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2>를 만든 강우석 감독은 단순한 영화감독은 아니다. 그는 현재 한국영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극장환경이 멀티플렉스로 바뀌고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배급사들의 힘이 커진 상태에서 그 영향력이 과거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감독으로서 강우석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초기에는 진지한 영화를 찍었으나(<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흥행 실패 후 상업적인 기획영화를 찍었다. 그 과정에서 표절시비도 있었다(<투캅스>).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과 같은 끔찍한 실패작을 찍기도 했고, 천만 관객이 들었다는 <실미도>를 만들었다. 강우석은 영화를 세련되게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스타일은 투박하지만 관객의 욕망에 일치하는 코드를 잡아내어 영화를 만든다. 그렇지만 이것은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공의 적2>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훌륭하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과연 맞는 것일까?

정의로운 검사 강철중(설경구)은 '공공의 적' 한상우(정준호)와 고등학교 동기이다. 평범한 학생과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 함께 패싸움을 해도 돈과 빽이 있는 이사장의 아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학생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설정은 이 영화가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상우는 파렴치하고 비열하다.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형을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재단의 재산을 매각해 그 돈을 해외로 빼돌린다. 기분 나쁘다고 환경미화원을 차로 치고 달아나기도 한다. 또 정치권에 뇌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진짜 '나쁜 놈'인 것이다.

반면 정의로운 검사인 강철중은 검찰에서 가장 비합리적이라고 스스로를 말한다. <공공의 적>의 강철중 형사에 비해서 더 점잖아졌다. 품위를 지켜야 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욕설도 많이 하지 않고 직접 조직폭력배와 싸우지도 않는다. 부하들을 지휘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강철중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꼴통스러워야 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 밋밋한 캐럭터가 되고 말았다. 연기를 하는 설경구도 답답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공공의 적을 연기한 정준호는 귀공자 타입의 얼굴 때문에 비열함을 연기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와 배우 사이의 괴리는 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영화는 정의로운 검사가 공공의 적인 나쁜 놈을 추적해 구속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쁜 놈 한 명이 감옥에 간다고 해서 이 사회가 더 정의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쁜 놈이 활개치고 다닐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데까지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잔인한 현실과 경쟁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과 정치권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는 것이 없다. 한상우는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다. 그 수법은 골프를 치면서 정치인의 차 트렁크에 돈이 든 박스를 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더 영화적인 수법인 '차떼기'가 사용되었다. 강철중은 한상우를 비교적 쉽게 잡아넣을 수 있었다. 한상우가 사주한 위장된 교통사고는 허술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잡는 자와 잡히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게임의 디테일이 제대로 묘사되지 못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면서 관객들에게 후련함을 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과 정치인이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되는 장면은 그러나 텔레비전 뉴스에서 비교적 자주 보았던 것이다. 새삼스레 그것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의 검찰이 과거 독재시절처럼 정치의 시녀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런 시절에 이 영화가 나왔다면(사실 불가능하지만), 이 영화는 찬사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영화는 시대적 흐름에 뒤쳐진, 검찰홍보영화가 되고 말았다. 류상욱 _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