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예비전력 급감으로 에어컨까지 정부가 단속한다니 짜증이 곱빼기다.

입추이자 말복인 7일 거제에는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더위 탓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는 물아 빠진 아들을 구하려던 40대 피서객(경기도 수원시)이 실종돼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아들은 다른 피서객에 의해 구출됐지만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 곁은 떠나고 말았다.

이어 오전 9시께는 거제시청 민원실 앞 쉼터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을 비관한 70대 할머니(75. 동부면)가 농약(제초제)을 마시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국가의 혜택을 받았으나 최근 가족의 소득이 생겨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고, 6일 오후 거제시청을 방문해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1일 밤에는 만취한 승객이 영업용 택시기사를 위협해 택시를 빼앗아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고, 3일에는 어린이와 부녀자의 통행이 빈번한 거제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 유리문을 내리고 상습적으로 자위행위를 해 온 60대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각종 사건사고도 잇달아 무더위를 부추기는 느낌이다.

거제시의회는 특정 공무원의 승진인사 압력용 연판장을 돌려 말썽을 빚었고, 해당 공무원은 8일 승진인사에서 제외돼 본의 아닌 피해를 입었다는 뒷담화가 지역정가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다 호국평화공원 조성계획과 관련 민심이 분열되고, 모 기업체에서 파생된 다단계식 거액의 사기사건설도 한여름 거제시를 지치게 만든다.

피서지에서는 피서객 감소로 여름한철 장사를 망쳤다고 아우성이다.

바다에는 적조까지 발생해 어민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조선경기도 선박수주 저조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고, 대선정국에 들어선 정치권은 공천헌금 등으로 연일 피터지게 싸우는 꼴이다.

인근 지자체에서 폭염 속에 고추를 따던 농부가 일사병으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같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 속에서 일상의 상식을 무너트리는 사회적 사건사고까지 더해져지면서 시민의 불쾌지수는 그야말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다행히 저 멀리 런던에서 들려오는 청량제 같은 소식은 그나마 위안거리로 여겨진다.

열대야에 살인적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이웃간에 시비가 붙는 등 이래저래 무덥고 짜증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무더운 여름철은 서로가 힘든 시기인 만큼 더울수록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시민의식을 주문하고 있다.

뼈를 깎는 훈련을 이겨내고 멀리 이국땅에서 금메달을 일궈내는 당당한 태극전사들의 땀방울을 거울 삼아 우리 거제시도 폭염을 떨쳐내고 신선하고 화기애야한 소식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무더위에 지치고 힘들지만 뙤약볕에 영글어가는 농촌의 들녘을 바라보면서 황금물결 넘실대는 풍성한 가을을 생각하며 “더위야 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하고 위풍이 약간 있다하나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