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주 대한손상예방협회 사무총장이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심각한 휴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손상예방 체험교육 등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 부산일보 김경현 기자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소식을 듣자마자 경주로 달려갔습니다. 오후 11시 20분께 강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현장에 도착하니 정말 참혹했습니다. 소방대원 등에 의해 구조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2차 쇼크를 일으키지 않도록 담요와 히터 등을 제공하는 한편 부상자의 중증도를 분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켰습니다."

대한손상예방협회 배석주(53)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현장에서 밤새도록 손상예방 활동에 힘을 쏟았다.

20여 년간 생명 살리기 열정 -1339 응급의료체계 창설 멤버
경주 리조트 참사 현장서 온 힘 -각종 위급상황 응급의료 활동
"손상예방 활동 시민 관심 필요"

"사고 때 2차적인 쇼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담요 등으로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부상의 중증도를 신속하게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이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

배 사무총장은 20여 년 동안 각종 위급상황에서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활동에 정열을 쏟아 왔다. 그는 '몰라서 당하는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하에 각종 사고현장을 비롯해 마라톤대회 및 축제 현장,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 손상예방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배 사무총장은 그동안 100여 건의 사고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로 100여 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려냈으며, 2천여 명의 전문인력도 배출했다.

1961년 거제시 동부면 부춘리에서 태어난 배 사무총장은 동부초·중을 졸업한 후 옛 부산해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산으로 왔다. 동의과학대학 통신과를 졸업한 후 한 원양어선의 통신국장으로 취업했다.

"4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선박 내 명란가공공장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이때 미국의 선진 응급의료시스템을 체험하고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91년 4월 귀국한 배 사무총장은 우연히 신문에 난 응급의료체계 통신망 구축 관련 보도를 보고 지원해 그해 7월 출범한 1339 응급의료체계의 창설멤버로 참여했다. 2004년 8월부터 전국 최초로 부산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상설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응급의료활동에 정열을 쏟았다.

"국내외 재난현장으로 수백 차례 출동하고 수십만 건의 응급전화를 받으면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2005년부터 5년간 준비 끝에 2010년 11월 부산지역 응급의료 및 안전관련 전문가 550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손상예방협회(회장 박종호·센텀의료재단 이사장 겸 병원장)를 창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배 사무총장은 부산역 광장에서 이동응급의료교육 체험차량 2대를 이용. 체험교육을 통해 부산역 이용자에게 손상예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손상예방협회는 또 여름철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 익수사고 예방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수상안전체험교육프로그램을 매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바다하프마라톤대회와 북극곰 수영축제 등 각종 대회에서도 손상예방 활동을 펼친다.

"마라톤 대회의 경우 참가자에게 사전에 물을 많이 마시게 합니다. 또 배치된 응급의료요원들은 참가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기절했을 때 신속하게 기도 및 심폐기능을 유지하도록 해 응급의료본부로 이송시켜 사고예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400여 개 학교 2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위기상황에서의 행동요령, 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총 1천480회 23만여 명에게 관련 교육을 했다.

배 사무총장과 그의 가족에게 추석 명절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지난 2009년 추석 전날이었습니다. 오후 8시 가족 모두 차례상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생이 과로에 의한 심장성 쇼크를 일으켰습니다. 호흡과 심장이 완전히 멈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제가 정확한 심폐소생술로 2분 30초 만에 뇌손상 없이 살려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우리 집안에 '배석주교(?)'가 생겼고 가족 모두 교인이 됐습니다(웃음). 가족 모두 응급처치전문자격증을 취득하고 보급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배 사무총장은 "손상예방 활동의 성과는 산술적인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임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