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상동 벽산솔렌스힐 2차 모델하우스 앞 이동중개업자(일명 떳다방)들의 천막이 점령하고 있는 모습.

프리미엄 수십억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몫, 수십억 대부분 외부로 유출
거제시-활기띠는 부동산 경기 해칠까 대책마련 미뤄

전국적으로 부동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거제지역에 아파트 분양 붐이 일면서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아파트 값 거품 확산까지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청약 발표일인 9일 상문동 벽산솔렌스힐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전날 밤 10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이동중개업자(일명 떳다방)로 북적였다. 자정을 기점으로 분양 발표가 나서 분양권 전매를 하기 위해 모인 것. '떳다방'이란 아파트 모델하우스 인근(주차장, 도로 등)에 천막, 파라솔, 컨테이너 등 임시 시설물을 설치해 놓고 분양권 불법거래 등 전매 차익을 노린 무허가 브로커 행위를 말한다.

자정부터 거래되기 시작한 분양권 전매는 이미 33평형 로얄층 프리미엄이 1200만원에서 1400만원에 거래됐다. 오전으로 장이 넘어가고 이 가격에 거래됐던 분양권은 다시 1500~1600만원 선에 매물로 나왔다. 앞서 특별분양발표가 있은 1일 이미 물딱지(동호수 확인되기 전 당첨 분양권)가 500~600만원 선에 거래됐었다. 이날 오전 현장에는 이런 업자들만 100여명이 넘게 모였다.

이런식으로 프리미엄이 업자들 사이에서 몇번 거래되고 나면 그 거품은 마지막에 실수요자들이 다 떠안게 되는 것. 주식시장에서 작전세력이 작전을 펼치고 차익을 남긴 후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남기는 것고 똑같은 셈이다.

프리미엄 수십억 거제 아닌 외부로 대부분 유출
최근 분양된 아주동 e-편한세상의 경우 953세대(특별분양 제외) 모집에 7344명이 접수해 평균 7.7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e-편한세상의 청약당첨일 부터 시작된 분양권 매매로 프리미엄이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활발하게 거래됐다. 9일 거제시에 확인한 결과 e-편한세상의 전매율은 50%를 상회했다.

바꿔말하면 절반인 500세대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단 말로 평균 프리미엄을 1000만원만 계산해도 50억이라는 거품이 생겼다. 이 50억은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에게 떠넘겨지고 또한 50억의 행방 또한 거제에서 풀렸다기 보다 70%이상은 타지 업자들에 의해 외부로 유출됐다.

지난 해 65대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률로 분양완료된 벽산솔렌스힐 1차 분양도 마찬가지다. 분양한 546세대 중 전매율이 60%가량 된다. 역시 실수요자들이 떠안은 30억 가량의 프리미엄 대부분이 외부로 빠져 나간것이다.

프리미엄 뻥튀기 형성 세력 다양
프리미엄을 뻥튀기하는 투기 세력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먼저 일명 '점프통장'을 이용 청약을 시도해 분양권을 확보하는 이들이다. '점프통장'이란 청약 당첨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의 거주자가 소유한 청약통장을 대거 사모아 해당지역으로 위장 전입해 청약하는 수법을 말한다. 기획부동산처럼 '큰손'들은 가점높은 청약통장을 뭉텅이로 청약해 분양권을 받아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넘긴다.

이들은 청약통장 소유자에게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주고 사기 때문에 시장 과열을 조장해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현지 실수요자들만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아 피해를 입는다.

현행 주택법에는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경기부양을 위해 입주권 사전 전매를 허용하고 있는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다..

청약을 시도하거나 내집마련을 위해 구입의사가 있는 일반 시민들은 모델하우스가 오픈되면 주택 타입을 확인하기 위해 이 곳에 간다.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오면 입구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이 외지에서 온 부동산업자들이다. 이들은 구경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청약을 할꺼냐, 당첨되면 팔꺼냐, 직접 입주할꺼냐, 당첨이 되지 않으면 어떻할꺼냐 등 물어보며 고객을 확보한다.

이들 중 당첨되면 팔꺼란 고객과 당첨이 되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줘서라도 사겠다는 고객을 확보한다. 이들의 중간역할을 하며 차액을 남기는 것이다. 팔 고객에게 800~1000만원을 제시하고 살 고객에게 1200~1400만원을 제시해 중간에서 수백만원의 차익을 남긴다. 또 명의명경 등 서류작업대행으로 중개수수료까지 챙기는 것.

