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매일 한상균 기자]꿈의 바닷길을 연 거가대교가 다음 달 14일이면 개통 3주년을 맞는다.

거가대교는 건설 당시 대통령 별장 청해대 저도터널， 바다 밑 침매터널 건설 등 갖가지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거제~부산 간을 승용차로 3시간대에서 1시간대로 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편도 속속 증편됐다. 거제~사상ㆍ노포동 노선을 합쳐 매일 10~20분 간격으로 80회 운행하고 있다. 여기다 양시와 경남도가 협의 중에 있어 거제~부산 간 시내버스 운행계획을 양 시와 경남도가 협의 중에 있어 이 일이 이뤄지면 말 그대로 거제ㆍ부산 동일생활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거가대교 개통은 거제시민의 해묵은 숙원을 이루는 ‘모세의 기적’에 비견되는 대역사였지만 개통 전부터 인근 대도시인 부산시에 경제적 예속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런 쏠림현상은 개통 후 그대로 나타나 쇼핑ㆍ의료ㆍ교육ㆍ문화ㆍ생필품 등에 대한 욕구가 부산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 한국종합예술대학 박경삼 교수 촬영 '거가대교 위용'

가장 눈에 띄는 쏠림이 쇼핑분야. 거가대교가 열리자마자 대도시로 향한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부산의 서면， 해운대， 자갈치를 비롯， 김해 장유까지 대형쇼핑센터가 자리한 곳은 거제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에 편승， 부산의 대형 백화점은 거가대교 통행경비 등 특전을 내걸며 고객유치전을 펼쳤고 이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빨대효과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민 A(여ㆍ38ㆍ주부ㆍ거제시 고현동)씨는 “평소 필요한 품목을 메모해 뒀다 친구 네댓 명과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 위해 부산을 간다”며 “몰려다니는 재미도 있어 한 달에 몇 번씩 다녀도 경비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또 B(여ㆍ45ㆍ회사원ㆍ거제시 연초면)씨는 “단체 한복을 부산의 대형 시장에서 맞췄다”고 자랑했다.

의료분야도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대학병원이 없는 거제에서 적기에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건강검진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분야까지도 부산의 대형병원이나 유명 종합병원에 고스란히 시장을 내주고 있다. C (52ㆍ회사원ㆍ거제시 옥포동)씨는 “직장 동료가 최근 옆구리가 결린다면서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이 전이 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사해 시골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지정병원에서 매년 검진을 받으며 아무 이상이 없이 계속 근무했었는데 폐암 3기가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건강검진을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계속 받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생필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거제는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고착돼 바람도 쐬고 쇼핑도 하자는 장보기가 유행이 됐다. 주로 단체행사용품을 사기 위해 부산의 대형 도매시장으로 몰린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단체는 생일축하， 시상， 간식 등에 쓰이는 물품을 아예 단골 도매시장을 정해 놓고 이용하고 있다.

원룸，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지역 배제현상도 눈에 띈다. 세입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아예 대도시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을 도매시장에서 구입한다. 이곳에서는 구미에 맞는 제품을 마음대로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부산의 모 외제 전자제품도매센터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는 꽤 유명한 구입처가 됐다.

교육분야도 뒤지지 않다. 60~70년대는 부모님들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허리끈을 졸라매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보냈지만， 이제 그 풍속도는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둔 D(여ㆍ36ㆍ주부ㆍ거제시 고현동)씨는 올 연말께 거처를 아예 부산으로 옮기고 의사인 남편은 거제로 출퇴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아예 부산 유치원에 보내려고 거처를 옮긴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일찍 대도시 학교로 옮기려는 것은 주로 중산층에서 사교육시장이 다양하고 넓은 지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교통이 편리해 남편이 출퇴근 가능한 부산이 최적지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거가대교 개통 3주년을 맞는 거제시의 현주소는 양대 조선소로 형성된 소득 3만 불 시대의 경제적 여력과 잘 갖춰진 도로망， 편리한 교통체계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쇼핑몰， 교육， 의료분야로 욕구가 분출하는 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한국해양대학 거제캠퍼스과 동아대학교병원 거제분원 건립이 추진되면서 운영권을 쥔 부산의 대학과 병원이 거제 점령에 속도를 더 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거제시는 돈 있는 사람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재래시장 살리기를 비롯한 거제상권 사수에 사활을 걸면서 조선산업과 관광을 접목한 정책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 경제지키기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 거가대교 개통 3년차인 올해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거제시가 지역상권 사수를 위한 중점시책이 ‘거제사랑상품권’ 판매다.

거제시가 재래시장，로드숍 등 지역상권 사수를 위해 발행한 상품권은 지난 2006년 57억 원가량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후 판매가 늘어 지난해 150억， 올해는 178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현재까지 누계실적이 780억 원에 달한다. 이 상품권은 전량 전통시장， 대규모 점포， 인정시장， 음식점， 이ㆍ미용실 등 1천550개 가맹점을 통해 지역상권에 뿌려진다.

관광객을 불러오는 축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거제도펭귄국제수영축제(1월)， 대금산진달래축제(4월)， 섬꽃축제(10월) 등 계절에 맞는 축제를 연중 매월 장소를 달리해 배치해 놓고 있다. 이런 축제들은 이제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해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거가대교 개통은 거제대교에 이어 부산을 잇는 대륙을 향한 두 번째 꿈의 바닷길이다. 한편으로는 통영~대전으로， 또 한편으로는 부산으로 교통망을 펼친 것이다. 마산을 잇는 국도 5호선 이순신대교，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성사되면 국내 전역을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환상의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

교통이 편리해지면 장단점이 분명히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 구호에 그치는 환상의 섬이 되지 않기를 거제시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