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기념비는 ' 친일인사 협력자'들의 기금으로 건립됐다.

9·18 침략사건(일명 만주사변) 8개월을 앞두고 세워진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이하 송진포 기념비)' 건립 사업은 일제 내각과 군부, 일본 자본가 등이 주축으로 추진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특히 일제는 조선인 '친일유력자'들을 '내선융화(內鮮融和)'라는 구호아래 조직구성과 기부금을 통해 협력하도록 했다.

기념비 기부금, 금액 상관없이 '친일협력자'

1931년 1월 22일 송진포 기념비 위원회가 거제·통영 유력자들로 구성돼 '전 국민적 모금운동'을 벌인다고 선언했다.

1차로 2월 16일 송진포 기념비 상임위원회는 기부금 신청자 총 70명 가운데 100원 이상 23명을 돌파했으며, 총 모금액 4,348원15전이라고 발표했다.

1931년 도시노동자들의 월급이 15∼16전임을 감안한다면, 1원 이상을 기부금을 낼 수 있는  유력자들은 가난 농사꾼이나 일반 주민들이 아닌 대부분 대지주나 자본가들이다.

2월 16일 송진포 기념비 위원회에 송병문(宋秉文) 위원회 부위원장 500원, 진정률(陳正律) 150원, 양필(梁弼)과 김영수(金榮洙) 등이 각각 100원을  건립 기부금을 냈다. 또 서태문(徐太文) 원량면장이 200원을 내면서 유력자임을 과시했다.

당시 거제지역에서 기부금을 납부한 사람들은 박춘훈(朴春薰, 사등면 성포) 10원, 정대고(丁大高, 장목면 관포리) 50원,  김경조(金敬祚, 장목면 관포리) 5원, 김영찬(金永燦, 통영) 10원, 전혁구(全赫求, 통영) 50원, 김주인(金周寅, 장목면) 20원, 김희홍(金喜洪, 장목면) 5원, 강주형(姜周亨) 5원, 정노숙(鄭魯淑, 대금) 6원, 정명조(鄭命祚, 대금) 8원, 박춘선(朴春先, 장목면 대금) 8원, 여학주(余學柱, 장목면 대금) 8원, 김희규(金喜奎, 장목면 시방) 16원, 박성진(朴性珍, 장목면 시방) 15원 등이다.

다음은 통영군에서 납부한 사람들은 박진상(朴鎭庠, 한산면) 100원, 박상근(朴常根, 한산면) 10원, 이우근(李宇根, 한산면) 30원, 유치규(柳致珪, 한산면, 1937년∼38년 일운면장) 30원 등이다.

또한 단체 기부금은 진해기념탑 보존회 700원, 부산수산회 통영지점 150원, 구조라 학교조합 회원일동 200원 등이다.
 
이 가운데 100원 이상 기부금을 납부한 거제·통영 인사들을 보면 '친일유력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진정률(창씨명 陳山正律, 1890∼1958)은 진양어업주식회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리사촌(入佐村) 우체국장, 이운면협의회 의원, 장승포금융조합 평의원,  1939년 9월 28일 장승포읍 경방단(警防團) 부단장, 1947년 국민회 거제군 장승포읍 지부장, 1954년 장승포읍 의원과 한국신학대학 재단이사장(초대, 현 한신대) 등을 지냈다.

김영수(金榮洙, 1887~1959년, 창씨명 金村吉祐, 가배리 출신)는 경남수산회의원, 저구의용단 고문, 경남도회의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