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에 새로운 꿈을 펼치려니,,,
공직생활 37년간의 틀에 박힌 세월을 뒤로하고 관세사 일을 시작한지 몇 년째 되던 2007년,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도 하고 구속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이때까지는 바이크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60중반의 나이에 오토바이라니, 망령이나 역마살이 끼었다 극구 반대할게 분명한 아내에게 이 사실을 숨기려고 거제를 벗어나 부산 수영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에 2주간 다니면서 비밀리에 2종 소형 오토바이 면허를 따냈다.

그 후 ‘두둥 두둥 둥둥둥’ 소리를 내는 할리 데이비슨이란 집채만한 대형 바이크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를 본 아내는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혀 말문을 잃고 있어 설득하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나에게는 기가 막히게 좋은 애마였지만 아내에게는 기가 막히게 위험천만한 오토바이였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를 끊은 지 10수년이 지나는 동안 몰입했던 골프나 패키지 해외여행도 좋았지만 나만의 세계와 체험을 통한 자유에의 도전을 하고 싶었기에 새로운 꿈의 선택은 바이크였고, 할리라는 기종으로 이끌어져 갔다. 애마 할리는 1,600CC급의 울트라 클래식 기종으로 나를 지켜준다는 뜻으로 ‘미카엘’이라는 애칭을 지인이 붙여주었다. 할리는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로서 108년 회사의 전통을 가진 중후함과 모터 싸이클 마니아들의 대명사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할리 라이더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이크 라이더들의 선망의 대상인 음향(Sound)이다. ‘두둥 두둥 둥둥둥’ 하는 소리는 말발굽 소리나 사람의 심장 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드럼소리 같기도 하다. 할리의 사운드를 들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이 쿵쿵대고 설렌다고 한다. 어릴적 수학여행가듯이 말이다. 한번 라이딩을 하고 나면 죽은 세상을 살아난 듯 한 상쾌함과 생기와 활력을 가져다 준다. 주행 중에는 한순간도 놓을 수 없는 집중력과 담력, 코너링의 스릴, 힘 있는 가속력과 무거운 차체에 대한 주행 안정감, 대배기량의 엔진을 안고 타는 맛은 체험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할리는 빨리 달리는 목적이 아닌 이동하는 시간 자체를 즐거움으로 시속 70~80km로 바람을 가르며 한적한 교외를 달리면서 여유로움과 주변의 경관을 즐기는 낭만이 있는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 때문에 고생스런 멋을 부리는지도 모른다.

미국, 서부대륙에 도전하다
처음에는 서툰 몸짓에 슬립으로 가벼운 부상도 여러 번 당하니 괜히 시작했구나 하는 후회도 했지만 동호회도 생기고 전국투어를 나서게 되면서 점차 실력도 나아졌다. 주말이면 제주, 인천, 목포, 속초 등, 국내 랠리에도 참여하고 동호회와 대열을 지어 전국 할리 라이딩을 계속하면서 자신감도 생길 즈음에 2008년 7월, 미국 서부대륙 횡단 (California Dreaming Tour)의 초청을 받고 아직 서툰 라이딩 경력과 적지도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동호인들과 함께 4박5일의 일정으로 미국으로 날아가 시차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시작했다. 도착 날 미국 현지 동호인 20여명과 첫출발부터 바이크로 생전 처음 10차선 고속도로를 주행하였다. LA, 요세미티국립공원, 리오, 샌프란시스코, 테일러 스테이트 파크 등 열대의 사막을 가로질러 고속도로와 국도를 1,600마일(약2,600km) 거리를 달리는데 성공한바 있다.

여기서 고속도로를 달렸다함은 거의 전 세계의 국가에서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으나 한국만 유독 달리지 못하게 해서 불편하거나 아쉬운 때가 많았다.

서부대륙에 2차 도전
서부대륙에 도전한지 4년째, 애마 ‘미카엘’을 탄지 5년이 되니 바이크 베테랑 라이더가 되어 나 혼자 해외로 나가서 할리 투어를 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겼다. 기회는 만드는 자에게 오는 법, 위험은 준비하는 자에게는 비켜 가는 법, 꿈은 나이에 관계없이 꾸는 법, 이러한 인생 3모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절대적이다. 평상시 금연, 금주와 등산과 헬스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여 왔으니 이번 기회에 자신이 원하는 체험을 하고 싶던 차에 미국 LA현지 교포 할리 동호인들의 초청으로 서부대륙에 재차 도전을 하기로 했다.

