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교를 벗어나 통영시 광도면사무소와 안정공단을 지나면 통영시에서 가장 높은 산(650m)인 벽방산 자락에 안정사(安靜寺)가 있다.

안정사가 있는 산이름이 벽방산 말고도 벽발산(碧鉢山)이라고 적힌 푯말도 보인다. 이것은 석가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바리때)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해탈교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 벽방산 안정사 일주문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안정사는 신라시대 654년 무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해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중건되면서 법화종에서 가장 큰 사찰이 됐다고 한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고개를 조아려야 보일 만큼 조그맣게 세진(洗塵)이라 적힌 돌다리와 해탈(解脫)교가 보인다.  세속의 먼지를 다 떨어내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서 들어서라는 의미일 것이다.

해탈교를 건너 바로 정면으로 눈에 부딪히는 건물은 대웅전(경남유형문화재 80호)이고  그아래에 만세루라고 적힌 누각과 명부전·나한전·칠성각·광화문·만세루·범종루·천왕문·요사채 등이 보인다.

누각과 칠성각이 있다는 것이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라고 하겠는데, 한가지 특이한 점은 칠성각의 위치는 어딜 가도 대웅전보다는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칠성은 탐랑 문곡 거문 녹존 염정 무곡 파군 7개의 별이름인데 천상의 옥황상제의 직속기관으로 칠성제군 또는 자미제군이라 부른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뇌에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기관 7공(눈,코,입,귓구멍)의 역할을 했다하겠다. 그래서 우리선조들은 현명하게도 칠성에 소원을 빌어왔고 아마 신명계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 않나싶다.

▲ 누각 "만세루"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 대웅전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 칠성각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대웅전에는 공민왕 7년(1358)에 조성한 삼존불이 봉안돼 있고 나한전은 1626년에 중건한 건물로 석가모니불과 16나한상 등 23위의 불상이 봉안돼 있다.

안정사에서 출발해 은봉암(隱鳳庵)이라고 하는 부속 암자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성을 쌓아놓은 것처럼 돌담이 꽤 넓게 발견되는데 아마도 넓게 자리했던 옛 절터인 것 같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옛날 이곳에는 자연석 3개가 서 있었는데 그 중 한 개가 넘어진 뒤 해월선사(海月禪師)가 나타났고, 또 한 개가 넘어지고 종열선사(宗悅禪師)가 나타나 도를 통하고 그뒤 이 돌들을 성석(聖石)이라 불렀는데, 그 중 한 개만 남아 새로 나타날 도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스님한분이 기거하고 있고 간간히 마음을 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며칠 묵고 가는 모양이다. 그날 만난 울산에서 온 할머니의 얘기다. 부속암자는 그외 의상암(義湘庵), 가섭암(迦葉庵)도 있다.

통영시내버스 220번을 타거나 주차장이 넓은 편이라 자가운전으로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 하겠다.

▲ 나한전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 진부전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

▲ 은봉암에 며칠 묵으러 온 할머니 ⓒ 2005 거제타임즈 김미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