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밀약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로 적발되면 과징금 부과로 끝나지 않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8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찰 고발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가 크거나 악의적인 위법행위는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재량권을 다소 제한하더라도 엄격한 법 집행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에서다.

짬짜미, 불공정거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일감 몰아주기 등 행위유형별 특성에 따른 `의무적 고발 사유'도 신설하기로 했다.

고발 여부에 대해 포괄적 예외조항을 둔 현행 규정도 바꾼다. 예외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열거해 자의적인 고발 면제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반복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기업 등에 대한 고발기준도 대폭 강화한다.

과징금을 멋대로 감면해 기업을 돕는다는 비판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법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 기준과 과징금 감경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세분화ㆍ객관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4대강 공사 짬짜미와 같은 사건을 막고자 손해배상예정액 제도도 추진한다.

이는 공공 공사를 발주할 때 낙찰기업이 짬짜미 등으로 처벌받는다면 얼마를 배상해야 할지를 미리 정해 짬짜미 제재 즉시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의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은 대선주자들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조달청장ㆍ중소기업청장ㆍ감사원장 등에게도 고발권을 부여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이날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중소기업에 고발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는 공정거래 관련 중대 범죄행위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이미 내놓았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전문적이고 치밀한 조사와 법 적용이 필요한 공정거래법 집행은 오랜 기간 경쟁정책을 집행한 공정위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전속고발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아일랜드 등 여러 선진국도 사실상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의 방안은 공정위가 더욱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방향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