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1월 1일 일본 칙령 제453호에 따라 진해만을 포함하여 거제도 전역이 군사기지로 탈바꿈했다.

일제는 러일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여 대한제국을 통째로 삼키고 대륙침략 교두보를 확보했다. 일본해군은 러시아 함대를 격침시키고 진해만 일대를 요새기지로 만드는데 집중하게 된다.
 
앞선 칙령의 발표에 따라 1912년 송진포 방비대는 진해만요항부사령부(鎭海灣要港司令部)로 개칭되어 현 진해해군기지로 이전한다. 송진포는 일본 해군기지 이전하고도 강제로 쫓겨간 송진포 주민들이 돌아 올 수 없었다.

▲ 러일전쟁에 참여한 일본군 수뇌부들.

일제는 일본어민들을 이주시켜 송진포 공립심상소학교(1907년 설립), 송진포 어업조합(1917년 설립), 1909년 10월 11일 부산 가덕도와 마산 일본인 거류지를 연결하는 직통 전화기를 신설, 1914년 3월 1일 송진포 헌병파견소, 송진포신사(松眞浦神祠, 현 송진포국민학교 뒤편, 1907년) 등 일본인 거류지로 만들었다.

러일전쟁 기념비, 대륙침략 정당화 홍보

송진포 일본인 유지들은“송진포 일본해 해전기념비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일제는 러일전쟁에 대한 정당성과 대륙침략을 미화하고, '내선융화(內鮮融和)'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營圈)'을 홍보하고자 했다.

장목면 송진포 유지인 마쓰모또(宋松本淸吉) 외 23명은 '기념비건설 청원서'를 1926년 8월 경남도지사, 1927년 진해요항사령부장에게 각각 보냈다. 1928년 8월 "일본해 해전기념비건설 발기인회"에서 진해면 유지, 진해만요항사령부, 경남도지사 등이 기념비를 시급하게 건설해야 한다고 일본 해군성과 육군대신 등에 청원하게 된다. 특히 진해만요항사령부는 1928년 9월 30일 일본 해군대신에게 같은 청원서를 보내 건설을 독촉하게 된다.

▲ 송진포에 정박했던 일본함선 미카시아호.

이 청원서에는 "1904년 1월 제국해군 가근지인 송진포 방비대를 건설하여 1905년 2월 상순과 5월 27일 당시 연합함대 사령장관 도고(東鄕)대장이 송진포가근지 부근에 모여 적함대(러시아 동양함대)의 동정을 살폈다"며 "도고가 방비대에 상륙하여 적함대를 보고 송진포를 출발하여 일본해에서 전투를 벌여 승리했다"고 말하고 "역사적 기념지인 송진포 방비대에 기념비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28년 10월 13일 일본 해군성에 보낸 진해요항사령부 공식공문을 보면 "통영군 송진포 일본해전 기념비 설립에 관해 송진포 유지들이 해군 고급 장교에 보낸 청원서를 요항내 연습함대에 들어가 있는 장소에 일부 지역 인사들과 송진포 유지들이 경성으로 올라와 청원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송진포 러일전쟁 기념비 건설'은 몇몇 일본인 유지들이 나서 시작되었지만, 일본 군부와 정부까지 나서 대대적인 건설운동을 벌이게 된다. 이는 1931년 일명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하고자 하는 거대한 음모의 시작에 불과 했다.

▲ 장목면 송진포를 소개한 일제강점기 읍면동 소개 책자.

거제·통영 조선인 유지들, 기념비 건설운동에 앞장 서

일제의 적극적인 지지로 시작된 '송진포 러일전쟁 기념비' 사업은 거제·통영 조선인 유지들까지 자발적으로 나서 기금을 모집하거나 건설위원으로 동참했다.

1931년 1월 22일 오후2시 통영군청에서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건설위원회'를 발족하여 본격적 사업에 나선다. 이날 위원회에 거제·통영 위원 약50명이 참석하여 통영군수 인사말과 기념비 취지를 설명하고 상세한 경과보고를 마치고 임원을 선정했다.

위원회는 총사업비 4천원 가운데 사업비 2천원, 기념부지 및 기타 정비비 5백원, 사무비 5백원, 제막비 5백원, 예비비 5백원 등으로 책정하여 기금모집에 나선다. 임원은 통영군수 회장, 송병문(宋秉文) 평의원, 김종원(金宗元) 김기정(金淇正)상임위원(이상 통영), 지익강(池翼江 이운면장) 김기옥(金基玉, 장목면장(이상 거제도) 등이다.

당일 "위원회는 송진포 건설되는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에 국민적 의의를 갖고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부산일보(1931. 1. 24)가 보도했다. 건립회 설립이후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통영 '친일인사' 송병문 5백원, 부산수산주식회사 150원등이다.

또한 위원회는 일본해 해전기념비 건설 회칙을 만들었다. 그 당시 기념비건설회 회칙을 보면 아래와 같다.

제1장
제1조 본회는 일로전쟁에서 일본해 해전연합함대의 근거지에서 장졸들이 일야 모의훈련한 중요한 대회전으로 경상남도 통영군 송진포만내에서 기념비를 건립하고 역사적 사적지로 국민적 인상과 국가정신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다.
제2조 본회는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건설회라고 한다.
제3조 본회의 사무소는 경상남도 통영군청에 설치한다.
제4조 본회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한다. 1 본회 회원 모집, 2. 기타 본회의 목적을 수용하기 위한 필요한 사업
제2장 회원
제5조 본회의 취지에 찬동하는 회원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제6조 본회의 출금액은 1원이상 학교생도부터 1백원이상 금액을 납부한 회원은 비석에 금액과 이름을 조작하여 영구히 회원을 보존케 한다.
제3장 역원
제7조 본회는 다음과 같은 역원을 둔다. 회장 1명, 부회장 2명, 위원 약간명(11명 상임위원)
제8조 회장과 부회장은 역원회에서 선거한다.
제9조 위원은 회원중에서 회장이 추천한다.
제10조 회장은 회무를 통괄하며 본회를 대표하며 역원회의 의장이 된다.
제11조 부회장은 회장을 보하며 회장 사고시 업무를 대행한다.
제12조 상임위원은 회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무집행을 담당한다.
제13조 본회 명예회장과 고문은 약간명을 둔다.
제4장 집회
제14조 역원회는 회장이 소집한다.
제15조 본회 중요한 회무의 집행은 역원회의 결의로 가름한다.
제16조 역원회는 역원출석자의 과반수 이상 결의를 얻어야 하며 서면회의에 의해 대신 득해야 한다.
제17조 본회에서 수입과 현금은 우편소 또는 확실한 은행 금융조합에 예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