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동주민자치위원장  임혜숙씨

상문동은 7천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세 번째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24명의 위원과 3명의 고문이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거제시 주민자치위원회의 성격상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자치위원회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문동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여성위원이 54%나 되고 남성위원들도 호의적이어서 좀 더 색다르고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사업추진을 계획하다보니 그중 하나가 주민자치위원들과의 해외연수사업이었다.


이번 상문동 주민자치위원회의 해외 연수계획은 좀 더 구체적인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위한 선진지 벤치마킹 일환으로 준비되었다. 먼저 선진지 견학장소 설정과 어떤 활동을 위주로 벤처 마킹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수차례 머리를 맞댄 의논결과 지난 9월, 거제시와 상의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곳이 일본 큐슈에 위치한 야메시와 나가사키시의 '다이아란도3쵸메'(일본내 우수주민자치위원회 명칭) 주민자치위원회 방문으로 결정되었다.

출발 일자는 10월 31일. 17명의 위원들과 상문동 공무원 2명이 동참하는 높은 열의로 대단히 고무적인 출발이었다.
드디어 떠나는 날,
17명의 위원과 상문동 원철승 동장 외 1명의 담당공무원이 2박 3일 해외 연수일정에 동참했다.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저 관광으로만 다녔던 것과는 달리 모든 책임을 안고 가는 책임자로서의 무게가 새삼 무거워 옴을 느끼며 매사에 신중을 기하고 위원들에게도 나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 했다 우리들의 2박 3일 일본 일정을 함께할 인솔자는 세계항공 이금숙 사장이 추천해 준 오윤진 가이드였다.
야메시청에 도착하니 거제에서 면식이 있는 니타 주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의 안내로 우리는 야메시 주요 관광지와 자치활동 지역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깔끔한 도시환경이었다. 길가로 깨끗하게 정화된 생활하수가 흐르고 복고풍의 단아한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대나무가 많은 관계로 크고 작은 죽세공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점심식사도 깔끔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야메시청을 방문했다. 야메시청 직원들은 여성인 내가 주민자치위원장이란 것과 54%가 여성 위원이란 점에 놀라워했다. 관계자들로부터 야메시의 현황과 주요 특산품인 녹차 생산과정, 계절별로 추진하는 사업과 홍보영상을 관람한 다음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주요 내용은 농촌 고령화문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 생활하수 처리과정 등으로 30여분간의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질의 응답을 통해 보여준 우리 상문동 주민자치 위원들의 관심과 열의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우리는 지난번 거제시민의 날 행사에 방문하셔서 축사를한 야메시장님의 사진을 교육장님께 전달하고 정해진 시간의 짧음을 못내 아쉬워하며 브리핑 장을 떠났다.

야메시 방문을 마친 일행은 우리가 묵을 숙박지인 키쿠치 호텔로 가기 위해 쿠마모토로 향했다. 창밖의 벌판은 삼거동을 일본에 옮겨 놓은 듯 낯익은 분위기였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위원들은 저마다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소감을 발표했다. 다들 몇 번씩 왔는지도 모를 큐슈여행이지만 이렇게 선진지 연수형태로 일본을 방문하고 보니 모든 것이 새로운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유카타 때문에 한바탕 법석을 떨며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있는 마음들을 붙잡고 온천탕으로 향했다. 하루의 피로감이 수질 좋은 온천수에 모두 녹아 내려 안도의 한 숨으로 다가왔다. 위원들과 소담을 마친 뒤 가이드와 원철승 동장님을 만나 다음 일정을 의논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참 바쁜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11월의 시작을 일본에서 맞았다.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삼삼오오 로비에 모여 오늘 일정들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8시에 버스는 나가사키시로 출발했다. 우리 일행들의 목적지인 다이아란도3쵸메 주민자치위원회를 공식방문하기 위해서이다.
두 시간 반을 달려 나가사키시에 도착하니 배용준 나가사키대학 교수님과 마츠시마 주민자치위원장님이 직접 마중을 나오셨다. 게다가 우리 일정에 도움을 줄 통역 도우미까지 데리고 나와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우리는 준비한 자료와 그들에게 줄 선물들을 챙겨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다이아란도3쵸메 마을은 50여 세대 1,600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30년 정도 된 작은 마을로서 일본 내에서도 선진지역으로 알려져 자주 방송과 언론에 소개된 곳이다. 현재 활동 중인 주민자치위원의 수는 60명이며, 마을 인구의 99%가 자발적으로 주민자치활동에 동참하고 있어 외국의 많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이곳의 주요 사업 내용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몇 가지 주요 사업들을 몇 가지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각 집집마다 출입문 옆에 주차공간을 확보하여 도로 불법주차를 없애고, 노인들에게 안심카드병 활용을 통해 위급 상황 시 노인의 건강상태 등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정원을 오픈시켜 상호 정보교류와 만남의 장으로 이용하며 2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야산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들의 의지로 정비작업을 진행하여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시켜 가고 있었다.

우리 같으면 거제시가 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을 사업인데 주민 스스로가 동참해서 진행한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한 일행들은 배교수님의 설명과 마츠시마 회장의 방송프로그램 설명을 들으면서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성공사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점심시간을 통해 이들과의 교류의 시간은 더욱 돈독해 졌다. 특히 주민자치 위원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일반 음식점 보다 적은 금액으로 대접하고 그 수익을 공공사업에 사용하는 모습은 신선하면서 감명적이었다. 우리는 서로 명함을 나누며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다. 그리고 일행들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사업장과 여신대교,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등을 둘러본 뒤 이틀째 여장을 풀었다. 만나면 헤어짐의 아쉬움도 커지는 법일까 내내 다이아란도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나가사키시의 야경은 은은하면서도 일품이다. 조선소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조명과 불빛들이 일본의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이제 돌아가는 날!
일행은 나가사키에서 버스로 세 시간을 넘게 이동하여 태재부 천만궁으로 향했다. 학문의 신을 모신 천만궁은 입시철인 요즘 가장 많은 참배객들이 몰려오는 신사.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서로 즐거웠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짧은 3일간의 일정에, 함께 해준 시간들에 감사와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가 보고 들었던 모든 것, 그것들은 앞으로 상문동 주민자치위원에서 새롭게 더 좋은 아이템으로 재탄생 될 것이다.

지난 6년간 2기의 주민자치활동은 3기의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였다. 주변 환경정화 활동과 지역 리더를 위한 맞춤형 교육, 소외이웃 돌봄이 사업,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글교실 운영, 거제시민을 위한 한여름 밤의 축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 및 음식바자회 운영, 구례군 산동면과 주민자치위원회 자매결연 사업, 또 하나 얼마 전 경남대표로 선발되어 나갔던 제6회 전국주민자치센터 문화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우리 동 댄스팀이 장려상을 받아 자치위원회의 위상을 높인 일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함께하는 지역사랑만이 1등 문화시민이 되는 길이다. 주민자치 위원회를 통해 열심히 일하다보면 칭찬도 받게 되고 동의 발전도 가속될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리더의 관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진다. 애써준 공무원들과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과 여행에 도움을 준 관계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살다보면 또 언제인가 훌쩍 여행을 떠나겠지만 이번 여행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한 위원 모두에게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며 우리의 삶이 오늘보다 더 나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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