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우울해 보인다. 가끔씩 매스컴에 보이는 안색은 점점 기력이 떨어져 보인다. 아마도 새둥지에서 진이 빠져 맥을 못 추는 것 같아 보인다.  젊은 사람의 인기에 힘입어 옆 뒤를 재지 않아도 으쓱되는 호시절이 그리울 때다. 순수한 것이 죄였다. 때 묻지 않은 생태에서 오물을 묻히려는 마음이 성큼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러서기엔 때늦은 감이 있고, 본심을 내자니 아직 명분이 없다.

만들어 놓은 땔감마저 서서히 숨 죽어가고 기로에 있던 팬 층마저 무너지고 있다. 서두르는 조급함도 화근이지만 지나치게 자신감과 인내도 분명히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안철수에게 가장 없는 것은 절박함과 절실함이다.

아직까지 안철수를 신뢰하지 못하고 지지하지 못하는 자들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힘은 있을 수 있으나, 대의명분이 부족하고 그것을 세우기엔 절박함과 절실함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런 그가 아직도 오묘한 표정으로 숨겨놓은 본심을 뜸 들이는 것은 아직 배곯이를 하지 않는 것이고, 아쉬운 것이 없으므로 누군가에 의해 현실적인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들어간 정치판에서는 그것을 절실하게 느껴지게 할 것이고, 그동안에 뿌려두었던 선한 이유와 그럴싸한 해명이 궁색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좀 더 조급증으로 떠나가는 팬심을 잡지 못하면 박원순과 야합이 원망스럽고 그로인해 알게 된 문재인 역시 얄미울 것이다.

떠나간 자리는 언제든지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있다. 이렇게 다 된 밥마저 숟가락을 꽂아 두기를 마냥 기다린다면 신중하고 조용한 매너리즘이 아닌 게으름과 늑장 허세에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는 분칠은 그만하고 전 방위로 나서서 자신의 존재와 위치 그리고 입장을 조금씩 알리면서 가치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거나 아니면 내가, 왜! 라는 후회막급과 함께 향후 3년을 버티고 잃어버린 자기 것을 되찾아야한다.

괜한 자기 것을 베풀어 남는 것은 없고 돌아간들 안랩이 아닌 그 어떤 조직도 받아들이기에 상대의 몫과 여분이 너무 없게 된다.  언젠가는 떠나간 영희와 바둑이가 다시금 찾아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지 말고 바른생활에서 빠져나와 사회성을 배우고 음악을 배우고 체육을 배워 진정한 융합이 무엇이고 화합이 무엇인지 깨달아야한다. 정치는 화학과 물리처럼 무언가를 대입하고 내주었다고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다던 화학과 물리에서도 부주의로 사고가 나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힘의 세기와 열의 그리고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공식이 정치판과 시민들에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불편한 숨바꼭질을 그만두고 벌칙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숨은 그림자를 찾아내어 자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한다.

그리다만 미술작품 또는 미완성 악보가 인정받는 것은 예술에만 가능하고 사람의 인간관계는 미완성으로도 이해하거나 인정해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 동안에 현상에만 의지했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행운과 기회를 그만 찾고 불운하고 모잘랐던 자신의 과오를 들고 나와 지금이라도 자신이 하려던 설계에 가치와 의미가 담겨진 색과 선을 그려대며 설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직 지탱하고 있던 안랩의 신뢰를 복구할 수 있는 아슬하게 남아있는 방법이다.<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시인/시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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