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준 기자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지난 10일 아주동에서 열린 제2회 아주5.2독립만세운동 재현기념행사에서 김형갑 광복회 울산.경남연합 지부장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관계자들은 독립선언서가 적힌 유인물을 보며 김 지부장의 낭독에 운율을 맞춰 함께 읽어 내려갔다.

독립선언서 낭독을 시작한지 잠시일까 스피커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몰랐을꺼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떠드는 소리에 독립선언서 낭독에 집중을 할 수 가 없었다. 떠드는 소리는 갈 수록 커져 어른들이 뒷편으로 힐끔힐끔 보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가졌을까. 애국심을 얘기하자면 조금은 부끄러운 나도 "아..이건 아닌데..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졌으리라 생각된다.

이 같은 상황이 한참동안 지속되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뒷편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대 여섯 반이 온 것 같았다. 학생 100여 명이 오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떠들고 뛰어 다니고 태극기를 던지고...가관이었다. 아마도 학생들은 왜 오늘 여기에 나왔는지의 의미보다는 학교에서 다 나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인솔 교사들이 뻔히 있는데도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놀라웠다. 교사들은 애들의 행동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그냥 서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 교사에게 "아니 독립선언서 낭독하는데 애들이 이렇게 떠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교사분들이 이렇게 있는데 독립선언서 낭독할 때까지만이라도 애들 조용히 시키는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학생들을 앉히고 조용히 시키기 시작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김 지회장의 낭독을 들으며 사진촬영을 이어갔다. 좀 조용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애들은 떠들었다. 초등학생은 아직 잘 모르니깐 그렇다 치고 중학생들도 웃고 떠들고 여튼 찹찹한 마음은 계속됐다.

사진촬영중 세 여학생이 화면에 들어왔다. 당시 복장인 치마저고리를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든 세 여학생들은 두손을 모으고 숙연한 분위기로 독립선언서 낭독을 경청하고 있었다. 너무 대조적인 모습에 이 학생들에게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얼마전 조선일보에서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애국가 가사를 적게한 조사가 있었다. 놀랍게도 4절까지 적어낸 학생은 단 1명도 없었고 1절 이상을 적어낸 학생은 100명 중 36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18명은 백지로 답안을 제출한 것. 저학년 뿐 아니라 고학년 중에서도 1절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사람이 누구냐는 설문조사에 '안익태'라고 적은 학생은 100명 중 단 7명. 절반 이상이 백지 답안을 냈고 일부 학생들은 대통령, 이율곡, 세종대왕, 신사임당이라는 답들이 나왔다. 어떤 학생은 베토벤이라고 했다고 한다. 웃을 일인지 통곡할 일인지. 이게 우리나라 현실인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많이 바꼈다. 예전처럼 5시가 되면 국기 하강식을 하며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 길을 가다가다 멈추고 국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지도 않는다. 또한 일제식 교육이라는 이유로 실외 조회 등이 사라지며 애국가를 부를 기회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외침에 항거하며 일어났던 아주지역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고 재현함으로써 선조들의 나라사랑을 기리고 시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열고 있는 아주5.2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 내년에도 인근 학교들의 학생들은 또 참여할거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태극기를 손에 들려주며 만세를 부르며 따라가면 된다가 아니라 왜 행사에 참여하는지, 왜 행사를 하는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학생들이 이해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참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년 행사때는 행사주최측도 좀더 교육적 차원을 가미해서 우리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도 단순히 보고 즐길 행사가 아닌 취지에 걸맞게 좀 더 의미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