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영윤 전 행정안전국장

거제시의 고위직에 있던 한 공무원이 며칠 전 조용히 명예퇴직을 했다.

1974년 젊은 혈기로 공직에 몸을 던진 후 40년 가까이 지내면서 희노애락이나 뒷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이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회한도 많고, 할 말도 많을 것임은 굳이 묻지않아도 당연지사다. 그리고 주위 많은 사람들로 부터 축하와 석별의 인사말도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퇴근하듯이 정들었던 청사를 떠났다. 언제나 처럼 아침 일찌기 출근을 했다가 늦은 시간 주위의 환송도, 격려의 현수막도, 감사의 표창패도, 축하의 꽃다발도, 마음의 선물도, 전부 마다하고 조용히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부이사관으로 일계급 승진하는 임명장만 받고서.

왜 퇴임식을 하지 않았느냐, 오랜 공직생활 후엔 노고에 대한 축하의 꽃다발도 많았을 것인데 무슨 사연이 있어서 마치 조용히 사라지듯 그렇게 떠났느냐고 묻는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까지 말한다.

그러치만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의 공직관에서 비롯된 자신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이다. 공무원은 오로지 시민을 위한 봉사자였을 뿐 군림하거나 자신을 내세우는 신분이 아니라고 후배들에 말한대로를 그대로 몸소 실천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천성이 조용해 소리 없이 떠나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자연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고 싶다"면서 "자리에 너무 오래 있었고, 훌륭한 공무원 후배들이 더 클 수 있도록 물러나는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55년 거제 출생으로 (구)거제군 시절 공직에 입문, 39년을 한결같이 거제시민을 위해 성실하게 봉직해 왔다. 가족으로 거제시 장승포동장을 맡고 있는 김정선 지방사무관과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노모를 극진히 보살피고 있어 그의 평소 생활관을 엿보게 한다.

거제시 행정안전국장으로 재임 중 후진들을 위해 스스로 퇴임이라는 결단을 내린 옥영윤 국장의 이야기다.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 올때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시민들에게 몸소 깊은 인상으로 남겼다.  인생 후반기에도 언제나 청정할 그의 삶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