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거제.통영.고성이 통합되면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므로 역사적 동질성을 가진 거제-통영- 고성군이 통합개편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다거나 KTX 조기착공 가능 등을 이유로 찬성론을 펼친다. 반면 다른 시민들은 자기집 앞 길에 거제로 가는 가스관 통과조차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냐며 열을 올린다. 다른 도시사람들이 인근지자체로 가는 가스관 매설에 동의하는 것은 자신의 위험을 몰라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겠느냐며 반론도 편다. 또 3개 지역의 현실사항을 보면 반드시 시청소재지가 거제지역이여야 할 것인데 고성군민들이 이에 동의하겠느냐며 손사례를 친다.

지방행정체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이 시급하다 해도 일거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새로운 행정체제를 설계해서 지방의 통치를 효율화시키고 국가차원에서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ㆍ군통합 같은 행정구역개편은 국가경영과 일선행정의 기본단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국가 문제다. 나아가,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구조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차원에서 현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이 지방행정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합의와 지역전체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언제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 마.창.진 통합이었다.

행안부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거제시청에서 간담회를 하면서 여론조사는 참고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보도에 따르면 전국 15개 지역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키로 했다고 전해진다. 이제는 '꼼수' 까지 등장할 것인지 24만 시민의 의사를 1천명 내지 1천5백명의 표본추출 대상 시민들 의사로 가름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가져오는 허구성을 알면서도 마치 만능인 시대다.

6월 말까지 통합안을 대통령 및 국회에 제출하고, 2014년 6월 전까지 개편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인 만큼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통합 일정이 이러니 총선으로 잠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통합 갈등과 후유증 우려가 증폭된다. ‘도.농 통합 15년을 지나면서 구 장승포시지역과 거제군 중심이었던 신현지역 변모의 추이를 똑똑히 지켜 보아온 거제시민들에게 눈감고 아옹하는 격'이다. 우리가 통합이 추구하는 순기능보다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 잘 알고 있는 탓에 우려가 큰 이유다.

미래 지방행정의 큰 그림도 없이, 개편추진의 원칙과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데다가 국민여론의 수렴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땜질식 처방으로 마련한 특별법만 내세워 명시한 일정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작업이 진행되면 그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므로 이를 직시해야만 한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통합의 이유를 명확히 하지 못했다. 권민호 시장 조차도 감담회에서 '왜 통합을 반드시 해야만 할 것이지?'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근거가 없음을 통렬히 비판했다. 다만 통영시가 제안했기 때문에 거제시는 수동적으로 끌려가야 한다는 논리라면 거제시도 부산과 통합하자고 맞불을 놓았으면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성과를 임기 말에 성급히 내고자하는 조바심이 무리한 추진으로 나타난 것이다. 추진위는 지금이라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사안마다 각론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그 기본 청사진부터 총론적으로 제시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거제시민을 비롯해 통영시민, 고성군민들에게도 소아를 버리고 대승적인 발전을 위해서 통합을 권유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적 동질성이 같다고 하지만 지금 거제와 통영. 고성의 재정자립도, 경제상황, 인구 분포도 등이 너무도 판이하고 비교하기 곤란하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모든 절차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사천시에서는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간담회까지 거부하는 등 강한 반대 의사를 보인다. 거제시가 어물쩡하게 뒷짐지고 섰다가 정치술수에 넘어간 후에 극악적인 집단행동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범시민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거제시가 소매 걷고 나서야 할 차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