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청 박종명 공동주택담당의 브리핑 모습

장평동 49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과 관련, 10일 오전 장평동사무소에서 열린 3차 주민설명회는 기대와 달리 별게 없었다. 주민요구사항이 무시된 채 허가된데 따른 격앙된 주민반응에 비해, 시에서는 허가절차의 적법성을, 시행사는 추진과정의 애로만 호소하는 ‘동문서답’ 설명회였다.

▲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이길종 도의원과 거제시공무원, (주)자원산업개발 관계자 일행.

장평동번영회(회장 천종완)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설명회는 장평동 마을이장 등 동 대표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평동사무소 강당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허가부서인 거제시 건축과 과장 및 담당계장, ㈜자인산업개발 김순규 외장 등이 개요설명과 함께 주민질의에 답했다. 선출직으로는 이길종 도의원이 유일하게 참석했고, 지역구 시의원 전원은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설명회는 사업부지 주변도로 교통정체 현장을 찍은 영상자료 상영으로 시작됐다. 디큐브백화점 채종신 총무부장이 지난 7일(토) 오후 2시,5시,7시에 각각 나눠 촬영한 화면을 5분 분량으로 편집해 상영했다. 영상에서 나타난 교통체증 현상은 지난번 2차 설명회 때 나온 교통영향평가 자료화면과 설계사의 시뮬레이션 내용과는 크게 달랐다.

주민들의 격앙된 감정은 본 설명회 시작 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거제시 담당계장이 개요설명에 나서자 배종규 장진회 회장이 “사업추진 경과내용을 담은 자료 한 장 없이 무슨 설명회를 한다는 거냐”며 “이렇게 무성의한 태도로 설명회를 할 요량이었다면 처음부터 참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실제로 이날 단상 앞에 거치해 놓은 고현항인공섬 조감도 등 지도 일부가 전부였고, 참석주민들에게 나눠준 자료는 일체 없었다.

▲ 천종완 장평동번영회장이 병목도로 해결책에 대해 묻고 있다.

▲ 설명회 자료

담당계장의 쟁점사항 설명과정에서도 참석 주민들의 산발적인 이의제기는 끊이질 않았다. 논쟁의 핵심과 벗어난 질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이 성토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설명회 중간 이길종 도의원이 “높이제한 규정은 법적인 문제로 주민들이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이 ‘불 섶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참석주민들의 원망을사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핵심쟁점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민들이 요구한 사업부지 북쪽방향 병목구간 1차로 추가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필수조건’이 아닌 ‘권고’만으로 사업허가를 내준 경위, 둘째 바닷가 쪽 추가차로 확보 및 인도설치에 이행여부, 셋째 건축법에서 명시한 높이제한 규정을 국도14호선이 아닌 이미 폐기된 인공섬 수로를 전제로 적용한 이유 등을 집중 따졌다.

▲ (주)자원산업개발 김슌규 회장이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병목구간 차로확보 문제와 관련, 거제시관계자는 “인접토지 지주와의 협의과정을 지켜봤지만 당장 결론날 문제가 아니었다. 공사기간이 40개월이나 되는 만큼, 일단 사업허가를 해 은행권과의 자금협의에 숨통을 터 준 뒤 공사기간 중에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고 조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자인산업개발 김순규 회장은 “토지 소유주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 협의에 실패했다. 협의가 잘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이 도와달라”고 되레 호소했다.

바닷가 쪽 인도 데크 설치와 관련해서는 시행사측 김순규 회장이 “공사 준공시점까지는 반드시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높이제한 규정과 관련, 거제시관계자는 “항만재개발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전제로 도로(공지포함)를 산정해 사선규정을 적용한 것은 상급기관에 별도 문의는 안했지만, 자체판단에서 적법한 것으로 봤다”며 “사업부지 앞 바다가 상업지로 지적고시 돼 있기는 하지만 항만법상 바다로 봐야 한다. 단지 항만재개발사업에서 수로계획이 있었던 만큼 거기까지 만을 공지로 봐 높이를 되레 제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의말미에 천종완 번영회장은 이길종 도의원을 향해 “도건축심의위에서 왜 높이제한 규정을 따지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의원은 “높이제한 규정은 조례에서 정하는 문제로 거제시가 알아서 처리한다. 도 건축심의위가 가타부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천 회장은 또 ㈜자인산업개발 김순규 회장을 향해 “병목구간 차로확보를 어떻게 할 것이냐. 분명하게 답해 달라”고 재촉했지만, 김순규 회장은 ‘지주의 무리한 요구로 협의가 안된다’는 요지의 말만 늘어놓으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참석 주민들이 “그럼 추가차로 확보를 끝내 안할 거냐”고 가세해 따지자 마지못한 듯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천종완 번영회장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49층 아파트 문제는 향후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할 작정”이라며 “추진위에서 높이제한 규정적용 등에 대한 시 답변을 정리해 상급기관(해수부)에 적법성 여부를 질의하고, 일조권이나 조망권 문제, 공사과정에서의 분진 소음문제 등도 추진위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작정”이라고 밝혔다.

▲조감도

▲49층아파트 인근 도로 교통난 촬영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