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농협 해당 지점장, '메모에 보증 얘기 나와서...' 해명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피해를 당한 지역내 한 60대 노인이 모 농협의 부실한 대응을 성토하고 나섰다.

창구의 차상급 직원의 노련하지 못한 대응이 자신의 판단착오를 부추겼다는 항변이어서 금융기관의 보이스피싱 대응메뉴얼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해당 직원은 '노인의 메모를 밀쳐낸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 반면 금융사기 시도로 인식하기 힘들었다는 입장이어서 피해를 주장하는 측과의 대조를 이룬다.

사건은 지난 7일 오전 10시께 조모(66·장평동)씨의 휴대전화로 "당신 아들(장남 이름을 거명했다)을 건물 지하에 가둬놨다. 우리는 00캐피탈인데 조00 친구 김00가 돈을 빌린 뒤 행방불명됐고 조00가 채무보증을 했기에 잡아두고 있다. 당장 3000만원을 우리에게 보내라"고 협박과 함께 비명소리까지 들리면서부터 사선은 시작됐다.

아들을 잡아뒀다는 얘기에 정신이 아득해진 노인 조씨의 판단력에도 혼선이 생겼다. "당장 큰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통장에 300만 원 정도가 있다"고 답변했고 "300만원을 당장 보내고, 은행까지 통화를 끊지 말고 계속 켜두라"는 사기꾼의 재촉이 왔다. 조씨는 통화를 계속한 상태로 집을 나왔고, 인근 편의점 여성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장평파출소로 가보라는 여성의 얘기를 사기꾼도 전화 너머로 엿들었다. 사기꾼은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겠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곧장 은행으로 가라!"고 재차 겁박했다. 금융기관에 도착한 조씨는 간부로 보이는 A씨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통화를 꺼두지 못한 상태여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메모지를 청했다.

메모지에 '아들이 보증 돈으로 대…'라고만 적던 순간, 간부 A씨는 "저희는 이런 보증 관련 일은 하지 않습니다"라며 거절하는 응대를 했고, 황망해진 조씨는 창구를 나와 갈팡질팡하다 ATM기기로 가서 사기꾼의 계좌로 300만 원을 부치기에 이른다. 돈을 챙긴 사기꾼은 백화점 앞에 아들을 내려놓겠다는 통화를 끝으로 전화는 단절됐다.스미싱이나 파밍, 메모리해킹 등의 진화된 수법이 아닌 고전적 수법이었음에도 노인은 당했지만 젊은 농협간부의 고객을대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치 않을 수가 없다고 하겠다.

디큐브 백화점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아들을 기다리던 조씨는 배터리 방전으로 귀가했고 충전 후 혹시나 싶어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받더라는 것. 그제서야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걸 알아챈 조씨는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조씨는 해당 금융기관의 대응을 성토하고 있다. "메모를 채 다 적기도 전에 상관 없다는 식으로 밀쳐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면서 "나 역시 해당 금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있는데 금융인이라면 끝까지 정황을 파악해 주는 친절 정도는 지켜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 간부 A씨는 "메모에 보증이란 문구가 있어 보증 관련 요청인 줄 알았다"며 "어르신 얘기를 다 듣고보니 어르신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고 메모를 밀쳐낸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금융기관이 마치 축음기 음악 틀듯 '충분한 메뉴얼로 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홍보성 알림이 정작 일선 창구에서는 고객에 대한 기본 응대마져 부실한 상황에서 이런 오판이 불러오는 예상외의 피해는 근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창구직원들의 근본적 인식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