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둔 이석영님의 배낭여행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집이없는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없다.

 -류시화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중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날..
그수많은 길들과 이정표들은 결국 집으로 향한것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몇 번이고 여행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하려다 그만두고 그만두고를..그렇게 5년이흘렀다.
나의 여행길을 동고동락했던 배낭과 말없이 내이야기를 들어주던  일기장과 수첩들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창고안에서 그렇게 잠을 자고 있었다.

▲ 스와암부나트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의 문화유산이다. ⓒ 2005 강형식

아줌마 ...길위에 서다

남편의 대학동창 모임에서 나는 경계대상1호다. 행여나 자기의 부인이 나와 친해질까 은근슬쩍 남편들의눈은 나의 행동을 쫓는다. 맞다..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된다. 결혼한 여자가..그것도 무려9개월 동안이나 혼자 여행을 다녀오다니 ....

그날 화재의 중심에 내가 있었고 나에겐 너무나 불편한 자리였다. 그 이후로 남편과는 어떤 모임도 잘 나가지 않게되었다.

사람은 때로 자신의삶이라는 자를대고 타인에게 옳고 그름이라는 칼로 재단질하려 한다. 처음엔 공부를하려고 떠난 길이 여행이 되어버렸지만 남편은 건강하게 세상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더욱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속으론 은근히 공부를 포기하고 돌아와 주길 바랬노라고 웃으며 고백하면서...

▲ 아름다운 도시라는 의미의 라리트푸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파탄에 위치한 달발 광장. ⓒ 2005 강형식

네팔(nepal)로가는길

신들이 사는 산,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나라.. 네팔

나는 그곳을 가기위해 방콕공항에서 무려 세 시간이나 비행기를 기다려야했다. 네팔의 유일한 항공인 로얄네팔은 국제항공기란 말이 무색할만큼 작고 초라했다. 비행기안은 돗대기시장 상인같은 네팔인들이 그들의 보따리를 비좁은 좌석사이나 좌석밑으로 연신 쑤셔넣는 바람에 도착할때 까지 다리를 조금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시간을 날아 도착한 카트만두국제공항..역시나 국제공항이라기 보단 기차역같은 분위기의 그곳에 네팔 시간으로 새벽 1시가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이렇게 늦게 도착하게 될 줄이야..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며 공항을 빠져나와 저 캄캄한 어둠속으로 어떻게 걸어 나야야 할지..나는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 한무리의 홍콩인들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중국어로 무어라고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내앞을 지나쳤다. 나는 일단 그들을따라 공항을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그들이 탄 봉고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역시나 홍콩인들로 단체여행을 온 사람들이라 미리 호텔에서 봉고차로 그들을 데리러 온 것이었다.

어쨌든 무사히 숙소까지 가게되어 다행이었지만 그곳은 앞으로 내가 묵게될 그 어떤 호텔들보다도 비싼 곳이었다. 아무튼 네팔과의 첫 조우는 그렇게 톡톡히 값을 치룬셈이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