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불황과 더불어 거가대교 개통 이후 부산을 찾는 거제.통영지역 원정쇼핑객이 개통전보다 2배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상인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11일 부산 롯데백화점 4개점에 따르면, 고객관리 프로그램인 CRM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부산 4개점을 찾은 거제·통영지역 원정쇼핑객이 지난해 비해 2배(4만2000여 명)가량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거가대교 개통전인 2010년보다 150억원(129%) 가까이 늘었고 거제 고객의 1인 평균 구매액은 73만원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기간 경남도 구매고객 증가율 24%과 비교했을 때 4배 넘는 수치로 거제·통영지역 고객의 부산 유입속도가 타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 4개점 가운데 거제·통영지역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점포는 부산본점이었고, 광복점은 개통 전 대비 구매고객 수 증가율 132%로 4개점 가운데 최대 수혜 점포로 떠올랐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군은 해외명품(22%)으로 20~30대 구성비(66%)가 타 지역(55%)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어 캐주얼의류, 스포츠화장품, 피혁잡화 등의 순이었다.

또, 이들의 주요 직업은 회사원이 26%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자 7%, 교육기관 종사자 4%, 병원 관계자 3%, 공무원 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병원, 시장, 웨딩관련업종, 가구업, 인쇄 등 많은 분야에서 거제시민들이 보다 가격이 싸고 다양한 상품들 때문에 부산에서 원정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말연시를 앞두고 송년회등 각종 모임도 거가대교 개통이후 부산으로 급속히 빠져 나가고 있는 새로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시민 ㄱ씨(43)는 "올해 송년회도 지난해와 같이 용원에서 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이용해 보니 값도 싸고 서비스도 좋고 업소에서 차량까지 제공해 무척 만족했다"고 전했다.

20대 시민 ㄴ씨는 "날씨가 추워져 지역백화점을 이용하려 해도 거제백화점에는 다양성에서 뒤 처져 부산을 찾게 된다"며 "거제에도 큰 백화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조선업계 불황까지 겹치며 지역경기도 함께 얼어 붙어 상인들을 더욱 울상이다. 고객감소도 감소지만 그나마 연말연시 대목마져 백화점이나 부산으로 다 뺏겨 주말마져 한산한 실정이다. 실제로 고현시내 번화가 로드샵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문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고 가게를 내놔도 입점자도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상인 ㄷ씨(58)는 "지난해 연말에는 거가대교 특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경기가 안좋다"며 "월세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1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실제 매출을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40%정도 급감했다"며 "갈수록 더 힘들어져 답이 안나오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시내에서 26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상인 ㄹ씨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서 12시 이전에 마수하는게 하늘에 별따기"라며 "어쩔때는 저녁 6시나 되어서야 마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체적인 경기불황으로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어 더 막막하다"며 "더 이상 자체적으로 경쟁력 강화니 어쩌니 하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한탄했다.

여느 해보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날씨처럼 전반적인 경제불황과 함께 불어닥친 지역경기 침체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더욱 굳게 잠그고 애달픈 상인들의 한숨만 깊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