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난 11월 28일 매일경제 기획특집으로 부산을 ‘원아시아 대변혁 심장으로’라는 주제의 부산도시선언문을 발표했다.이 선언문은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와 한국을 대표하는 3명의 도시학자와 글로벌 컨설팅 ㈜아서디리틀과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지금 아시아는 해양전쟁 중이다.중국의 해양경제규모는 2012년 기준 800조원이며, 러시아는 2025년까지 390조원을 투자하는 등‘동시베리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고, 일본도 2016년까지 대수심 항만을 현재의 3개에서 12개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바다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이 해양산업에서 뒤처질 경우 선진국 대열에 영원히 합류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에서 우리 나라를 원아시아 중심국가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과 구체적 액션플랜을 선언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국토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남해안 초대형 해안도시군을 아우르는 메갈로폴리스(여러개의 도시가 연결된 거대한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는 발제에 동의와 찬사를 발표자에게 보냈다. 이러한 해양시대의 큰 흐름에서 거제시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남해안의 중심도시임에 틀림없다. 향후 우리시의 큰 방향은 해양도시건설과 관광휴양도시의 발전이다. 해양시대의 3가지 요소인 항공과, 항만, 크루즈 여행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남부권 신국제공항이 가덕도에 열리면 거제시는 앞마당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대수심 항만건설의 입지여건이 부산, 창원보다는 거제의 바다가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 다행히 이번 2014년 당초예산에 권민호 시장은 크루즈 기본계획 예산으로 1억 원을 반영시켰다. 향후 2025년경에는 분명 거제가 크루즈 여행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것을 염원해본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은 금년 2월과 8월 두 차례 거제도를 방문한 예술의 전당, 여의도마스터 플랜을 설계한 김석철 교수님과 동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의 방문기간 중 거제발전에 대하여 여러 분야를 자문 받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한 분야로 약 2천 억 원이 투자되는 기간산업인 크루즈 모항을 유치해야 된다고 했다.이러한 관점에서 본인이 거제시 발전상을 담아서 미래소설(SF소설) 형식으로 졸필을 기고해 본다.

남해안 크루즈 여행.......
삼천년 옛 도시인 중국의 서안공항에 한국을 향한 여행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왼편의 인천공항으로 가는 탑승구는 한산해 보이는데 오른편 가덕도 공항의 안내판이 보이는 곳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제 보잉 777기종은 구형이 되어버리고 투명기체로 하늘을 볼 수 있는 최신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서안의 삼성전자에서 장래 유망인재로 입사한 짱 커플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한국의 남해안 크루즈 관광을 하기 위해 최신 슈퍼점보 A380에 여행 수속을 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2층 구조로 800석이 넘으며, 구름위에서 밤하늘의 별을 헤어볼 수 있는 지능형 객실을 자랑하고 있었다. 2시간 비행하는 동안 가상의 입체화면과 자동으로 조절되는 안락한 좌석공간으로 두 연인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기내 서비스를 느끼자마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여러분! 잠시 후 가덕도 공항에 착륙예정입니다.“

창밖의 열린 시야에는 봄꽃 들판에 쪽빛바다, 환상의 다도해가 어른거리며 지나갔다. 낙동강 물줄기의 끝자락에 신항의 크레인이 하늘을 향하여 소리치고 있었다. 역동적인 부산신항의 모습도 잠깐! 거대한 굉음을 내면서 A380기는 사뿐히 착륙하였다.

