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증권전문방송 팍스TV가 5월 15일 산업 이슈포커스에서 <통상임금 시한폭탄에 재계 초비상>이라는 주제로 방송한 내용이다. 대담은 데일리안 이의춘 편집국장과 이순영 앵커간에 이루어졌다.

<질문>통상임금 논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견된 시한폭탄인 통상임금 문제로 재계와 노조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한국 제조업이 통상임금 문제로 거센 폭풍우에 휩싸여 있습니다. 기업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한국제조업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통상임금 이슈는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시급, 일급, 주급, 월급, 도급금액을 말함)에 고정 상여금을 포함하느냐 여부가 핵심입니다. 문제는 정부와 법원, 사용자, 노조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계는 통상임금 대란을 방치할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일자리가 다 날아간다며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행정부에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질문>통상임금 문제는 왜 불거졌습니까?

<답변>대법원이 지난해 3월 상여금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이 문제가 노사관계를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구의 시내버스(금아리무진) 소속 운전기사 등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근속수당과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원고가 패소한 원심을 뒤집고 해당소송을 대구고법으로 환송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노조의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노조원이 가장 많은 현대· 기아차 한국GM과 르노삼성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 10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대법원에 계류중인 것만 10여건에 달합니다.

<질문>산업현장이 커다란 혼란에 싸여 있는 것 같은데요. 기업들은 추가부담이 천문학적이어서 감당할 수 없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사용자 단체인 경총에 따르면 기업들의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 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연간 추가비용은 8조6,66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모든 소송에서 패할 경우 임금 채권 소멸시효에 따라 최소한 3년치의 임금차액을 보전해줘야 합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소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상장사 순이익의 55%(2011년 기준), 전 산업 임금 총액의 8.9%나 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4만명가량의 노조원이 있는 현대차의 경우 회사가 패소하면 2조5,00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재계는 힘들게 벌어놓은 영업이익을 자칫 상여금 문제가 다 갉아먹지 않을까 소송 추이와 정부의 새로운 해법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질문>통상 임금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서도 논란이 되지 않았나요?

<답변>대니얼 애커슨 GM회장은 한미경제인모임에 참석한 박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줄 경우 향후 80억달러를 한국에 더 투자하겠다고 조건부 약속을 했습니다.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한국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더 나아가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될 경우 생산기지를 다른 데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GM은 관련소송 1~2심에서 패소한 후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해야 할 인건비 8,140억원을 적립하느라 지난해 3,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통상임금이 기업의 흑자와 적자를 가를 만큼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이에대해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꼭 풀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질문>노조에선 법원판결을 뒤집는 해법을 찾는 것은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민노총에선 그동안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사용자들이 관행적으로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통상임금을 축소시키는 부당노동행위를 벌여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노총은 14일 박대통령의 방미 중 발언을 비난하며 노사정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 나아가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을 벌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6월중 노사정이 모여 해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노사간에 워낙 입장차이가 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의 이익도 보호하는 솔로몬식 해법찾기가 무척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상여금 문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혼선을 부채질한 측면이 강한 것 같은데요.

<답변>고용노동부는 그동안 행정지침을 통해 상여금을 경영성과 배분금, 연장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등과 함께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법원은 그동안 통상임금 범위를 육아수당(1994년), 식대ㆍ교통비ㆍ여름휴가비ㆍ체력단련비ㆍ장기근속수당(1996년), 정기상여금(지난해 3월) 등으로 지속적으로 넓혀왔습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30년 전 지침만 고집해왔습니다. 기업들은 정부의 행정지침에 의거해 임금을 지급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질문>산업계의 불만이 큰 데요. 일부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고 아우성치고 있지 않나요?

<답변>산업계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71만~8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경총은 인건비 부담 증가는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력파견업체인 모 중소기업은 미지급된 3년치 60억원규모의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해달라는 집단소송을 당한 상태인데, 패소할 경우 유보금이 20억원에 불과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짖고 있습니다.

<질문>대기업도 큰 부담이지만, 중소기업 피해도 만만찮은 것 같은데요.

