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라는 원래 자라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조라목, 조랏개, 조라포, 목섬, 목리 또는 항리라 했고 '조라'라는 마을이였다. 성종원년인 1470년에 외세침입을 막기위해 거제칠진(巨濟七鎭)을 뒀는데 그 중 조라진을 임란후 옥포진 옆 조라(助羅)로 옮겼다가 다시 옮겨 지명이 구조라(舊助羅)가 됐다고 한다.

▲ 공곶이와 내도

▲ 산성안 밭에 있던 토기조각들

구조라하면 누가 뭐래도 길이 1,000m의 넓고 얕은 백사장과 난류가 흘러  따뜻한 구조라해수욕장을 기억한다. 한국전쟁때 거제포로수용소에 주둔했던 미군이 개발했다고 전하는 거제도의 제일 큰 모래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역사의 현장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구조라진성이다.

구조라선창마을에서 수정봉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둘레 360m, 높이 3m의 구조라진성(舊助羅鎭城)의 옛모습을 볼 수 있으니 구조라진성을 수정봉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아래 있는 집들의 돌벽들은 사람들이 알고서 그대로 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옛날에 쌓아올린 옛성터의 모습들임이 분명하다.

▲ 내도와 외도

▲ 수정봉

산을 오르다 보면 산성안 가득히 밭들이 많다.  밭을 일군 곳곳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옛도자기들의 조각들,  동행했던 전갑생연구원의 의견을 빌리자면, 현대의 기술과 사뭇 다른 방식으로 구워진 것으로 보아 그당시의 유물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

둘러쳐진 성벽 바깥으로는 외성의 일부도 그대로 남아있고 최근에 만들어진 튼튼한 소나무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느린 걸음 1시간 정도 올라가 수정봉 정상에 우뚝 서면  대한해협의 항로를 알려주는 남동해 최대의 등대 서이말등대가 보이고  공곶이마을,  그앞으로 내도,  외도,  홍도,  윤돌섬,  해금강, 날씨가 좋으면 일본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반대편 또한 구조라항, 구조라해수욕장이 내려다보여 경관이 아주 근사하다.  정상에서는 '수정봉'이라는 팻말위로 매가 높이 날고 딱따구리소리가 '딱딱'하고 들린다.

이름만 들어봐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섬, 정상에서 제일 오른쪽으로 보이는 윤돌섬(尹乭島)에는 그야말로 전설이 있다.  옛날 윤(尹)도령이라는 사람이 홀어머니와 살았는데 썰물때 어머니가 거제도로 걸어서 나갔다가 아버지라 불렀던 사람과 만나 놀다가 새벽에 돌아올 때면 민물이라 섬의 목이 깊어서 물에 빠져 고통을 겪는 것을  보다 못한 아들 윤도령이 효심(孝心)으로 돌다리를 놓아 주었다해서 윤(尹)도령섬 또는 효자섬이라고 한다.

▲ 구조라초등학교옆에 있는 허리잘린 일본송덕비

▲ 정상에서 내려다본 구조라항과 해수욕장

이 구조라는 1909년 경술국치를 전후해서 46가구나 되는  일본인들이 대마도를 거쳐 이주해와서 거제해협 어장을 강제독점해  마을 사람들과 많은 대립이 있었고,  예라고는  전혀 모르는  침략자의 횡포를 보이면서  조라 심상소학교, 전신사무소, 순사주재소, 신사 등을 짓고 살았고,  지금도 구조라초등학교 입구 오른편에는 일본인 송덕비가 허리가 잘려진 채  남아 있다.

같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체되면서 현재 역사는 진행중이다.  지금 우리들의 세포세포속에는 마치 마이크로칩과도 같이 입력된 선조들의 모든 역사가 숨쉬고 있다.  이런 역사현장들을 답사하면서 흐려진 정신들을 바로 세우고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 윤돌섬

▲ 성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