또 한 가지 목적은 거제시에서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승포 호국평화공원 조성의 전시 선박으로 흥남철수작전 당시 14,000여명의 피난민을 수송해 세계사의 전무후무한 기네스 기록을 가진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어 지는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대체선박인 빅토리호 인수검증위원장의 무거운 짐을 맡게 된 바 LA, 롱비치, 샌프란시스코 등 현지를 방문하여 사전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9월10일 나 홀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12시간의 비행 끝에 LA에 도착하는 동안 딸자식의 비즈니스좌석 협찬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편하게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LA행 기내에 앉아 12시간 비행 끝에 LA 공항 도착
LA공항에 일찌감치 마중 나온 할리 동호회의 탱크(강준)의 뜨거운 환영 속에 LA근교 외국인 전용 주택단지에 거주중인 탱크의 집 2층 특별 룸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있을 4박5일의 미서부 대륙 버스투어에 빨려 들었다. 할리 라이딩을 하기 전에 몸 풀기라고나 할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LA-그랜드 캐년-라스베가스-요세미티국립공원-솔뱅으로 이어지는 미서부 대륙버스 투어는 50인승 대형버스에 40여명의 관광객과 함께 4박5일 동안(1인당400달러) 미서부의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시작되는 일정과 긴 이동거리,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좁은 좌석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많은 사람과 알게 되어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었다. 나이든 나 홀로 관광객을 위해 대륙버스투어 중 서포터즈 역할을 자청하여 본인을 도와 준 30대 중반의 한원식박사(포스트 연구과정)와 70대 후반의 전직 대학교수 부부의 만남이 기억에 새롭다.

이 노부부는 현재 멕시코에 거주한지가 30년이 넘었는데 남은 여생은 크루즈, 유럽여행 등을 하며 살아 생전 마지막 여행지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아끼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나는 마지막 여행지가 아니라 다시 올 수 있는 여행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아내를 혼자 두고 온 죄책감과 부러움이 교차되었다.
4박5일의 미서부대륙의 버스투어를 마무리하고 LA에 도착하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사서 하는 고생이니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끙끙될 뿐이다. 시차 적응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한 여행에다 매일 바뀌는 호텔, 새벽부터 이어지는 강행군의 일정, 5일동안 부실식사로 인해 몸무게가 3kg이상 빠지고 말았다. 집에서 매일 아침 하던 목욕도 못하고 헬스와 운동, 산행, 식도락가로 스스로 자처하는 터인데 생활 리듬이 깨져 무척 힘들었다. 이를 마눌님이 보았으면 ‘말안듣고 혼자 집나가더니 꼴좋다’하고 고소해 했을 것이다.

버스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할리 동호인 탱크(강준)는 힘들어 하는 나에게 최고급 소고기로 가든파티와 저녁마다 과일과 간식을 챙겨주며, 세탁, 여행필수품과 일교차를 대비한 옷가지 등, 여러모로 챙겨주어 짧지만 긴 여행기간 동안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아니 거제도로 할리 투어를 오면 품앗이로 몇 배로 갚아야 할 고마운 분이다.

미서부 대륙 바이크 투어
본격적인 할리 바이크 투어에 앞서 현지 동호인의 호의로 바이크를 무상 지원 받아 함께 투어 할 동호인들과 LA근교를 한 바퀴 돌아보며 바이크 성능 테스트와 팀워크을 맞춰본 후 저녁에는 킹콩(김태형)의 집에 초대되어 푸짐한 식사로 투어 전야제를 즐겼다.
9월 17일(월)
할리 투어의 특징은 여러 사람이 대열을 지어 교통 법규를 준수하고 안전장구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맨 먼저 길잡이 역할을 하며 달리는 라이더를 로더 마스터라 하고 맨 뒤에서 투어 행렬 보조를 담당하는 사람은 리어, 투어 대열의 날개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 그대로 윙(통제)이라 부른다.

탱크(강준)가 로드 마스터, 보스(본인), 투나(장수영)는 윙, 메스터(윤진), 킹콩(김태형)은 리어의 역할과 순으로 대열을 정하고 4박5일간의 장정이 시작되었다.
라면으로 간단한 아침을 때우고 5대의 바이크에 야영장비와 각종 식자재 등 중량과 부피에서 화물에 가까운 짐들을 나눠 싣고 어두운 LA의 새벽바람을 가르며 시내를 벗어나 왕복 10차선의 Freeway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내가 평소 타던 애마 미카엘이 아닌 닭발(김성주)의 애마를 무상 대여하여 타다보니 나의 몸에 익숙하지 않아 앞으로 4박5일(3,000km이상) 동안 달릴 생각을 하니 또 불안감이 앞선다.

