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당신안에 있는 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두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는 아마 인도인이거나 네팔인일 것이다.

그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인지 인사법도 종교도 사는 모습도 참 비슷한 게 많다.

하지만 정치상황은 네팔이 조금 더 불안한 편이다 그래서 걸핏하면 스트라이크 때문에 상점들이 문을 닫고 버스터미널에선 버스가 운행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있다.

하지만 카트만두안에 외국인들의 거리라고 불리는 타멜 거리는 정치상황과는 상관없이 늘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서양식 레스토랑과 pc방, 상점들이 네팔의 불안정한 전기공급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불야성을 이룬다.

첫날밤을 그렇게 비싼 호텔방에서 보낸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싼 숙소를 찾기 위해 가방을 챙겨들고 타멜 거리로 나왔다.

엷은 안개가 이국적인 건물들 사이를 떠다니는 거리를 걷노라니..이제야 내가 네팔에 왔다는 실감이 피부속까지 느껴진다.

▲ 화장터.

'시타의집'... 갑자기 내 눈을 사로잡는 한국어가 눈에서 불꽃이 튀듯 번쩍 눈에 뜨였다
태극 마크까지 있는걸 보면..분명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임에 틀림없다. 가정집 같은 건물 이층에 올라가 보니, 한국인은 보이지 않고 눈이 큰 네팔인이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임상병리학을 공부하고 왔다는 네팔아저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그에게서 알수 없는 신뢰감을 느끼며 이곳으로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거리로 다시 나섰다.

마침 그곳에 묵고 있던 대학생이 괜찮은 식당을 안다며 같이 동행을 자청한다. 그와 함께간 곳은 스몰스타라는 아주 작은 한글간판이 걸린 소박한 식당이었다.

한국어로 주문을 하는 대학생에게 역시 한국어로 대답을 하는걸 듣고..여긴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도 한국에서 7년동안 일을 하고 고향에 돌아와 작은 식당을 하는 ‘판초라마’라는 이름의 노총각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나는 카트만두에 있는 내내 그곳에서 식사도 하고 가끔 저녁엔 빨대로 먹는술인 뚱바 (곡식으로 만든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도수가 아주 낮다)를 먹으러 가곤했다.
며칠 계속 그곳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판초라마씨와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만큼 친해지자 그는 한국에서 일 하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체불된 임금을 결국 다 받지 못한 채 네팔로 돌아와야 했단다.
“하지만 한국사람 미워 안해요. 좋은 사람들 많아요. 사장님 미워 안해요”라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한국인이라는게 부끄러워졌다.

▲ 빨대로 먹는 술인 똥바(곡식으로 만든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도수가 아주 낮다).

카트만두는 네팔의 수도인 만큼 볼거리도 많다.
인도만큼이나 다양한 종교를 믿는 그들이라 곳곳에는 힌두교 사원들과 조로아스트교사원을 볼 수 있다.

네팔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신비한 눈을 가진 스와얌브나트는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면 카트만두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사원인데 탑 안으로 들어가면 신자들이 초를 올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힌두교 문화에 영향을 받아  그들은 화장하는 풍습을 따르는데..이곳 화장터인 파슈파티나트는 외국인들에겐 그들의 장례풍습을 볼 수 있는 특이한 관광지이다.
파슈파티나트로가는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가다 내려서 걸어 가다보면 물이 적은 강을 만나게된다 그 강주위가 화장터인데 매일 매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 네팔인들과 맞은편 돌계단에서 구경을 하러 온 여행자들의 모습은 이상하게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들은 돌재단위에 나무를 쌓아 시체를 태우는데...그날 들어온 시체중엔 젊은 여자시체가
있었다. 그녀의 연인인 듯한 젊은 남자가 시체에 막 불이 당겨지자 몸부림을 치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그 울음 소리에 보는 이의 마음도 울컥하여..차마 계속 쳐다볼수 없어 뒤돌아 서서 나도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시체가 다 타고 나니 일군들이 재를 쓸어 모은다.그런데 쓸어모은 재속에 손으로 뭔가를 열심히 찾는 것 같더니 바지주머니속으로 뭔가를 쏙 집어넣는다. 자세히 보니 죽은자의 금니나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왠지 마음이 씁쓸해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는 어쨌든 살아야 한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그들의 눈에 내눈물은 어쩌면 배부른 악어가 흘리는 눈물로 비쳐졌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