 건조에 착수하여 2월 24일에 완료하였다.
거제어기조합은 일본의 수산강습소에 강습생을 파견하여 선진기술을 배워 올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당시 견습생을 보면 곽영곤(郭榮坤), 신찬택(辛燦澤), 조계승(曺桂承), 강화순(姜華淳)씨 등이었다. 또한 조합원들의 빈곤한 경제사정으로 어선이나 어구(漁具)를 구입할 수 없어 대출금을 내어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합의 출자금에서 대부하는 경우였는데 일본인들이 지분율 7:3으로 70%정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조합은 지원금을 받았지만 높은 이자율 때문에 생활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1911년 5월 조선총독부에서 어업개량보조금 5백원을 교부받아 사용했지만 그 부채를 탕감하는데 오랜 시일이 걸렸다고《경남일보》에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조선총독부에서 보조금을 교부받고자 할 때는 조선제(朝鮮製) 어구에 대하여 4배 이상의 비용을 내어야 하고, 일본제 어구를 사용할 때는 3배 정도를 내어야 한다. 거제 어민들은 비싼 조선제 어구를 사용하기보다는 일본제 어구를 구입하여 사용해야 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그리고 일본인과 함께 영업을 시작하고자 보조금을 신청하면 거부되었고 어느 정도 수입금을 올리면 바로 보조금은 취소되었다.
초기의 거제어기조합장은 하명필(河明弼), 이사 유진하(柳鎭夏), 감사 유공환(兪公煥)씨로 구성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1933년에는 조합장 김영수(金榮洙, 경남도의원), 이사는 일본인이었고, 서기 하규원(河圭源), 하응직(河應稷), 서기겸 기술원 윤병기(尹炳琪), 기술원 김병우(金炳佑), 김신기(金辛基), 진연우(陳演友)씨였다. 일제말기인 1942년엔 조합장 하필홍(河必洪, 창씨명 河本必洪), 부이사 윤병우(尹炳佑, 伊原炳佑), 서기 하상영(河相榮, 河本相榮), 염대홍(廉大洪, 安村大洪), 서기겸 기수 정철성(鄭鐵城, 東 鐵城), 서기 차윤석(車允石, 三中允石)씨였다. 1944년에는 조합장 하필홍(河必洪, 창씨명 河本必洪), 부이사 윤병우(尹炳佑, 伊原炳佑), 서기 하상영(河相榮, 河本相榮), 염대홍(廉大洪, 安村大洪), 서기겸 기수 정철성(鄭鐵城, 東 鐵城), 서기 차윤석(車允石, 三中允石)·곽권중(郭權重, 佳東權重), 기수 김두복(金斗卜, 金本斗卜)·진두용(陳斗用, 木村斗用)·이상기(李尙機, 和山景次)·김정태(金正泰, 金澤正泰)·김용태(金容泰, 首東利昭), 반장 이기석(李基石, 朝日基石), 기관장 이형도(李亨道, 木下亨道) 등이었다.
거제어기조합은 거제어업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일본인과 거제인간의 격차는 현격하게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자본금이나 허가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업 경영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반대로 빈곤한 생활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각 어업조합에서는 1942년 일제의 창씨개명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관포어업조합은 조합장 신용우(辛蓉禹, 창씨명 自山容禹, 진주농고졸, 하청면장(37년-40년), 관포어업조합장(40 년 8월 7일), 국민회 하청면 지부장(47년 7월), 하청학원 재단이사장, 초대 민선 도의원)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