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학술적 가치가 높거나 드물고 희귀해 법률로 지정 보호하고 관리하는 동식물과 그 서식지 또는 지질.광물 등의 천연물을 '천연기념물' 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식물을 주체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은 수령이 오래되고 큰 나무를 지칭하는 노거수(老巨樹)가 124건(전체의 약 40%)으로 가장 많으며, 동물을 주체로 지정된 것이 61건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 227호인 거제의 '아비(물오리의 일종)도래지'는 1970년 동물을 주체로 해서 지정된 것으로 일운면 과 남부면 일대 연안 432평방킬로미터가 속한다.

거제에는 아비도래지 외에 또다른 천연기념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 233호인 '학동 동백림과 팔색조 도래지'가 여기에 속한다.

이 두곳 천연기념물의 특징은 조류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일정구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아비도래지가 지난달 15일 발생한 부산 기름유출 사고 영향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있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현재까지 이곳에서 기름 범벅이 된채 발견된 아비는 모두 수십마리에 이른다.

지난 5일의 경우에도 일운면 구조라 해변에서 5마리의 아비가 기름을 덮어쓴채 폐사한 상태로 발견 되는 등 지금까지 산채로 발견되거나 죽은채 발견된 개체수는 모두 40여 마리가 넘는다.

이는 실제 발견된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어민들은 "지금도 지세포항 등에서 기름피해로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저 체온증으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보이는 아비가 4~5마리씩 떠밀려 다니는 것이 목격된다"고 말하고 있어 피해를 입은 아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와같이 이미 기름사고로 인한 방제작업이 끝난 상태인데도 계속해서 기름 피해를 입은 아비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넓고 방대한 해역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서 기름에 오염돼 죽어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수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관심을 가진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해놓으면 저절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의 관심과 관리감독이 뒤따라야만 귀한만큼 존재 가치가 더 상승하고 덩달아 더 밝은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과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매일 죽어 나가는 아비를 생각하면 왜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도 아닌 보름이 넘도록 계속되는 이같은 피해는 부산기름 유출로 인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알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간단하다.
기름범벅이 된 아비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치료를 마친 후 그들의 삶터로 되돌려 보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너나 할것없이 누구나 나서야 겠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당국은 거제시와 문화재청이다.

아울러, 법적인 책임은 지고있지 않으나 나름대로의 전문지식을 가졌다는 환경단체는 더할나이 없다.

지금까지 거제시와 문화재청은 연일 "천연기념물 지역에서 아비가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고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데도 사실상 '강건너 불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었다.

시의 이같은 안일한 대처는 직접 관련이 있는 문화재청의 무관심을 불러와 피해를 확산 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천연기념물을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어찌됐건 전체적인 책임은 관할구역을 관장하는 거제시에 있음이 분명하다.

거제도 연안의 아비도래지는 1970년 10월 30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바람에 소유자는 국유로 돼 있으나 관리자는 엄연히 거제시로 돼 있다. 그래서 1차적인 책임은 시에 있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시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남산에 누워있는데 문화재청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거제시와 문화재청이 취한 행동은 지난 4일 하루동안 한려행상국립공원관리공단에 예속된 선박을 타고 아비도래지가 포함된 동부면 학동~일운면 외도~통영 매물도로 이어지는 해상을 예찰한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재기자의 전화 통화에서 문화재관리청 관계자는 답변은 더 가관이다.

그는 "기름방제가 끝나 매우 애매한 상황이며 현재로선 사고수습이 급선무"라며 "거제시에 해안가 순찰 강화와 함께 피해 아비가 발견되면 즉시 경상대병원 동물치료소로 보내서 치료를 받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고 했다.
지금 전국 곳곳에 발생한 조류독감(AI)으로 인해 동물이나 가축을 타지역으로 사실상 이동 시킬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번 아비도래지 피해와 관련해 시민들로 부터 질타를 받고있는 곳은 비단 시와 문화재청 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도 무엇을 했는지 묻고싶다.

거제에는 이름이 유사한 환경단체들이 4~5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나름대로 회원을 가입시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도무지 무슨일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씁쓸하다.
이럴때 제대로 나서주면 명분도 세울 수 있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발행위가 벌어지고 폐수나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현장 등을 고발하고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연기념물 지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피해 입은 아비의 발견과 구출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비를 살려보려 마지막 까지 고생했던 거제시야생생물관리협회와 장승포 동물병원의 노력에 시민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전문성 결여로 인한 결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음은 안타깝다.

아비 자체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그러나, 아비가 없는 천연기념물 '아비도래지'는 존재 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아비가 오히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도래지(渡來地) 보다도 더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제 아비도래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단 하나다.
아비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낼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가 엄격해야 함은 당연하다.

한때 1,000~2,000여마리가 겨울을 나기위해 매년 규칙적으로 이곳을 찾아들었으나 나날이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새우 등 먹잇감이 부족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주변 환경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것이 제일 큰 문제로 지적된다.

문화재관리국이 최근 몇년동안 아비도래지에서 실시한 아비 개체수 조사결과 "100여마리 정도만 매년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고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비 한 마리 없는 도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동식물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아갈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