Freeway를 한동안 달리 던 중 갑자기 왼쪽 클러치 레버에 힘이 빠져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클러치 케이블이 끊어졌든지 빠졌겠다는 생각에 뒤에 따라오던 메스터에게 고장신호를 보내고 고속도로를 벗어나(미국, 독일에서는 고속도로 갓길에 주, 정차를 할 수 없음) 안전지대로 겨우 이동하여 바이크를 세워두고 앞서 간 탱크를 불러와 차체 점검에 들어갔다. 탱크는 할리의 정비교육을 받은 수리전문가답게 각종 공구를 갖추고 있었다.
전문적인 부분은 부산에 사는 조성진 커스텀 마니아에게 국제전화로 자정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상세히 설명해준 덕분에 한시간만에 수리를 완료한 후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첫 어려운 고비를 통과한 뒤에 LA에서 1차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까지 약 500마일(800km)을 하루종일 달렸다.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 4시경에 그랜드 캐년에 도착하여 숙소에 여장을 풀고 직접 조리를 함께하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내일의 투어일정에 대한 이야기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9월 18일(화)
또 라면으로 조식 후 숙소 출발하여 광활하고 웅장한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에 도착하여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을 관람한 후 사막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 오후 3시경 그 유명한 서부영화의 ‘역마차’ ‘황야의 무법자’ 등의 촬영장소로 이름난 붉은 평원위에 거대한 바위들이 장관인 모뉴먼트 벨리에 도착하였다. 우리 거제도에도 빅토리호 배가 도입되고 영화촬영 장소로 세계에 빛나는 관광명소가 되길 염원해 본다.
원래 둘째날 밤은 타국의 숲속에서 밤하늘의 별과 달을 감상하는 야영계획으로 엄청난 캠핑 장비를 준비하였으나 시차적응, 장거리운전의 무리로 보스(필자)의 어깨 목통증이 생겨 애석하게도 야영을 취소하고 예정에 없던 숙소를 구하려고 여러 곳을 알아봐도 숙소가 모두 차버려, 외진 곳 Tuba High School 기숙사로 둘째날 밤을 보냈다.
9월 19일(수)
오전 8시 Tuba를 출발하여 자이언트 국립공원으로 사막 고속도로를 달렸다. 넓은 고속도로를 땅에 딛고 두둥 두동 둥둥둥의 낮은 바닥음의 웅장한 사운드는 내 몸과 혼연일체가 되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 간다.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주변경관을 벗 삼아 구름을 따라 달리는 할리, 좀은 거만하고 이를 탄 사내는 자연을 몸으로 흠뻑 느끼며 자유를 만끽한다. 엔진의 진동을 통해 가슴이 쿵쾅거리는 할리만의 특유의 느낌이 마치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좁은 공간이 아닌 광활한 대지위에서 말을 탄다고 하는 것이 맞을게다. 얼마나 짜릿한 쾌감이 온몸에 전율처럼 흐르는지 할리만의 중독성일까?
사막에서 낙타족들이 다른 종족을 만나도 반갑듯이 우리 일행도 여성할리 가족만 여행 중인 일행을 만나 같은 할리 종족의 반가움에 기념 촬영을 마치고 평균 시속80마일(약128km) 속력으로 쉬지 않고 달려 오후 6시경에 관광과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였다.

아침 킹콩(김태형)가족이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밴 차량을 타고와 바이크에 실려 있던 모든 짐들을 옮겨 싣고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다.

9월 20일(목)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몇일동안 못한 사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우리 할리족들은 분신인 할리 애마를 주차장에 쉬게 하고 홀가분하게 라스베이거스의 불야성을 정복하리라.
라스베이거스 리베라호텔 나이트클럽에서 5인조밴드에서 흘러나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메스터와 함께 무대에 나가 싸이의 노래에 맞춰 어슬프나마 열정적으로 춤을 췄더니 외국인들이 모두 환호로 반겨주었다. 싸이와 같은 한국인인줄 알았나 보다. 이런 데서도 애국심의 발로인지 한국이 자랑스러워 졌다.
9월 21일(금)
아침 9시 라스베이거스 재미교포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아침 식사 후 이번 바이크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인 LA로 출발,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을 따라 하루 종일 달려 LA에 도착, 장장 3,000Km를 4박5일 동안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오는 길의 연안 해변도로는 거제도의 바닷가와 색다른 느낌이 든다. 광활하게 탁 트인 경관은 일품이지만 거제처럼 오밀조밀한 맛은 부족하다. 그래도 바닷가에 가까이 접한 해변도로를 보면 거제도의 남부지역의 도로는 산중턱을 가르니, 숲에 가려 바다경관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국도 확장시에는 부분적으로나마 해변도로가 만들어 졌으면 미서부 연안 경관에 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손자 녀석들은 나를 할리할아버지라 부른다. 네살때부터 할아버지 바이크 뒤에 타고 다녔던 초등학교에 다니는 스키선수인 손자 민규도 커서 함께 이곳에서 달려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욕심일까. 그때는 내 나이도 80이 넘을 텐데, 그래도 꿈은 접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미국에서 동고동락한 할리 친구들은 국제전화, 카카오톡, 본인이 할리 카페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하리마우 클럽(cafe.daum.net/geojeharley)에서 매일 소식과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번 할리 투어기간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준 탱크(강준), 튜나(장수영), 메스터(윤진), 킹콩(김태형) 부부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특히 소중한 애마를 무상으로 흔쾌히 대여해준 닭발(김성주)님도 함께 거제도로 할리투어를 초청하여 거제의 참맛을 보여주리라.

내년 10월에 개최되는 외국인포함 1,5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할리대회가 거제에서 개최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H.O.G(Harlay Owners Group), 거제시와 협의중에 있다. 내년 6월 준공 예정으로 있는 거제 대명콘도의 숙박시설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거제시 관광홍보와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LA, 롱비치 등 미국 서부지역의 관광, 문화, 영화산업, 역사와 레인 빅토리호 현장답사기 등은 지면이 허락되면 2부에 올릴 예정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