<답변>중소기업들에게도 발등에 불입니다.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 38조원 중 14조원가량이 중소기업이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추가로 생기는 비용 8조6,000억원 중 3조4,000억원가량을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합니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는 커다란 경영악재가 되는 셈입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4~5%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모두 인건비로 써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늘리고, 대-중소기업 근로자간에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습니다.

<질문>민간기업에 이어 공기업도 통상임금 불똥이 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상여금 문제가 공공기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근로복지공단 일반직 직원이 상여금과 기타 복지수당을 통상임금에 합산해서 1년간 육아휴직 수당을 다시 지급해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결정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다른 공기업 근로자들도 수당 재지급이나 퇴직금 재산정 소송을 벌이는 한편,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들은 정기상여금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19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질문>공기업들의 추가부담도 천문학적인 것 같은데요.

<답변>공기업들은 민간기업보다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건비 부담 뿐만 아니라 재정적 부담도 가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근로자들의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서 지난 3년치 소급분과 당해연도 발생분을 감안하면 12조원가량의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이는 올해 나라예산(342조원)의 3.4%나 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공기업은 기업보다 임금총액이 더 많아 야간휴일 연장근로 등의 초과근로수당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가 현실화하면 공공기관 부채(현 500조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하지만 법원이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지 않나요?

<답변>통상임금소송에 대해 법원마다 판결이 달리 나오고 있는 것도 노사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지난해 4월)과 서울행정법원(지난 4월)은 통상임금에 상여금도 포함된다고 판결했습니다만,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삼화고속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상여금은 통상임금은 아니지만, 근속수당, 식대는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으로 봤습니다. 법원마다 통상임금에 대한 해석이 달라 혼선을 빚게 하는 것입니다.

<질문>통상임금 이슈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은 없나요?

<답변>고용노동부는 노사정협의체를 가동해 상여금 포함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노동계의 강한 반발과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 등으로 쉽사리 원만한 합의나 해법을 도출해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해법으로는 첫째 통상임금 범위를 입법화해서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현재는 30년간 정부고시(예규)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켜 놓고 있습니다. 이 예규를 근로기준법에 명백히 규정해놓으면 대법원의 판결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이미 확정 판결된 사안은 어쩔 수 없지만, 추가적인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는 국회 환노위가 상여금을 배제하는 법안개정을 거부할 것은 볼보듯 뻔해 보입니다.

<질문>다른 방안은 어떤가요?

<답변>노사정이 대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노사간에 대화를 중재시켜 합의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노조가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성사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판례가 많은 상황에서 노사정협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노조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대법원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 전원의 합의체 판결로 결말을 짓는 방식이 있습니다.

법원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통일된 판결을 하지 못한 만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해서 최종적인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거나, 기존에 판결한 헌법이나 법률 등의 해석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실시합니다.

논란이 된 지난해 4월 금아리무진 판결 당시에는 대법관 4명만 참여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절차적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노사정이나 국회차원의 해법 마련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문>당사자인 대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주요그룹들은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을 뿐 대외적인 불만표시는 자제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광풍이 부는 상황에서 상여금 배제방안을 내놓을 경우 유탄을 맞거나,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잖아도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이어 납품단가 후려치기 납품물량 중단 등에 대해 최고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유해물질 배출기업에 대한 매출액 5%의 과징금 중과 관련 법안이 통과된 상태입니다.

남양유업사태로 인한 갑을논란까지 불거진 상태여서 재계가 목소리를 내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주요그룹들은 태스크포스를 두고 통상임금 관련소송에 패소할 경우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문제를 산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또 외부의 법무법인과도 협의하면서 정치권, 정부, 사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노사의 고통분담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답변>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노사를 테이블에 함께 나오도록 해서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사용자나 노조도 회사의 경쟁력강화라는 대전제하에서 상생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행정지침을 따랐던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리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기업들과 우리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타협안이나 해법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통상임금 파동에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가 일정한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노조와 정치권을 설득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혼란을 줄이기위해서 노사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업종과 기업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임금체계가 뚜렷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서 강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지금까지의 관행과 현실을 고려해 기존 판례를 재검토해서 명확한 판결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가 국내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면 정부, 노사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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