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여야 모두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방선거 ‘공천폐지’ 약속이 사실상 물건너 간것 같더니 난데없이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신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국민들이야 어찌되던 늘 그래 왔기에 그리 놀랄일은 아닌것 같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을 위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그나마 기대했기에 안철수씨가 추진해 왔던 신당에 많은 기대를 건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당을 창당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던 그가 40여일 만에 결국 제 1 야당인 민주당과 손을 잡고 말았다.

현실 정치가 마음만으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만 기대를 모았던 수많은 국민들로 부터는 역시 '그 나물에 그밥'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신당 창당에는 국민들로 부터 눈길을 끌게 하는것이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어기고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서 하향식이던 공천 방법을 상향식으로 바꾼것 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신당이 창당되면 이같은 발표가 얼마만큼의 바람을 일으킬지,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이번 6.4지방선거와 관련, 중앙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종래의 하향식 공천 방법을 "국민들과 지역민들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있게 한다"는 달콤한 속임수로 상향식으로만 바궜다. 중앙 정치권에서는 "전에 없던 대 혁신이요 선거 혁명이다"고 떠들어 대지만 이는 그들만의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은 "겉 포장만 살짝 바뀐것이지 속 내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전에 없던 더 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좋은 환경만 만들어 준 꼴이 됐다는 것이 하향식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과 출마자들의 불만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평 불만이 어제 오늘 얘기만은 아니지만 집권여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천폐지'를 없었던 것으로 결정 한 것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대선공약 까지도 교모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주소라는게 부끄러울 뿐이다. 이러니 기초의원 부터 시작해 선출직으로 뽑힌 모든 정치인들을 곱게만 봐 줄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지방 선거는 9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들과 지역민들을 위해 밤낮으로 발로뛰며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해온 의원들도 많은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말없이 민원이 생겼거나 주민들이 애로를 겪고있는 현장에 늘 함께 했으며 또, 불편함을 없애주기 위해 관련법 제정과 조례제정을 위해 노력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코앞에 닥쳐오자 너도나도 '출판기념회'를 열고 덩달아 의정보고서를 마구잡이로 뿌려대니 열심히 일한 사람도 같은 물에 싸여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본래 출판기념회라는 것은 정말 뜻깊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글쓴이의 혼(魂)이 글속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꾼(?)들이 너도나도 앞장서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니 도대체 뭐가뭔지 모르겠다. 하나같이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의 글을 쓸수만 있다면 차라리 정치의 길을 걷지않고 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 까...? 더군더나 더 문제가 되는것은 글속에 아무런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감동없는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눈만 아프게 할 뿐이며 배척 당하기 십상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보니 어쩔수 없이 얼굴이라도 내 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출판기념회장을 찾아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현실 정치속에서 그나마 선거자금을 편법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것이 출판기념회 이지만 너도나도 덩달아 개최하는 이런 행사는 민폐를 끼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前) 까지만 가능토록 돼 있는 출판기념회 개최 일자는 앞으로 며칠 밖에 남지 않았다. 감동을 주지 않는 출판기념회라면 개최 여부를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와함께 요즘 대문을 열면 누가 갔다 놓았는지 알수없는 정치인들의 의정보고서가 몇장씩 무더기로 와 있다. 너무 많은 의정보고서가 도착하다 보니 읽어보기도 귀찮아 한쪽 구석에 내 팽게쳐 놓은 장면도 목격됐다.

하나같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서로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총 천연색에 구구절절 "내가 다 했다"라는 글귀 밖이다.

거제지역만 보더라도 요즘 의정보고서를 들고 찾아오는 현직 시의회 의원들이 눈에 더러 띈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보이던 사람이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을 찾아와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며 기웃거리는 것을 보니 또 선거철이 다가오긴 온것 같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모두가 "내가 잘해서 이룩한 일이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시의회의 경우 지나간 거제시의 중대 사안중 몇가지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아무런 감동없는 출판기념회와 "모든 일 내가 다 했다"라고 하는 의정보고서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