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A사 “비자금 요구 안들어 줬더니…”

 

대림산업 계열사 삼호가 하도급 업체 A사를 상대로 비자금을 조성케 하고 이를 거부하자 A사에 기성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려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삼호를 감싼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웨이>는 단독 입수한 자료를 통해 대기업인 삼호가 하도급 업체인 A사에게 비자금을 요청한 경위와 비자금의 흐름을 파헤친다. 이에 앞서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한 횡포에 대해 시리즈를 기획, 공개한다.

◇A사와 이중계약 체결…발주처 허위보고 차익 챙겨

삼호가 시흥시로부터 발주받아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를 맡긴 방산-하중간 도로개설 공사에서 수시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선 삼호는 이 공사 하도급에 참여한 A사와 조달청 부대입찰에 참여해 정당하게 따낸 공사 금액을 일방적으로 감액했다.

실제로 삼호는 A사와 토공사 77억9300만원, 구조물공사 86억5300만원 등 164억4600만원으로 계약을 했다. 원래는 172억1100만원을 계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대기업인 삼호의 요구에 A사는 7억6500만원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의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면 안된다는 ‘하도급법 제4조2항 7호’를 위반한 것이다.

심지어 삼호는 A사에게 이중계약을 하게끔 강제하고 공사금액을 감액시킨 뒤 발주처인 시흥시에게는 실제 감액된 단가는 숨기고 감액하지 않은 일부 공종만 발췌해서 보고 했다. 이 역시 발주처에게 허위 보고를 해서는 안된다는 건설산업기본법 82조1항4호에 위배해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나 1억원 이하의 과징금에 처해진다.

A사 관계자는 “공사를 수행하던 중 2003년 3월27일 삼호와 계약을 할 때 입찰 때 확정된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감액해 계약했다”면서 “이는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약자인 하도급업체 입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역외공사 정산 않고 일방적 기성금 지불

현재 삼호 하도급 업체로 두곳의 공사를 진행한 A사는 각각 63억7500만원(공정위 제소), 22억3000만원(자체 추산)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특히 삼호측에 방산-하중도로 공사 과정에서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비롯한 이자 63억7500여만원을 청구하고, 이를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삼호가 방산-하중도로 정산문제에 따른 공정위 제소에 따른 보복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삼호는 A사와 계약(2011년 12월)한 거제아주e편한세상 아파트 토공·흙막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 공사는 총 계약금 126억6100여만원에 달한다. A사에 따르면 당시 삼호는 계약 파기에 대해 준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하도급 업체가 공정위에 신고를 한 것은 건설산업 특성상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공정위에 신고를 하게 되면 추후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형 건설사에서 공사를 따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호 A사 압박 위해 갖가지 수단 동원

A사는 또 삼호가 계약 해지를 염두해 두고 공사 계약 해지 이전부터 타 업체를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삼호는 이 역시 A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삼호는 또 A사 후발로 들어온 B사에게 공사현장 훼손과 자재 반출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사의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삼호는 A사를 압박하기 위해 장비대 등을 채권으로 만들어 거래처인 C사가 A사에 지급해야할 기성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 채무자로 만들었다.

현재 A사는 계약 해지로 기성미지급 2억400만원, 일방적 기성보류금 2억4700만원, 사전공사투입비 8억300만원, 설계변경금액 3억8200만원, 관리비 6억원 등에 대한 피해로 22억300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히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삼호는 방산-하중도로에서 요구한 비자금을 더이상 만들어 주지 않고 공사대금을 요구하고 이를 공정위에 제소하자 회사 압박 수단으로 전혀 별개인 아파트 현장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호측에서는 “워크아웃에 빠지면서 자금운용에 문제가 많았다. 그런 과장에서 협의보다는 법적 실행이 앞선 경향이 있었다”며 “양사의 이견이 크다는 것이 일방의 말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견을 좁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호측에서는 하도급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지성 기자 k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