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포를 비롯한 관포, 황포 등지에 설치된 일본군 포대.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 중 무력을 앞세워 거제도를 침략했다.

1903년 일제는 일본 어민들과 함께 진해만 일대의 능포, 지세포, 구조라 어장을 침입하고, 심지어 무장군인들을 동원시켜 송진포 등에 포대를 설치하여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일제가거제도 송진포를 교두보 삼아 대륙침략과 러일전쟁에 승리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일제가 송진포를 선택한 구체적 이유와 송진포 해군기지 건설 과정을 살펴보며 러일전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추적해 보자.

▲ 1904년 일본해군 함대 5척이 송진포로 침략해 왔다.

일제는 왜 송진포를 선택했는가

일제가 송진포를 해군기지로 삼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실을 찾아보려면 1592년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일본군은 부산포에서 육지로 진주를 거쳐 진격했지만, 전쟁 물자를 구하기 위해 전라도 곡창지대를 차지 하고자 바닷길을 확보해야 했다.

일본수군은 옥포, 고성 당항포, 진해 안골포 등에서 조선수군에 패하여 부산포까지 밀리게 된다. 1593년 이후 일본해군은 송진포와 군항포, 구영, 사등 광리 일대에 왜성을 쌓고 진해만 일대를 방어하기 시작했다. 진해만은 통영과 고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또한 1896년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일어난 '마산포 사건'도 진해만 일대이며, 송진포와 무관하지 않다. 이 사건은 일제에 의해 1900년 3월 18일 대한제국과 러시아 사이 거제도를 영원히 조차하지 않는다고 조약을 맺으면서 끝났다.

이처럼 일본은 송진포를 비롯한 진해만 일대를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하여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하게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와 다름이 없는 대륙침략의 교두보로 송진포가 선택된 것이다.

송진포, 일본에 침략 당해

일본군은 1904년 3월 7일 송진포에 육군병력을 이동시켜 관포, 황포 등지를 점령하여 포대설치에 나선다. 이어서 3월 9일 일본군함 5척은 송진포에 도착하여 포대설치에 나서고 주민들을 강제로 집단이주 하기에 나선다.

▲ 송진포는 일제 대륙침략의 교두보였다.

이에 1904년 3월 30일 권중훈(權重勳)거제군수가 외무대신에게 보고하기를 "3월 6일 송진포에 일본군함 5척이 들어와 포대를 설치한다는 이유로 전답을 무단 점령하여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고 정부에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일본군은 민가 49호, 논밭 700여평을 점령, 피해주민 300여호로 집계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정부는 "일본공사가 우리 정부와 거제군에 승인후 점령하도록 요청하겠다"며 "거제군수는 피해 민가와 전답을 작성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904년 4월 3일 작성된 "각사등록"을 보면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병식 경남도관찰사가 정부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일군이 송진포에 정박하여 민폐가 심하니 조처를 요구한다"며 "일본군함 5척이 송진포로 들어와 포대 5곳을 설치하고 주민 300여호의 민가와 전답을 무단으로 빼앗아 갔다. 주민들은 일본군이 무단으로 점령한 전답을 환원해 달라고 아우성이다"며 다시 일본군이 무단으로 점령한 토지를 환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송진포 주민들의 요구에 대응치 못해 안타까워했다. 결국 4월 7일 거제군수는 "송진포 주민들이 일본군 병사 건설로 여러 곳을 떠나거나 주변 지역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고 정부에 보고하기에 이른다.

이 말은 거제군수나 정부의 힘으로도 일군의 횡포를 어쩔 수 없게 된 상황임을 바로 말해주고 있다. 결국 1904년 8월 11일 송진리 430번지 553번지 일대(송진포 국민학교)는 일본해군용지로 편입되고, 주민들은 신촌, 궁농(森村) 마을로 이주했다.

특히 거제군과 주민들은 토지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일본해군비밀문서에 "송진포 지역은 해군기지 설치에 따라 대한제국의 협조를 얻어 설치할 수 있었다. 이는 외부대신 조병직과 이미 허락을 받았으며, 이에 송진포 지역의 인민들은 당연히 철수해야 하며, 보상에 대하여 대한제국에 있다" 라고 적고 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빌미로 강제로 대한제국의 토지를 점령하여 군사기지를 설치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 송진포 방비대를 중심으로 거대한 군용지로 바뀐 거제도. 사진은 진해만 부근 지도.

송진포 방대비 설치

일제는 1904년 3월과 4월 송진포 일대에 포대를 설치하고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으로 착수하기에 이른다.

1904년 10월 일제는 송진포 해군기지 내에 우편취급소, 해군용 통신소, 진해만방비대 사령부, 해군병사(海軍兵舍), 병원, 은치공장(銀治工場), 화약고, 수답창고 등을 설치했다. 또 마산헌병대 송진포파견소, 마산주재 영사관 순사 2명을 파견, 일본인 수산감독소, 송진소학교(일인 학교) 등을 설치해 일본인 이주어촌보다 거대한 군사기지로 바뀌었다.
일본해군은 송진마을과 가까이 있는 대봉산 정상에다 해군감시소를 설치하고 진해만과 연결되는 해안 경비, 해면, 경호 임무를 맡았다.
송진포방비대 사령부는 사령관 와다 중좌, 참모, 부관, 분대장, 기관장, 군의장, 주계장, 해군 병조장이하 사졸이 방비대를 구성하였다. 당시 병력은 3천여 명이었고 일본인 거류민까지 포함하여 3천5백여 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1904년 7월 8일 송진포 방비대 군령을 발표한다. 군령은 "대일본 해군방비대 사령관이 군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군령을 제정하여 인민과 만고의 범죄자들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며 방비대와 일본군에 저항하거나 군령을 위반했을시 사형까지 시킬 수 있다고 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군대와 군함, 군용선박에 대해 저항하면 사형에 처하고, 방비대 지역과 주변 지역에 가설된 군용전선에 피해를 줘도 사형을 시킨다고 정해 놓았다.

또한 방비대령에는 가덕도, 거제도, 봉암도, 한산도, 둔덕면 부근, 죽림포, 진해만 내에서 어장을 운영하거나 어업활동을 하려면 허가표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