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거제에서도 대형 유람선 사고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없다
해경,국민 멸시이유에 자성하고 국민 안전에 더 신경써야

▲ 문경춘 편집국장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고 초기 대응부터 구조까지 뭐하나 속시원하게 해결한게 없는 해경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여객선 침몰사건으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가 300여명을 넘고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금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일선 해경은 정신을 제대로 못차리고 있는것 같아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해상구조 업체인 '언딘'문제로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이제는 해경이 비난의 본체로 변한 상태다. 한국해양구조협회의 경우 해경 본연의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야 하는데도 회원모집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질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하루동안 우리나라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동시에 승객 400여명과 136명을 태운 여객선과 유람선이 기관고장을 일으켜 바다 한가운데서 승객들이 극도로 불안에 떨었던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또 해상 사고냐...?"라며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여객선 돌핀호는 울릉도에서 출항,독도를 향해 떠난지 2시간여 뒤에 우현 추진기에 이상이 생겨 되돌아 왔다. 울릉도를 떠난지 2시간여 뒤라면 망망대해인 경북도와 울릉도 한가운데 쯤 갔다가 돌아온 셈이다.

만약 이런 곳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어찌됐을까 라고 생각하니 아찔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주도를 제외한 국토의 최남단인 남해안의 거제도 앞 해상에서도 유람선 사고가 같은 날 발생한 것이다.

서해와 동해 남해를 가리지 않고 온 바다에서 여객선과 유람선이 사고를 일으켰으니 선진국을 자부하고 해상강국을 외쳐됐던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거제 외도해상에서 일어난 유람선 사고는 겉으론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나 자칫했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뻔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도 없었고 어느 정도의 혼란 속에 사고는 수습됐지만 자칫했더라면 큰일날뻔한 사고였음에 틀림없다. 유람선의 특성과 거제해상의 특수성 및 지나간 유람선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결론이 충분히 나오고도 남음이 있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옥성 3호(38톤)는 어른 115명과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26명이나 타고 있었다.

▲ 장승포항에 정박중인 옥성관광의 유람선들

그것도 멀리 경기도나 대구 등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어서 바다와는 크게 친밀한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라 사고 발생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세월호 참사현장에서 지금 직접 목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더 아찔했던 것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과 지점이다. 이날 사고는 일몰시간대가 가까운 오후 6시30분에 발생했다. 가정이긴하지만 만약에 엔진을 식혀주는 청수 밸브가 터졌는데도 벨이 울리지 않아 그대로 운항을 계속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엔진과열로 인해 유람선은 망망대해에서 그야말로 불길에 휩싸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통영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소방정이 출동하더라도 1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너무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사고수습에는 역부족 이었을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또한 물살이 거세고 수심이 깊어 거제해역에서는 가장 무서운 곳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어선이나 다른 어선들도 유람선이 지나는 뱃길인 일운면 서이말 등대 바깥 해상을 거쳐 해금강과 외도를 오가는 항로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그것도 일몰시간이 거의 다돼 사고가 발생했더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사고는 외도선착장이 보이는 곳에 있는 부이를 붙잡아 선박을 고정시킨 후 해경의 도움을 받아 장승포 유람선 소속 2척의 배에 나눠 타고 무사히 장승포항으로 돌아온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장승포항 까지 돌아온 그 시간도 이날 오후 7시35분 이었다.

그때서야 사고 유람선에 승선했던 관광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고 하니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한들 문제가 안될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취재하다 놀라온 일을 발견했다. 사고 유람선은 불과 몇년 전에도 큰 사고를 낸 좋지못한 이력을 기록한 선박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고를 낸 옥성3호는 지난 2011년 5월21일 오후 2시35분께 승객 134명을 태우고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 2마일 전방 해상에서 충돌사고를 일으켜 3명이 다쳤던 사례가 있었다. 당시 사고는 이번에 문제가 된 유람선이 해금강 방면으로 운항하던 중 승객 96명을 태운채 관광을 마치고 되돌아 오던 와현관광유람선 소속 외도호(29톤)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던 것이다. 이날 사고 역시 무리한 운항이 도마위에 올랐었다.

안개로 인해 전방을 분간하기 어려웠으나 무리한 운항을 강행했고 또 운항부주의가 빚은 사고로 분석됐으며 탑승했던 관광객 전원이 옥포 대우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던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당시 거제타임즈가 취재에 나서 확인한 결과는 더 실망스러웠다.

자칫했더라면 그야말로 대형참사로도 이어질뻔한 사고였는데도 사고당일 20시 30분께 통영해경 상황실에 확인결과 정식사고 보고 없는 경미한 사고로 '주의조치'만 한것으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경의 이해못할 행동들이 해상에서의 큰 사고로 이어질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것이 취재결과 드러난 문제 가운데 한 부분이었음을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특히 이번 유람선 사고의 경우 지난 87년 거제시 남부면 다포리 앞 속칭 솥뚜껑 해상에서 관광객 84명과 선원 2명 등 모두 86명을 태우고 해금강 관광을 마치고 통영으로 돌아가던 다시 충무유람선 소속 목조선인 극동호(24톤) 화재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더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다.

당시 극동호 사고로 인해 27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으며 51명이 구조됐었다. 이날 참변을 당한 희생자는 바다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이었기에 피해는 더 컸다. 대구광역시 거주 5개팀 39명이 단체 관광길에 나서 12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 됐으며, 전북 남원의 한 지역에서 44명이 단체관광을 나서 13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 되는 대참사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극동호 사고의 1차적인 원인으로 엔진냉각수를 공급해 주는 펌프가 고장나면서 냉각수 공급이 제대로 안돼 엔진이 과열되면서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 됐었다. 더불어 잦은 고장에다 무리한 운항이 주원인으로 떠오르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유람선 업자의 '설마'하는 방심과 선박의 정비불량을 발견하지 못한 형식적인 겉치레 정기검사 등으로 인한 원시적인 인재로 밝혀져 충격을 줬었다.

이번 거제 유람선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엔진을 식히기 위해 설치된 장치인 청수냉각수 파이프에 누수현상이 발생했다면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불행중 다행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사고가 잘 마무리 됐지만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해경의 정확한 감독과 안전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허우적 거리고 있는 선사의 도덕적 무장이 절실함을 느낀다.

해경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소방정과 인명구조를 위한 함정배치 등 세부적인 해상안전 대책을 세워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온 국민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하기에 세월호사건 수습과 관계없이 매년 해오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획기적이고 대대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땅에 떨어진 국민들로 부터의 신뢰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