또 다른 이들도 있다.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업자들에게 사서 몇시간 내지는 하루만 가지고 있다 차익을 남기고 또 다른 업자에게 파는 것이다. 이들은 청약 당첨 발표일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의 현금을 들고와서 사고 팔며 차익을 남긴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실수요자에게 떠넘겨지는 프리미엄은 점점 부풀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위험부담은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샀는데 장 분위기가 안좋아 팔리지 않는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우 '물먹었다'는 표현을 한다.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면서까지도 며칠만에 수천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분양현장을 다니면서 이런 작업을 한다. 물론 이런 사람들 중에는 여성들도 다수가 있다.

한 관계자는 "위험부담은 크지만 그 만큼 떨어지는게 크다"며 "특히 우리들 사이에서도 거제는 경기가 좋아 왠만하게 분양현장 며칠만 갔다오면 수천만원의 수입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아주동 e-편한세상때와는 좀 다른 것 같다"며 "거제에서 떳다방의 흥행도 올해까지가 한계점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9일 오전 전국에서 100여 명이 넘는 업자들이 모였다

분양권 매매 프리미엄 시세 조작
이런 투기 업자들의 사고 파는 과정들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내집마련을 위해 현장을 찾은 실수요자들은 활발하게 매매되고 있는 모습으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살 사람이 많아서 빨리 사지 않으면 더 많은 프리미엄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

하지만 실상은 투기 업자들끼리 서로 차익을 남기고 있는 과정이다. 분양권이라는 물건을 왔다 갔다 가격 뻥튀기의 과정을 겪고 있는 모습일 뿐이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실수요자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 9일 오전 합동지도단속반의 출동의 업자들과 언성을 높이며 부딛쳤다

해결책은 없나?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분양권 전매 등의 떳다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책으로 합동지도단속반을 편성해 집중단속에 나서 전매행위와 비정상적 웃돈 형성, 부동산시세 조작, 분양권 매매행위 및 무면허 중개, 미등록 전매 등을 중점단속하고 적발된 업체는 행정처분 및 사법기관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계약현장을 잡을 수 없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한시적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높다. 하지만 이 경우도 떳다방의 행태는 바로 잡을 수 있지만 활기를 띠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우려가 있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는 격이다. 수도권의 경우 1년 이상 살아야만 서울이나 경기.인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 청약자의 거주기간 요건은 각 지자체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광역시와 지자체는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주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거제시도 실제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 당일까지만 거주지를 옮기면 청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벽산솔렌스힐 2차분양공고가 1월 26일이었으니 1월25일까지만 주소를 옮기면 청약이 가능하다.

거주요건의 제약이 따르면 점프통장의 폐혜를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조차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로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국세청과 경찰청, 지자체 공무원들과 합동 단속반을 꾸려 점프통장 단속을 하지만 사적으로 은밀히 계약하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했던 당사자간 문제로 고소.고발이 일어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사실상 단속이 힘들다.

9일 거제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말고는 사실상 막기 어렵다"며 "전국적으로 광역단위로 거주요건을 늘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시만 거주요건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거제시에 투기세력들에 의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고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할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심각해지면 검토해 볼 일이지만 현재는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업체에 분양권 양수도 절차를 신고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상대로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면 전매과정을 확인할 수 잇지만 시행사에서도 분양저해 요인이 될까봐 사실상 이를 공공연히 방관하고 있는 셈이며 관계당국도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합동단속반 운영
9일 오전 거제시는 관계공무원과 경찰 등 합동단속반을 꾸려 벽산솔렌스힐 모델하우스에 단속을 나갔다.수일 전까지 모델하우스 앞을 점령하고 있던 천막은 거제시에서 국유지에 무단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업자들은 천막을 걷고 사라진게 아니라 모델하우스 주차장으로 옮겨 버젓히 영업을 강행했다. 이날 단속반이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을 철수하라고 했지만 일부 업자들과 언성을 높이고 부딛치기도 했다.

단속반 관계자는 "보통 단속을 나가면 꼬리를 내리거나 피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당당하게 단속반과 법 타령을 하는 실정"이라며 "현장에서 계약을 하는 것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천막 철수를 시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말했다. 또 "내일 다 철수한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내일 다시 단속을 나가 천막을 다 철수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