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그리고 비엔나 커피, 음악과 예술의 도시
크로아티아 자연이 살아 숨쉬는 꿈의 나라
함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로 가는 길은 온통 초록의 언덕과 사스레나무 숲과 노오란 유채밭 길이었다. 우리는 도나우 강을 건너 비엔나의 특식인 호리이게 식사가 예약 돼 있는 그린찡 마을의 한 식당으로 갔다. 호리이게는 그 해의 햇포도로 담근 포도주와 감자, 소시지, 스테이크 요리를 곁들여 먹는 요리를 일컫는 것으로 이런 식당을 호리이게 식당이라고 부르고 있다.

문을 연지 1100년이 넘었다는 식당 앞에는 마로니에 나무가 꽃을 피워 운치를 더하고 있고 입구에는 이 식당을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만국기처럼 휘날려 식당의 전통과 가풍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집시 아저씨들의 구성진 아리랑과 바이올린의 흐느낌, 재희의 노랫소리가 이국 땅 여행자들의 마음을 잠시 멜랑꼴리하게 했다.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다시 도나우 강을 건너 호텔로 갔다. 호텔은 넓은 정원에 둘러싸여 오래된 나무들이 주는 고풍스런 향기는 창 밖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선다.

그림엽서로 꾸며진 블레드 호수 풍경

그림엽서로 꾸며진 블레드 호수 풍경

다음 날 아침, 넓은 식당의 조식 뷔페는 연회장을 방불케 한다. 인종 전시장 같은 식당 분위기가 백색의 벽면과 디스플레이 된 장식품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침 일찍 만난 비엔나 현지 가이드는 키가 큰 성악가 출신, 쉔부른 궁전부터 케른터너 거리,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렸던 성슈테판 사원, 시립공원, 스와로브스키 매장까지 돌아 점심식사를 하고 멜랑쥐라고 부르는 비엔나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보너스로 먹은 다음 일행은 다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향했다.

버스안에서 우리 일행들은 가이드 미경씨로부터 유럽 왕가의 계보를 전해 들었다. 쉔부른의 기둥마다 걸려있던 가계도가 로마와 프랑스와 함스부르크 왕가의 혈통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그들 왕가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됐던 쉔부른 궁전의 화려함은 상상 그 이상을 초월했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수집한 각종 집기들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대로 빛을 발하고 있고, 정치의 희생양이 됐던 마리 앙뜨와네트 그녀의 사진 한 장만이 오래도록 내 뇌리에 박혀 떠날 줄을 몰랐다.

자그레브로 이동하는 동안 슬로베니아 국경과, 크로아티아의 국경을 두 번 넘었다. 슬로베니아를 통과하고 다시 크로아티아를 지나는 동안 우리는 여름으로 치닫는 동구의 석양에 물들어 가는 벌판의 노을을 하염없이 구경했다. 게다가 호텔예약이 잘못돼 있는 바람에 시골 호텔에서 남의 시끌벅적한 결혼식만 보고 다시 시내의 특급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블레드호수 소원의 종 내부

호수에서 바라본 소원의 종탑

깐깐하고 똑똑한 가이드 덕분에 늦었지만 좋은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그레브, 잊지 못할 도시이다. 내게는 ....어디를 가든 친절한 호텔종업원들의 성실함이 눈에 돋보인다. 내 김치가방은 그날 두 번이나 이들에게 보관되었다. 아마도 냄새 때문일 것이었다.

이튿날 일행은 동구의 마지막 자연경관이라고 일컬어지는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크로아티아는 처음이다. 유고 연방공화국 중 하나였던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를 끼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나라로 1991년 독립했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이 나라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지만 우리의 일정은 플리트비체만 보고 가는 것이다. 가는 길 양 옆으로 2차 대전의 상징처럼 폭탄이 터졌던 구덩이가 산이고 들이고 할 것 없이 눈에 띤다.

