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5' 장승포 가축병원 원장 이경필

한국전쟁의 포화가 한창이던 1950년 12월,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목숨을 건 피란민이 흥남항으로 몰려들었다. 군수물자를 싣기 위해 흥남으로 왔던 매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란민들이 타기 시작했고, 3,000명이 수용가능 한 배에 피난민 1만 4,000명이 탑승했다. 그리고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배 안에서 기적처럼 아기 다섯 명이 태어났다. 미국 선원들은 다섯 명의 아기들에게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60년이 흐른 지금, 다섯 명의 '김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KBS 1TV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25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정전 60주년 특별 기획 '기적의 김치 5'는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전쟁둥이 5인의 삶을 통해 6ㆍ25가 우리 민족에 남긴 상처를 되돌아 본다. 거제도에서 수의사로 살고 있는 이경필씨는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서 마지막으로 태어난 '김치5'다. 평화와 은혜, 나눔의 정신을 강조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는 거제도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취재진은 나머지 네 명의 전쟁둥이를 찾기 위해 거제도와 이북오도청 관련 기관을 모두 찾아 다니며 수소문 한 끝에 겨우'김치1'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당초 그는 자신 때문에 이북에 남아있는 형과 누나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며 쉬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김치1'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취재진은 매러디스호 말고도 다른 피란선에서 태어난 이들의 소식도 확보했다. 이중 캐니언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이종철씨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있었다. 출생증명서에는 그가 1950년 12월 21일에 빅토리호에서 태어났으며, 선장이 그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출생. 고된 피난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준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종철씨는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