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천 편집이사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이른바 빅3 후보들의 복지공약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순 빈껍데기다. 대선(大選)이 아니라 마치 어려운 나라경제 거덜 내기 시합하는 것 같다. 각 후보 진영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교육, 의료, 보육, 일자리 등 공약이행에 필요한 돈이 자그만치 200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 확대는 매년 3조원 가량, 0-5세 무상보육은 매년 7조5000억, 반값등록금은 6조원, 기초노령연금 확대는 5조원 가량, 동남권신공항건설은 약10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앞으로 나올 공약에 필요한 돈까지 보태면 천문학적 액수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문제는 재원(財源)이다. 각 캠프에서조차 무슨 돈으로 어떻게 시행할지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공부께나 하고 평소 좀 괜찮다 싶던 작자들도 쓴소리는 커녕, 특정 후보에 빌붙어 공약(空約) 남발을 부채질 해 대고 있다. 이러니 국민 열명 중 일곱명은 각 후보들의 공약 실현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대선을 치르고 당선된 대통령들이 무리하게 공약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과 고통을 감내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엊그제,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의 발언은 그래서 매우 의미 있다. 그는 도입후 30년이 넘도록 유지되는 현행 10%의 부가가치세율을 2% 올리면 연평균 15조원의 세수(稅收) 증대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는 미미한 액수일지 모르나 소득세 및 재산세 부과대상 확대를 반대하는 각 진영의 주장을 절충할 수 있는 확실한 세수 증대 방안으로 분석했다. 다만, 부가세율 인상이 저소득층에 불리하고 일시적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보들에게는 당장 한표가 아쉽다. 대선을 목전(目前)에 두고 세금 더 걷겠다고 하면 득표에 전혀 도움 안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계속 눈치만 보며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해서야 되겠는가. 그런 후보에게 다시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면 복지공약 실현을 확실히 뒷받침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와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증세(增稅)없는 복지는 없다' 즉, '세금 더 걷겠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지도자만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