플리트비체트레킹 코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폭포

소원의 종을 치며 필자

계곡으로 이어지는 플리트비체는 아름다운 폭포 마을을 지나야 한단다. 그리고 얼마쯤 갔을까. 나는 그 곳이 구채구인가 했다. 중국 쓰촨성 구채구의 풍경과 흡사한 플리트비체의 장관은 건축물만 봐 왔던 일행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과 절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트레킹 코스를 따라 1시간을 돌았을까? 호수에 배가 떠 다닌다. 이 산꼭대기 호수에... 치킨구이로 간식을 먹고 유람선을 탔다. 호수의 물이 얼마나 맑은지 송어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비친다. 유람선으로 건너편 산자락으로 옮겨 간 일행의 머리위로 플리트비체의 태양은 정오를 향해 달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 곳에서 우리는 송어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1급수에만 자라는 물고기인지라 구이에다 양배추를 곁들인 점심식사가 그런대로 맛있었다.

한국 관광객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슬로베니아의 포스토니아로 이동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눈앞인데 일행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국경선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크로아티아의 해변과 아드리아해가 멀리 풍경처럼 다가선다. 여행도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오늘이 벌써 7일째.

블레드호수 풍경

플리트비체 공원 블레드 호수

플리트비체 공원 블레드 호수

그림엽서 속의 브레드 호수 풍경

그림엽서 속의 브레드 호수 풍경

내일은 포스토이나 동굴과 블레드 호수를 보는 날이다. 오기 얼마 전 TV를 통해 본 소원의 종이 있는 블레드의 풍경이 호텔 한 쪽 벽면에 그림으로 걸려 있다. 손님들은 야외에서 가져간 김치와 컵라면으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았다. 소주 한잔의 여유가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아침 일찍 흐린 날씨에 비가 뿌렸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일행들이었기에 이번 비는 여유롭기까지 하다. 포스토이나의 동굴에 다다르자 비는 그쳤다. 세계적인 종유석 동굴의 하나인 포스토니아 동굴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 꼬마열차를 타고 들어가는 동안 희귀한 종유석과 석순, 석주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긴 동굴을 빠져나오기까지 우리는 동굴내부를 감상하며 자연의 오묘함과 위대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포스토니아동굴 입구

블레드 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뒤, 일행들은 보고 싶었던 호수 속의 섬이 있는 블레드 호수로 향했다. 알프스의 서쪽에 위치한 블레드 호수는 성과, 호수와 소원의 종이 있는 호수속의 작은 섬이 인상적인 곳. 안개 속에 성이 보였다가 만년설이 보였다가, 고요함이 나그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노 젓는 배를 타고 호수속의 작은 섬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섬을 한 바퀴 돌아 소원의 종이 있는 교회로 들어가 종을 쳤다. 저마다 한 가지씩 소원을 빌며...

호수유람선

호수를 끼고 마로니에 나무가 참 아름답다. 우리 밖에 없었던 호숫가에 나이 드신 일본인들이 한 무리 모여들어 호수를 바라보며 원드풀을 외친다. 섬나라 사람들에게 이 동구의 대륙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아우슈비츠에는 가지 못하고 이 침묵의 호수인 블레드에 와서 일본인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오후의 남은 여정을 위해 우리는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로 향했다. 아름다운 알프스를, 조용한 중세의 도시 짤즈브르크를 다시 볼 수 있다니...

호텔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산책을 하고 야외벤치에서 손님들은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의식을 시작했다. 기사님인 로버트가 꺼내주는 맥주 맛이 이리도 맛있을까. 가지고 온 오징어, 땅콩, 안주들이 진수성찬이다. 8일째 여행이 숲 속의 어둠과 더불어 묻혀간다. <계속>

작은 폭포들이 중국 구채구의 진주탄 폭포를 연상케 한다.

플리트비체 호수풍경

1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린찡마을의 호리이게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