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포스트 맨’으로 잘 알려진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지난 1995년 장목관광지 기공식 등 거제시 개발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틈만 나면 거제를 방문해 지역개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했지만, 그중에서도 고려시대 무신정변 때 거제도로 3년간 유배왔다가 복위를 위해 상경하다 경주에서 이의민에게 최후를 맞은 고려 18대 의종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우두봉 자락에 위치한 ‘폐왕성’(발굴조사 전 명칭)과 거림리 들판에서 고려 역사의 생생한 장을 보여준 ‘고려촌’의 집터, ‘의종왕 유적지’ 발굴은 김 전 지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에 가치가 충분했다.

둔덕 기성(폐왕성)은 7세기경 신라시대에 축성된 성으로, 현문과 동문지는 고려시대 수축(修築)된 성으로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다. 동아대에서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기성(岐城) 일부를 발굴 조사했다. 당시 상사리 명문 기와와 청자접시, 고려시대 도자기, 철기편, 기와편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둔덕 기성 아래 거림리 들녘은 1170년 무신 정중부의 반란으로 의종왕과 왕을 따르던 왕족과 신하들이 이곳에 피신와서 3년간 살면서 고려촌을 만들었던 곳으로, 지난 2001년 동아대에서 집터 발굴 조사도 마쳤다. 둔덕 기성은 당시 경남도문화재로 지난 2001~2009년 성지 일부에 대한 발굴 조사와 복원을 추진했지만, 사업비 등 부족한 점이 많아 거제시와 경남도는 나머지 발굴과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10년 8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09호로 지정해 문화재청에서 보존 관리를 하고, 기성현지와 그 외 고려 유적지는 경남도와 거제시가 보존 관리를 맡았다.

지난달 20일 둔덕면사무소 회의실에서 ‘둔덕 기성과 기성현지 등 주변의 문화유적지에 대한 정비계획’에 따른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문화재 조사와 정비계획은 현실성 있게 기획해 주민공청회를 거친 다음, 지역에 맞는 역사적인 고증과 복원 등으로 거제관광사업에 일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기본계획을 보면, 기성 내·외부를 발굴해 자료를 확보한 후 이미 복원한 동남쪽 성벽을 제외한 서북쪽의 유실 성벽과 문지 등을 구간별로 복원한다. 주민들이 증언한 성벽 위의 여장(女墻, 담벽) 복원은 그 규모를 알 수 없어 자료를 수집한 후 옛 모습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고려촌 복원은 983년에 기성현의 치소지였던 거림리의 현아지(縣衙址)는 발굴 조사 결과 그 흔적이 잘 보존돼 있어 복원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나, 옛 초가집 복원은 관광객이 인기리에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검토, 사업 대상 부지 우선 확보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와 함께 의종과 관련된 유적지 거림(巨林), 농막(農幕), 마장(馬場), 시목(枾木), 술역(述亦), 안태봉(安胎峰), 마하터(馬下), 빈정승묘(賓政丞墓), 공주샘, 옥동(玉洞), 여관(麗關) 등은 지역 특성을 살려 그 당시의 모습대로 복원해 관광 자원화한다는 것이다.

중간보고회에서 둔덕 기성, 고려촌, 의종왕 유적지 등을 정비·복원하는 데 필요한 총 사업비는 250억 원 이상이다. 문제는 사업비를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달렸다. 제대로 된 ‘고려 역사의 장’을 재현하기 위해 거제시의 추진 의지와 경남도, 문화재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