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死亡신고 딸은 안 된다?  (2003.04.13.조선일보)

며칠전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신고서 2통을 작성해 사망증명서와 함께 직원에게 내밀었더니, 고인과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딸이라고 하자 호주승계인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면서 접수를 거부했다. 그래서 호주승계인은 거제에 산다고 했더니 직접 통화를 원했고, 통화연결이 되자 상세한 내용을 질문했다. 하지만 신고서 뒷면에는 신고인의 자격이 동거하는 친족, 호주 비동거 친족, 동거자, 사망장소를 관리하는 자 등으로 명시해놓았다. 그런데 호주승계인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신고서 쓰면서 흘린 눈물이 용지에 떨어져 글자가 번져나는 것이 슬펐고, 아버지의 마지막 이 세상 흔적을 주민등록증 반납과 함께 지운다고 생각하니 슬프기 그지 없었다. 한 술 더 떠 딸은 신고인도 못된다니 딸로 태어난 것이,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억울했다. 그러면 딸만 둔 집안은 누가 신고인이 될 수 있는가. ‘호주’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의 주장이 되는 사람이다. 거기에 남녀의 성별이 어찌 개입될 수 있는가. 남녀의 차이는 있을 수 있을지언정 이 엄연한 행정의 차별은 아직도 살아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金淑姬 44·주부·부산 영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