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총생산보다 무역규모가 큰 대외의존형 경남은 금년 상반기 내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경기불황의 시련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 경기부진이 지속되었고 선진국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다소 일탈된 수단을 강구하는 바람에 경남 수출업계는 수출을 하면서도 채산성이 악화되는 역풍을 맞기도 하였다. 또하나 거대수출시장인 미국은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으나 실제효과는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도 해외수요부족으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도내 수출기업의 중국내수시장 진출이 지연되어 성장세도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그쳤다. 이와 같이 악화된 해외시장환경의 결과 경남수출을 작년 2/4분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 성장으로 구조적 불황속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수출은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여 그나마 선전하였으나 대조적으로 경남수출은 20%대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경남본부의 금년도 전망치 590억 달러 중 상반기까지 40%초반 달성에 머물 것으로 보여 작년 동기 달성치 57.6%와도 대조를 보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비교할 때에도 경남수출위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수출에서 경남의 비중이 2008년도를 정점(13.5%)으로 금년 상반기에는 9.0%에 그치고 전국순위에서도 6위로 내려 앉아 경남이 '수출 1번지'라는 대명사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 수출감소세도 지자체별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2차 및 3차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품목별로 보면 차부품, 보일러, 원동기, 승용차 등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선박과 건설중장비 등 주력제품의 부진으로 민관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퇴색되고 말았다. 특히 선박은 수주잔량과 선주의 인도시차가 통상 3년이란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감소세는 불가피하였고 당시 저가수주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소형선사의 공급능력 감축과 일부 대형선사의 부진이 감소세를 더욱 부채질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향후에도 큰 폭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년도 상반기 경남수출은 지자체 및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출품목을 안고 있고 여기에 지난 4월 IMF(국제통화기금)가 금년도 세계경기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수정전망하고 있어 경남수출산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진속에 희망의 뉴스도 들리고 있다. 중동, 인도, 중남미 등 잠재성장시장 개척에 매진하여 대형 거래선을 확보한 업체도 있고 해외바이어가 그동안 중국산 등 후발개도국 제품을 구매하다가 이제는 가격과 품질 등 종합적으로 우수한 한국산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가끔씩 수집되고 있다. 그리고 밀양의 전통장류업체는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덕분에 미국인들도 한국산 된장과 간장을 식탁에 올리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 30년간 거제에서 굴가공수출을 하고 있는 어느 CEO는 대미수출길이 다시 열려 당초목표액을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바다장어도 중국 상류층이 찾고 있어 수산물의 수출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개선과제도 도출되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사회복지수요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와 기초지자체는 수출기업을 위해 산업용지공급, 경영안정자금과 해외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여 중소기업을 격려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불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 중의 하나가 해외시장개척지원일 것이다.

해외거래선이 없고 불황여파에 시달리는 2차 및 3차 협력업체에게 불용예산을 집중투자하되 성장률이 6%대를 넘나드는 동남아, 중국,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시장진출을 독려하여 수출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 여기에 기초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조금더 가해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해묵은 문제이지만 중소수출기업은 현장근로자의 근무기피로 추가주문을 받을 수 없고 특히 현장신입직원은 첫출근후 1주일이내 대부분 사직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해야 현장노하우가 유지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우리나라와 경쟁국 제품의 차이가 바로 현장노하우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장근로자의 양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