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조선소인 대우조선과 삼성중, 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불황의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시 지역경제가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거제는 조선경기 호황에 힘입어 전국적인 경제한파를 남의 일인양했던 터이다.

조선경기불황 여파가 몰고 온 지역경제 위축을 나름 분석하는 시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와 풍력 등의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의 다각화로 곧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파와 유럽경제 위기로 조선업이 장기불황에서 헤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파로 나뉜다. 이런 조선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은 시 인구의 70% 이상이 양대 조선소와 협력업체 근로자와 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비중은 조선관련 경제활동이 시 경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유달리 조선경기에 민감한 도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의 목표량 대비 수주 실적은 평균 63.6%에 불과하다. 보통 3분기까지 그 해 목표량의 80∼90%를 달성하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계 조선업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이들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올 초 240억 달러의 공격적인 수주 목표를 내세웠던 현대중공업은 목표액 대비 수주비율이 가장 낮은 9월 말 현재 82억 달러에 불과해 목표의 34.2%에 불과하다. 올해도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에 집중해온 삼성중공업은 올 초 수주 목표를 125억 달러로 잡았으나 3분기 말 현재 78억 달러를 수주해 달성률이 62%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수주 목표를 110억 달러로 잡고 추석 연휴기간을 포함한 기간 속에 104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해 목표액 대비 95%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 회사는 애초 경쟁사보다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데 따른 통계라는 게 조선 종사자들의 분석이다.

거제의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조선사의 심각한 수주 가뭄은 결코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생산량의 감소는 조선관련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단축과 구조조정은 물론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진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직원들 사이에 일거리가 줄어드는데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삭풍'을 걱정하는 것이다.

걱정은 조선업과는 전혀 무관하게 생각되는 일반 시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거제가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주력산업이 농수산업에서 조선해양산업으로 바뀌었기에 더욱 그렇다. 지역 내 양대 조선의 직원들이 잔업이 없어 임금이 줄자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이는 곧 지역 상권을 위축하게 해 지역경제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지금 거제시 행정은 조선해양산업의 상시현황을 점검하고 지역 내 소재한 양대 조선사와 협력사를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거제시는 마땅히 조선관련 산업의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특히 제도적 지원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법리적 모순에 빠져 시간만 허비하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우리 조선산업은 제품을 파는 시대에서 솔루션을 팔고 발주자의 상업 자체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신서용/경남도민일보 부장

있다. 거제시는 이 진화과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 조선사들은 이런 지원책에 힘입어 각종 정보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신개념의 지능형 선박을 비롯한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을 개발해야 한다.

거제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불황에 슬기롭게 대처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