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디어오늘' 창간  10주년과 거제타임즈 창간 2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으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한 국가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혹은 좌와 우의 선의의 경쟁과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와 한국 언론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군사독재 정권 등을 거치며 형성된 보수언론 중심의 시장질서는 여론의 편향과 왜곡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언론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무관심의 영역으로 방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는 5월17일로 창간 10주년을 맞는 미디어오늘은 사회의 낮은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언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보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언협, 월간 ‘말’‘한겨레’ 창간 주도 … 월간 ‘길’‘노동일보’ 중도하차

1. 진보언론의 개념과 역사
2. 진보언론의 현황
3. 진보언론의 열악한 현실
4. 진보언론은 혼자가 아니다

한국은 격변의 현대사를 경험했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이승만 독재정권,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으로 이어진 역사는 모순된 사회현실의 원인이 됐다.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평등사회와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가치 속에서 잉태됐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족의 통일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민족적 과제에 대한 언론인들의 관심은 시대의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진보언론의 역사는 눈물과 땀의 역사였다. 군부독재에 맞서 목숨을 건, 저항을 해야 했고 살인적인 물질적·정신적 고통과 싸워야 했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 진보언론의 역사에서 민족일보를 빼놓을 수 없다. 민족일보(사장 조용수)는 지난 1961년 2월13일 창간돼 민족자주통일과 남북교류·협상 등 당시 혁신계의 목소리를 대변했지만 5월16일 창간 3개월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당시 5·16 군사쿠데타 세력의 ‘혁명검찰부’는 민족일보가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했다는 혐의를 내세워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켰다.

1975년에는 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언론을 외쳤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강제 해직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직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를 결성해 자유언론 수호투쟁에 나섰다.

▷80년 언론인 강제해직과 언협의 출현= 1980년 7∼8월에는 군부독재에 저항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전국적인 제작거부 운동을 펼쳤던 언론인들이 강제로 해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신군부 세력은 1980년 11월12일 문화공보부를 통해 172개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취소시켰고 ‘씨알의 소리’ ‘창작과 비평’ ‘뿌리깊은 나무’ 등 진보성향의 유력 월간지들을 폐간시켰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한국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80년 언론인 강제해직 뒤 언론통폐합을 거치면서 1981년 신문업계 종사자는 8849명으로 전년도(1만210명)에 비해 1361명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군부독재의 비판 언론인 말살 정책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진보언론들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동아투위, 조선투위 출신 기자들과 80년 해직언론인들은 1984년 12월19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신)’를 결성했다. 언협은 ‘월간 말’지와 ‘한겨레’ 창간을 주도하면서 진보성향의 언론이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진보언론의 양 축 ‘말’지와 ‘한겨레’= 1985년 6월15일 창간된 ‘말’지는 20년 동안 통일, 인권, 노동 등 사회적 현안을 진단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언론의 상징이었다. 말지는 1986년 9월 5공 정부의 언론통제 실상을 담은 ‘보도지침’ 특집호를 발행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민주화의 열기가 급격히 고조됐다. 노동운동이 비약적 발전을 한 것도 이 때였다. 각 기업체는 물론 한국일보 등 각 언론사에서도 노동조합이 속속 출범했고 1988년 11월26일 41개 신문·방송·통신사로 구성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이 탄생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열기는 자유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불러왔고 1988년 5월15일 한겨레 창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주신문인 한겨레가 창간 당시 내세운 모토는 ‘정치권력과 대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보적인 전국일간지’였다. 창간 10주년을 전후로 해서 ‘진보적 대중지’를 좌표로 설정한 한겨레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월간 길’지와 ‘노동일보’의 시련= 1990년대는 신문과 잡지 등 진보성향의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였다. ‘말’지와 함께 진보적 시사종합지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았던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이 창간된 것도 이 때였다. 1991년 12월 창간호를 낸 ‘길’지는 노동현안에 초점을 맞춰 상대적으로 통일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말’지와 차별화 된 길을 걸었다.

‘길’지는 1993년 7월 ‘사회평론’과 통합돼 ‘사회평론 길’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지만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1998년 11월(통권 107호)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고 말았다.

진보성향의 종합일간지 ‘노동일보’의 운명도 ‘길’지와 다르지 않았다. 1989년 10월20일 창간된 ‘주간 전국노동자신문’은 노동계의 도움을 얻어 1999년 7월12일 노동일보를 창간했다. 노동일보는 한겨레보다 더 왼쪽에 서 있는 진보적인 일간지를 지향했다. 하지만 언론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채 2003년 4월28일 지령 1065호
를 끝으로 독자들을 찾아가지 못했다.

▷진보언론의 새로운 도전= 노동일보와 함께 노동언론의 양대 축을 형성했던 ‘매일노동뉴스’는 1993년 5월18일 창간돼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간신문과 인터넷신문을 병행하고 있는 매일노동뉴스는 진보적 대안언론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기 이후로는 ‘인터넷신문’이 진보언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 1월23일 탄생한 ‘대자보’는 인터넷 진보언론의 ‘맏형’격이다. 자주, 통일의 이념을 내걸고 지난 2000년 5월15일 탄생한 ‘민중의 소리’와 지난해 5월18일 사회당 대표 출신인 원용수씨가 만든 ‘프로메테우스’도 주목받는 진보언론이다.

▷진보언론의 사회적 역할= 빈부격차와 사회차별을 지양하는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성향의 언론들이 보수성향의 언론들에 맞서 사회의 결정주체로서 한 축을 차지해야 한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경우 일본처럼 우경화로 치달을 위험이 크며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제어할 여지를 상실하게 된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진보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은 단순한 정보제공자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전달해주는 ‘필수품’적인 언론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류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