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조례 무시 선례를 남긴 도시계획심의
                                                                    경남신문   이회근 (사회2부 부장대우
최근 거제시와 도시계획위원회가 도시계획 조례상 개발행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산지경사도 20도 초과해 장평동 조선 협력사 기숙사 건립안을 처리하는 선례를 남겨 지역에서 형평성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삼성중공업 협력사 140여 개 중 36개사가 사용하겠다고 밝힌 기숙사 부지는 장평동 산 176 외 2필지 2만7000여㎡의 도시지역 자연녹지로 산지경사도 기준치를 3도나 초과한 평균 23도이기 때문이다.

시는 지금까지 민원인들이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하면 입목축적도 120% 미만, 산지경사도 20도를 초과할 경우 허가신청을 한 차례도 접수하지 않았으며, 토목설계사무소도 시 방침에 따라 도면은커녕 상담 단계에서 거절해왔다. 이번 기숙사 부지 건도 마찬가지로 행정에서 기준을 삼았던 도시계획조례 제18조를 적용,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받지 않고 공정성을 기해야 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이런 조례를 무시하고 국토교통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지경사도와 입목축적도가 기준이 넘을 경우 도심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적용하지 않는다’는 상위법을 내세워 적법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개발행위허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위한 운영지침(2011년 3월 8일 개정) 제4장 2호 개발행위 허가규모 적용완화 대상에는 골프장, 스키장, 풍력발전시설 등 대규모 시설 또는 개발허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곤란한 기존 사찰 부지 확장, 공익사업 시행에 따른 토취장, 사토장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업 대상지가 대부분의 토지는 개발행위허가 기준에 적합하나 일부 토지가 허가기준에 맞지 않는 개발행위에 한해서만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적용완화 심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시의 적법성 주장이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조선 협력사 기숙사는 적용 완화 대상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아 시 감사부서에서 국토교통부에 질의를 하기로 했다.

임명장을 받을 때 법을 준수하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다. 위원회에는 시의원 3명과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이번 건을 처리하기 위해 도시계획위원회 시의원들이 상당히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거제시와 거제시의회가 머리를 맞대어 제정한 조례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잘못이 있다면 허가를 내주기에 앞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 거제시의회는 2년 동안 논란을 빚어온 산지경사도 완화에 대한 조례 개정을 심의한다.

만약 산지경사도 조례가 개정되면 특혜 논란이 사그라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난 2년간 난개발 방지를 위해 산지경사도 완화를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연대협의회뿐만 아니라 민원인들과 충돌은 불가피해 전체 시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는 이 상위법은 삼성·대우 양대 조선소 1회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선례로 앞으로 개발행위허가 불허 처분에 따른 행정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