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태 편집부장

기초의회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은 예결산심의 의결권과 행정사무감사다.

특히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불린 만큼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다.

거제시의 살림살이가 제대로 꾸려지고 있는지 집행부의 행정사무를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집행부를 감시·견제하고, 자치업무를 평가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능은 기초의회의 막중한 의무다.

그러나 지난 18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거제시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기초의회에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재 진행중인 행정사무감사는 감사라기 보다는 간담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질타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정질문인지, 업무보고인지, 행정사무감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밋밋하고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실제 모 의원의 입에서도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몇몇 의원을 가리키며 그분은 감사자료라도 한 번 읽어보고 감사장에 들어서는지 모르겠다면서 감사와 무관한 터무니 없는 질문을 던질때면 답답하고 동료의원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위원장의 일방적인 말 끊기 남발 등 매끄럽지 못한 감사진행으로 감사의 맥이 자주 끊기고, 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도 얻지 않은 의원이 동료의원의 발언 도중에 끼어들어 판을 깨는 상황도 더러 연출하는 등 진행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말꼬리잡기식 질문과 억박지르기식 질문도 감사 수준을 떨어뜨렸다.

21일 총무사회위원회는 정보처리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단 5분만에 끝냈다. 담당과장의 업무보고를 받고 형식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 게 끝이었다. 딱히 감사할 건덕지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담당과장이 낼 모래 정년이니 그냥 봐주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시의원의 권리와 의무를 마음대로 내팽개친 직무유기가 명백하다.

행정사무감사란 글자 그대로 제반 행정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감찰과 사정이다.

이와 더불어 1년 동안 집행부가 행정을 제대로 운영했는지, 혹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정사무감사다.  간담회나 시정질문이 아니라 조사하고 심사하는 사정이어야 한다.

감사라는 것이 수감기관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감추거나 모면하기 위해 피동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감사기관은 잘잘못을 파헤치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더욱 능동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이 행정에 관한 사전지식과 질문기법 등이 부족하다 보니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끌려다니기 일쑤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공부하지 않은 의원들은 제대로된 질문조차 할 수 없고, 공무원들이 업무처리를 잘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는지 감사를 할 수도 없다.

수십년 업무에 종사해 온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는 시의원들이 당해내기는 쉽지 않고, 이론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행정의 잘못을 명쾌하게 짚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자치를 한층 더 성숙시키고 그에 따른 결과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얼마 남지 않은 감사기간이지만. 아무쪼록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의례적인 감사나 폭로성 감사가 아니라 잘못을 잡아내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위주의 감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