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올 들어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고 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조선협회는 올 1∼3월 한국의 세계 선박 발주에서 수주량이 19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하며 수주 점유율이 50.7%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재 남해안 일대 해안선에는 조선 관련 기자재 공장 설립 붐이 일고 있다. 각종 물류 수송은 물론 작업장 환경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제를 비롯한 통영, 고성, 사천 등지 해안선 곳곳에는 각종 조선 기자재 공장이 산재해 있다. 남해안 일대 지자체의 경제 축이 조선산업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행정 또한 지역 경제의 숨통을 쥔 조선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해안 일대 해안 환경이 변할 수밖에 없어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공장 설립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여건상 공유수면 매립에 의한 조선기자재 공장의 인·허가를 난개발이라고만 몰아붙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조선산업 종사자들의 항변이다.

거제시는 세계 2·3위를 다투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입지해 인구 23만여 명 가운데 조선 관련 종사자와 그 식구가 13만여 명에 이른다. 거제시는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 이동이 편리하고 주변 연안 또한 수심이 깊어 최적의 조선산업 환경을 가진 곳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섬 상당 부분 해안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편입된 것은 물론 각종 어자원 보호 관련 특수 법령으로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선 기자재 공장을 설립하기는 전국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거제도에서 공장 설비 최적지로 분류되는 일운면, 남부면, 동부면 등지는 국립공원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공장 설립은 거의 불가능한 처지다. 이 때문에 거제시에서는 늘어나는 조선 우량 물량을 제때 생산할 수 없어 업주들은 인근 통영이나 고성 등지로 눈길을 돌린 지 오래다.

그렇다고 환경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산이나 바다를 파헤치고 매립을 해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은 아님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은 꼭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로 대부분 거제시민은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조선기자재 산업도 크게 변하고 있다. 조선 기술 발달로 대형 선박을 부분적으로 나눠 블록 공정으로 만든 지 한참이나 지났다. 조립 용접을 위해 대형 블록 이동은 바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선기자재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을 위해 조선 특구를 지정하거나 추가 매립을 통한 공장 설립을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물론 공장을 설립하려면 관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꼭 필요한 부지 확보를 위해 최소한 개발로 그쳐야 할 것이며, 공장 허가를 받은 후 되팔아 많은 이득을 노리려는 파렴치한 업주에게는 허가를 해주지 말아야 한다. 이 경우 인·허가 자체가 돈벌이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어서 특정인의 돈벌이를 위한 행정력 낭비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은 꼭 필요한 곳에는 허가에 인색하지 말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반대 경우에는 철저히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 우리 조선산업은 제품을 파는 시대서 솔루션을 팔고 발주자의 사업 자체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거제시는 이 진화 과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