사실, 3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원이라 일컫는 서안 땅은 중국의 서북부 내륙에 있는 도시이다. 이 커플은 물론이고 1천만에 가까운 이곳 사람들은 쪽빛 바다 위 섬들의 이야기를 그리워 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의미있는 추억의 저장고는 신혼여행 스토리일 것이다. 이 스토리의 무대를 한반도의 남해안으로 선택하여 오게 된 것은 평소의 그리움이 내면에서 떠오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서안에 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의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반도체 공장의 모체가 대한민국의 수원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반도체산업의 본류를 탐방하고 서울 수도와 천년왕국 경주로 가는 자유일정도 포함시켜 놓았다. 짱커플은 남해안 크루즈 5박과 자유일정 2박으로 7박 8일의 여행일정을 검색하면서 행복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짱커플은 가덕공항의 리무진으로 거가대교를 건너 저도에 위치한 한옥형 누각의 요리집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넘실대는 바다의 풍광과 이른 오후 스시오찬에 에티오피아 드립커피로 가뿐한 기분이 되었다. 짱커플은 리무진에 탑승하여 이순신 기념공원의 380m 높이의 위용을 드러낸 한국최고의 타워로 향했다. 회전식 타워꼭대기까지 승강기로 오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드러날 때 어느 서양인이 “오! 원더풀”을 연발하고 있는 사이 “저기가 일본의 대마도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순신 장군의 모든 해전사를 4D 영상으로 관람하면서 동해와 남해를 마주하는 한반도와 일본의 역사적 숙적관계에 전율을 느꼈다.  수평선으로부터 일몰의 시간이 다가올 때 휘황찬란한 타워의 야경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환상의 불꽃 속에 사랑을 속삭이면서 싱싱한 해물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브라보를 연호했다. 타워를 뒤로한 채 밤바다가 불빛에 훤히 비치는 덕포비치 파라다이스 HOTEL이 허니문 첫날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눈앞에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는 덕포해변이 펼쳐지며 잔잔한 햇살물결이 가슴으로 안겨오는 듯 느껴졌다. 잘차려진 해산물 뷔페로 조찬을 즐기고 대금의 크루저 모항으로 가기 위해 리무진에 탑승하였다. 가는 길목에 민주화의 상징인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여 한국의 정치사를 탐문해보았다. 그림같은 이수도를 지나가며, 곡선미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변을 스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5,000여명 정원의 블루오션 크루저가 손짓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크루즈에 승선하여 10여분이 지났을까? 아름다운 거가대교의 자태가 다가올 때 짱커플은 카메라에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한옥형의 누각 스시요리가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짱커플이 푸른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선상에서 점점이 떠있는 섬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리나 항만이 이들 눈앞에 펼쳐졌다. 요트선박이 빽빽이 정박한 봄날의 오전풍경은 산야와 조화를 이루며 한편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칠천도 앞바다에서 선상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여기가 400여 년 전 일본과 한국의 7년 바다싸움에서 유일하게 조선수군이 패배한 곳, 1만명의 병사가 전사하면서 지금도 통곡의 소리가 들려오는 임진왜란 역사의 현장입니다.”
한 맺힌 칠천의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 기념공원의 큰 붉은 깃발함성이 그 시간의 쓰리고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펄럭대고 있었다.

짱커플은 호수같은 한려수도에 늘어선 어촌마을과 관광마리나, 섬섬히 떠있는 섬들의 자태를 바라보면서 마산과 거제로 연결된 이순신 대교를 지나 견내량 해협에 들어섰다. 이곳은 700년 전 고려나라 의종 왕이 무신의 반란으로 왕위를 찬탈당하고 식솔들과 피눈물을 뿌리며 나룻배로 건너왔던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폭 700여 미터의 뱃길이었다. 임금이 건너왔던 곳이라하여 일명 거제를 ‘전하도’라고 부르기도 하였단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지 200년 만에 일본의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의 격전지!! 한산대첩의 시작점인 견내량 해협이다.

이곳에서 적을 유인하여 세계해전사에 최고의 수군전법으로 기록된 학이 날개를 편 모양으로 함대를 배치하여 적을 침몰시킨 학익진 전법으로 왜선 56척과 일본수군 7천명을 수장시킨 역사의 현장이다. 봄날 정오의 햇살이 무거운 침묵대신 따사롭게 초록물결을 반짝이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 어귀에 있는 남망산 공원에서 예술공연을 알리는 푸른 쌍깃발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선상에 서서 아름다운 주변도시모습에 취해있던 짱 커플의 시선이 흩어졌다. 그때쯤 통영시내와 미륵도와의 바다목인 판데목을 파서 1932년에 동양최초의 해저터널로 만들어진 통영운하를 크루즈 자선으로 통과하여 푸른 깃발이 펄럭이는 세계 음악예술의 도시 통영항에 기항하고 있었다.<계속>

 <참고자료>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