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은 일제의 대륙침략과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기폭제역할을 했다. 일제는 전쟁을 기념하고자 기념비를 건립해 일본해군기념일마다 '대동아전쟁'을 다짐했다. 이 기념비 제작에  거제·통영 지역 유력자들이 참여해 기부금을 내는 등 치욕스런 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은 이완용 등 나라를 일본에 넘긴 을사오적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한 기념비에 임원이 돼 기부금까지 납부한 행위도 반민족행위인 '친일·부역협력자'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건설회(松眞浦日本海海戰聯合艦隊根據地記念碑建設會, 이하 송진포 기념비회)에 참여한 거제·통영 지역 유력자들을 발굴하여 소개한다. 

▲ 국내 최초로 공개된 1931년 도고가 쓴 송진포 기념비문. ⓒ2005 전갑생

송진포 기념비 건립돼

1931년 1월 22일 오후1시 송진포 기념비회 준비위원회 회의가 통영군청에서 열려 도고헤이하지로(東鄕平八郞)의 자필 비문을 첫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 통영군수 회장, 송병문(宋秉文) 부회장, 가네마루(金丸源一, 도평회의원), 김종원(金宗元, 南鮮海産物 이사)·김기정(金淇正)·지익강(池翼江, 이운면장)·김기옥(金基玉, 장목면장) 상임위원, 김재균(金才均, 통영면 대표자), 양필(梁弼, 사등면 대표자), 조병륜(曺秉輪, 사등면장) 등이 참석해 임원으로 선출됐다.

이 가운데 송병문, 김기정은 '반민족행위자'로 해방 전까지 '내선일체'에 동조한 행위를 끊임없이 보여줬다. 또한 지익강, 양필, 조병륜, 김기옥 등은 일제 관공리로 총독부 정책을 수행한 '부역협력자'들이며, 김재균과 김종원도 면협의회 의원을 지낸 '부역자'로 정의할 수 있다.

1931년 2월 16일 제1회 송진포 기념비회 회의가 통영군청회의실에서 개최되어 5월 27일 해군기념일날 제막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기념비는 5월초 부산 죽본조(竹本組, 일본인 건축회사) 공장에서 제작해 진해로 옮겼다가, 5월 23일 진해에서 선박을 이용해 송진포로 운반됐다. 이어 1931년 5월 27일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된 송진포 기념비 정면에 "구려노력(舊勵努力)", 상단 앞면에 "일본해 해전연합함대근거지 기념비", 우측에 "접적함대견(接敵艦隊見)", 우측에 "황국흥폐(皇國興廢)", 뒷면에 기념비건설회 회원 명단을 새겨 넣었다.

▲ 1928년 10월 13일 진해요항사령부에서 보낸 전보. ⓒ2005 전갑생

기념회 참여한 '친일협력자' 군상들
 
앞에서 송진포 기념비회에 참여한 거제·통영 유력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당시 지역내 지주나 관공리들로 식민지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먼저 송병문(宋秉文, 창씨명 山下秉文)은 통영 출신으로 송영선(宋瑛善)의 아들이다. 송영선은 거제·통영·고성 등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대지주로 미곡과 해산물상으로 성장한 대표적 자본가다.
송병문은 부친의 후광을 받아 29년 6월 통영면협의회 의원과 도평의회의원, 30년 11월 통영군 농회 부회장, 33년 5월 친일협력 단체인 국방의회 통영부회장과 12월 통영청년훈련소 후원회 평의원, 34년 9월 소득조사위원, 34년 10월 토영군 소작위원, 35년 2월 일본 건국기념일 '기원절'에 납세공로자로 표창과 8월 경남관광협회 통영지부 부위원장, 36년 3월 통영산업조합 평의원, 39년 4월 육군지원병 후원회 통영후원회 자문위원, 39년 4월 통영신사 신사어조영(神社御造營) 봉찬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1,500원 기부하고, 8월 조선배영동지회(朝鮮排英同志會) 부회장을 맡았다.
또한 40년 친일협력단체 국방부인회 통영지부 동분회(東分會) 분회장을 송병문의 처 김관(金貫)씨가 맡았으며, 40년 12월 통영량곡배급조합 조합장, 41년 9월 통영군 신배급조합장, 42년 통영군농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1944년 2월 지원병 출정 가정을 위해 통영갱생숙(統營更生塾)을 설립했다.

김기정은 법관양성소를 졸업(1908. 12. 27), 1909년 10월 6일 한국재판소판사, 1909년 11월 1일 통감부재판소판사·밀양구재판소판사, 1910년 5월 16일 부산구재판소판사를 거쳐 총독부판사와 부산변등으로, 1916년 10월 9일 통영군내 도로용지 논2두2승을 기부, 통영면사무소건축비50원을 기부, 1920년 12월 20일 경남도평의회 의원, 1923년 6월 11일 부산변등, 1924년 경남도평회의원, 1926년 통영면협의회 의원, 1933년 통영시민들에 의해 규탄대상자로 지목되어 물러났고, 1933년 6월 29 일 파산선고 당했고, 1933년 9월 21일 변호사규칙7조4호로 등명취소되었다.

조병륜(曺秉輪)은 1931∼1939 사등면장, 1934년 11월 친일협력단체 성포의용경찰단 고문, 1938년 3월 성포어업조합장과 10월 통영군 농회 의원, 1939년 11월 통영군 미곡통제조합 총대, 1952년 성포우체국 주사 등을 맡았다.

양필(梁弼, 1878)은 사등면 내사등리 3통8호, 한문수학, 거제군 향교장의, 적십자사 사원, 1911년 거제금융조합 조합장과 사등면장, 1933년 2월 11일 일본 기원절에 사등면 근업공제조합 보도위원으로 표창과 7월 경남산림회 공로자 표창, 1934년 11월 친일협력단체 성포의용경찰단 고문, 1938년 3월 성포어업조합 특별의원 등을 지냈다.
 
그 외 협력자들로 김종원(金宗元)은 남선해산물(南鮮海産物) 이사, 1932년 11월 진해만정치어업수산조합 창립위원장, 지익강(池翼江)은 1928년∼1932년 이운면장, 1928년 장승포금융조합, 1940년 1월 명지 주조장 경영, 특히 이운면민들의 배척운동으로 면장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김기옥(金基玉)은 1928년∼1934년 장목면장 등을 지냈으며, 김재균(金才均)은 1926년 11월 통영면협의원, 1931년 통영군 도산면장을 지냈다.

▲ 1905년 일본이 작성한 경남지도. ⓒ2005 전갑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