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남부권신공항법' 제출로 맞설 태세...입지 둘러싼 지역갈등 비화 조짐
김해국제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부산국제공항공사법 제정안’이 16일 오전 국회에 제출됐다.

부산지역 국회의원과 김한표 국회의원(거제) 등 경남지역 일부 의원들이 공동 참여한 이 법안은 현재 포화상태인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작년 3월 정부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주춤했던 신공항 재추진 관련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 법안은 부산지역 국회의원 뿐 아니라 거제시가 지역구인 김한표 의원도 동참해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이 법안에는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과 무소속 문대성 의원, 선진통일당 김영주(비례) 의원이 서명했고, 경남에서도 새누리당 김성찬(창원 진해), 무소속 김한표(거제) 의원 등이 동참했다.

가덕신공항유치 거제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표 의원은 "가덕 신공항이 들어서면 거제도와 불과 10분 거리여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서명하게 됐고, 지역 민심도 추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동참 배경을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신공항에 10조원 상당의 사회간접자본이 투자되면 인근지역에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소속을 떠나 거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가덕신공항 유치를 마땅히 선택했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거제지역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를 발족,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추진했었다.

당시 거제시민연대는 "국가경제와 동남권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동남권신공항의 올바른 공항입지가 어디인지 전국민들에게 알리고, 한려수도권이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해선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이 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천명한다"고 창립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2010년 당시 추진했던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정훈(부산 남구 갑) 의원은 "김해공항은 포화상태라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군사공항에 확장 증설이 어려워 이같이 공항 이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케 됐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 법안은 인천국제공항의 관리와 운영 주체를 규정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자본 조달과 건설 및 관리 운영, 김해공항의 운영주체 전환(한국공항공사→부산국제공항공사) 등이 담겨있다.

공사의 자본은 주식으로 분할할 수 있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사의 사업에 필요한 동산 또는 부동산을 현물로 출자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는 필요할 경우 자금이나 물자 등을 외국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부산국제공항공사'가 국제공항의 건설, 관리, 운영을 맡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김해공항의 가덕 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정훈 의원은 "김해국제공항이 주식회사 형태의 부산국제공항공사로 전환될 경우 국내외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면서 "국회 정무위원장으로서 국내 투자금융기관과 함께 외자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민자 60%를 끌어들인 인천공항의 사례에서 보듯이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데도 민자를 유치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활주로 1개를 우선 건설할 경우 5조원이면 되는데 이 가운데 3조원을 민자 또는 외자로 끌어들일 경우 예산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놓고선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TK지역과 경남 일부, 수도권 의원들로부터 "특정 지역 유리 법안", "인천공항 경쟁력 약화"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이 가덕 신공항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18대 국회에 비해 상황은 나아진 편이다.

법안이 발의되자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 11명(이한구 원내대표 제외)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이를 저지하는 내용의 가칭 '남부권신공항법'을 제출키로 결정,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갈등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간의 입법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