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지역 내 소재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영향에 힘입어 전국 최고의 소득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에 비해 각종 문화적 혜택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 열악함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목마른 시민들은 거가대교를 넘어 부산 등지로 나가는 것도 익히 알려진 현상 중 하나이다.

거제는 최근 30여 년 동안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전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잘사는 도시로 변모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줄기차게 경제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여겼고 그 결과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외의 부문은 그저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평가된 것 같다. 특히 나름대로의 교만 속에 지역 문화, 교육, 역사, 예술 등을 경제의 종속적인 변수로 간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혹자는 거제에 노동문화, 어촌문화, 해양문화가 있다고도 하고 지역에 다양한 축제나 문화행사가 열리니 이만하면 좋지 않으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거제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라는 게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다. 이 단체에서 하니 우리도 해야 하고 저 지역에서 하니 이 지역에서도 해야 한다는 식이어서 다양한 문화적 혜택에 굶주린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거제시민의 일상사는 무척이나 단조롭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리고 저녁에 술 마시고 쉬는 날이면 TV채널을 놓고 애들과 티격거리다 지쳐 낚시를 가거나 산으로 간다.

현재 거제 인구는 25만 명을 웃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문화운동이나 시민이 참여해 누릴 대중문화 접근성은 빈약해 건전하고 교양있는 양질의 문화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는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경계다. 따라서 문화와 예술활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는 모두 잘살고 싶어 하고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삶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영화와 연극, 음악, 그림, 사진 등의 감상이나 박물관에 가서 역사를 공부하고 여행을 통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도 우리를 충분히 행복하게 할 것이다. 동적인 운동이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한다면 다소 정적으로 보이는 문화 예술활동은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인간으로서 가치와 긍지를 높이게 해 준다. 건전하며 건강한 문화활동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느새 바다의 계절인 여름이다. 지금 거제는 싱그러운 바다 냄새와 비 맞은 초록색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제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산과 들에 수준 높은 문화의 향기가 더하면 거제를 더욱 품격있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정부는 거제를 남해안 시대의 중심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 속에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간과하는 성장은 지역을 대우조선과 삼성조선 등 조선경기에 종속돼 삶의 질을 스스로 낮추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으로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된 가운데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인근 통영처럼 국제적인 음악회도 열어서 거제시가 조선의 도시라는 고정된 이미지의 틀을 벗어 문화의 도시라는 소리도 들려야 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문화나 예술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주말이면 문화활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도시, 그런 거제가 되기를 바란다. 거제시민의 성숙된 문화의식은 거제사회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투영하기에 더욱 그렇다<신서용: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거제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