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 아까워 달려갔건만...임무 부여받지 못해 그냥 돌아온 거제지역 해상크레인 3기

▲ 문경춘 편집국장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7일과 19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소속 3,600t급과 8,000천t급 대형 해상크레인 3기가 사고해역으로 급파 됐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25일과 26일 각각 되돌아 온 기가 찰 일이 발생했다.

결국 9일 동안이나 아무런 임무를 부여받지 못한채 바다위에 떠있다가 되돌아 온 꼴이됐다. 그야말로 1분1초가 아까운 재난현장에서 아무 할 일이 없어 허송세월만 보내다 온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에다 동참자들의 굳은 의지가 있더라도 지휘체계가 엉망이라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란 사실을 온 국민들에게 보여준 낯뜨거운 사례로 보인다.

해상 크레인 출동과 철수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하고 무대책인 사고수습본부를 향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또 어디를 향할지 걱정된다.

세월호 침몰현장에는 모두 5대의 해상 크레인이 집결됐다.
모두가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에서 출동한 것이었다.
당초 이들 크레인은 바다에 조금 떠있던 세월호 선박내에 공기를 주입시켜 안에 갇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의 생존여건 연장을 위해 사용하려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가 바다밑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바람에 지금까지 아무런 이용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수습본부는 인양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밥법 등을 정하지 못한채 마냥 바다위에 그대로 띄워둘수 없어 해상크레인을 모두 철수시키고 말았다.
참으로 어쩌구니 없고 기가 차다는 말 밖에 더 할말이 없다.

지금 전남 진도 해안에서는 이같은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셈이다.

사고선박 인양도 중요하지만 사고초기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선원들은 밤을 지세워 가며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고재호 사장이 직접나서 진두지휘를 해 이목을 끌기도 했었다.

고사장은 국가재난에 있는힘을 다해 동참한다는 굳은 의지를 담아 당초 계획을 훨씬 앞당긴 상태에서 39여명의 직원을 탑승시킨 ‘옥포3600호’를 거제 옥포만에서 출항 시켰었다.

당시 탑승직원들은 자신들이 밤새워 달려온 노력 덕분에 귀중한 생명을 단 한명이라고 더 구출할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간절한 희망을 안고 있었다.

이같은 마음은 비단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사고해역에 출동했던 모든 해상 크레인에 탑승한 직원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달랐다.
아무것도 할 일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와 선체인양을 놓고 실종자 가족들과 의견일치가 되지않아 정부측에서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매뉴얼도 없이 무계획적으로 일처리를 하려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이러다 보니 탑승원들은 하루종인 멍하니 안타까운 사고현장만 바라다 보며 9일 동안 발만 동동 굴렀을 것이다.

결국 수습본부측의 지시에 의해 아픈 가슴을 안은채 망망대해를 40여시간이나 지나 거제로 되돌아 온 그들과 해상크레인을 보면서 느낀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중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수습을 책임진 정부의 무능이란 점을 꼽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최고의 조선기술로 만든 첨단 해상장비와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선체인양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는 등 고급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발생 13일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활용한번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초유의 국가적 대참사를 바라다 보고있는 국민들은 “이처럼 정부가 무능했을까”란 의문을 져버릴 수 없기에 누구나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고수습본부라고 하는것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꼭 구출 될 것이라 철썩깥이 믿었던 꽃다운 생명들은 하나둘씩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처음부터 뭔가 잘못돼 큰 사고로 이어졌다면 사고 수습이라도 야무지게 해서 유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분노를 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이고 의무다.
그래야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국가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고수습본부가 보여준 것은 유족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습본부의 가장 큰 일은 "진도해상에 대한 날씨와 조류의 흐름 및 오늘 몇구의 사체가 인양돼 사망자가 몇 명으로 늘어났다고 알려주는 일 밖에 없는것 같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지경이니 이같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니 유족들은 물론 온 국민이 울분을 느끼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사고수습본부가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모를리 없다.
하지만 그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게 분명하고 또 무계획 무대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발생 13일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정부는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차후 침몰한 세월호에 대한 인양이 결정되면 해상 크레인은 다시 사고해역으로 떠나야 한다.
그때는 해경을 중심으로 한 사고수습본부가 정확하고 효과적인 매뉴얼과 계획으로 일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할것이다.

그래야 울분과 실의에 빠진 유족들과 국민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생각하기 조차 싫은 선박 이름처럼 사고수습에도 세월아 네월아 하며 늘어나는 사망자 숫자나 알려주는 그런 정부밖에 안된다는 따가운 눈총을 피해갈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