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카터> '가장 힘든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토마스 카터 감독의 <코치 카터(Coach Carter, 2005)>는 스포츠 영화이면서도 가난한 미국내의 고교 농구팀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대략 이렇다.
70년대에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켄 카터 (사무엘 잭슨 분) .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스포츠용품 점을 경영하며, 역시 고교 농구 선수인 아들 데미언의 장래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모교의 농구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카터는 망설임 끝에 코치 자리를 수락한다.

 카터는 첫 목표의 달성을 위해 아이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규율을 따르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두 번째 목표를 위해, 아이들이 학생으로서 먼저 학업에 충실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정해 반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킨다. 대쪽 같은 성격으로 자신의 신념을 밀어 부치는 카터의 교육 방식은 처음부터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선생들의 반감을 사게 되는데.

수업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챔피온 결정전 직전에 자신의 농구팀 훈련을 금지시켜 화제가 되었던 고교 농구팀 코치, 켄 카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의 드라마. 제작비 3천만불이 소요된 이 영화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트리플 엑스 2> 등을 촬영 중인 샤뮤엘 잭슨이 실존인물인 타이틀 롤, 카터 코치 역을 연기했고, 알앤비 싱어인 아샨티가 공연하고 있으며, 연출은 <세이브 라스트 댄스>의 감독, 토마스 카터가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2,524개 극장으로부터 마틴 루터 킹 연휴 주말 4일동안 2,917만불의 주입을 기록,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때는 1999년 1월 4일. 고교 농구대회 챔피온 결정전을 앞둔 캘리포니아주의 가난한 마을 리치몬드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무적의 고교 농구팀 리치몬드 하이 오일러스가 게임을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팀의 코치, 켄 카터가 선수들의 고교 성적이 낙제라는 이유로 선수들의 체육관 출입을 금지시킨 것. 학교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농구만이 자기 아이들이 이 마을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부모들은 분노하지만 카터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카터 자신이 리치몬드 고교 출신으로서 성공적인 농구선수 생활을 했고 많은 학교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농구선수로서의 꿈 만이 아닌 다른 무한한 가능성으로 미래를 바라보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 개봉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상투적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영화'라는데 동의하였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는 빅 게임과 중요한 순간들을 담아낸 스포츠 영화일 뿐 아니라, 코치의 감동적인 라커 룸 연설과 어려운 도덕적 결정을 잘 나타낸 코치 영화이기도 하다."고 합격점을 주었고, 버라이어티의 로버트 코엘러 역시 "이 영화는 감동적 스포츠 영화이자 예상치못했던 다중 레벨의 도시 드라마."라고 평했으며,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감동적인 코치 드라마."라고 칭했다. 또, 뉴욕 데일리 뉴스의 엘리자베스 와이츠먼은 "설교조이며, 예측가능하고, 화려하게 치장된 대본."을 지적하면서도 영화자체에는 "재미난 감동과 진실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고 호감을 나타내었고, 아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의 밥 타운센드는 "주연인 잭슨은 진부한 배역에 대해, 자신의 강렬한 지성미로서 활기를 불어 넣었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캐리 릭키 또한 "자신의 타이틀 롤에 대해, 잭슨은 느낌표를 찍는 듯한 연기를 선사한다."고 그의 연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남극일기> '공포는 영혼을 잠식한다'
  
극한 상황을 헤치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탐험가들의 여정은 늘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것은 또한 미약한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 자기 자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희열감은 오직 그것을 이룬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의 최대치일 것이다.

영화 <남극일기>에서 최도형 대장(송강호)을 비롯한 여섯 명의 탐험대원들 역시 그런 전제에서 남극 ‘도달 불능점’(POI: Pole of Inaccessibility)을 향해 나아간다. 영하 80도의 혹한, 낮과 밤이 6개월씩 계속되는 남극에서 그들은 해가 지기 전에 이 곳에 도달해야 한다. 그들은 우연히 낡은 깃발 아래에 묻혀 있는 80년 전 영국 탐험대의 「남극일기 Antarctic Journal」를 발견하게 된다. 팀의 막내 민재(유지태)는 일기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씩 알게 되고 이 때부터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탐험대원들에게 시시각각 전해지는 미지의 공포를 다룬다. 임필성 감독은 호러 영화의 관습을 통해 이 공포의 이미지들을 전달한다. 새하얀 눈 위에 신체 일부가 내동댕이 쳐지며 흩뿌려지는 피, 대원이 찍는 캠코더 속에 잡히는 유령, 최대장이 비몽사몽 간에 보게 되는 귀신의 그림자. 이것은 극한상황에서 대원들이 겪게 되는 긴장과 불안을 드러내면서 남극이라는 공간을 공포의 알레고리로 치환한다. 이들이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전지적인 제3의 시선을 통해 종종 제시되는 것 역시 모든 것을 주재하며 공포를 배가 시키는 남극의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극일기>가 남극이라는 외부의 공포를 통해서만 이끌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외부에 의해 전이된 공포가 대원들 개개인에게 나타나며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원형적인 공포로 제시된다. 여기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최도형 대장이다. 탐험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있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나약한 인물일 수도 있다. 무조건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파트에서 혼자 외로움과 무서움을 참지 못해 자살한 아들의 망령은 그를 옥죄어 오고 이것은 그 자신과 아들들(대원들)이 어떠한 시련과 희생 속에서도 앞으로 전진해야만 한다는 왜곡된 욕망으로 화한다. “…나…나는…멈출 수가 없어…가야돼…가야 된다구…내가 갈 수 있는 곳은…아무도 없고…누구도…올 수 없는 곳이어야만 돼…” 최대장의 대사에서도 드러나듯이 그가 있어야 하는 곳은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곳이며 스스로 고립되고자 하는 퇴행적인 욕망, 결코 나눌 수 없고 어울릴 수 없는 절대적인 고독인 것이다.

임필성 감독은 괴물 같은 욕망으로 점철된 한 남자와 그를 따르다가 결국에는 희생되고 좌초되며 때로 저항하기도 하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밀도감 있게 그려낸다. 감독은 영화에서 어떠한 잔재미도, 어떠한 얄팍한 웃음거리도 제공하지 않는다. 정말로 이 영화에는 썰렁한 조크 한마디 없다. 그 대신 영화를 채우는 것은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눈과 끝도 없이 전진하는 대원들, 그들을 하나하나 삼켜버리는 남극의 마수, 그리고 종종 귀를 찢을 만큼 신경을 자극하는 공포스러운 사운드이다.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괴물 같은 욕망, 원형적인 공포, 절대적인 고독을 제시한다. 보다 안전하게, 흔히들 대중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진중한 무게감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최대 미덕일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큰 약점은 영화의 흐름상 감정이 점진적으로 고조되지 못하면서 후반부의 감정적 증폭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는 이에 따라서는 최대장이 왜 그토록 광기에 사로잡혀 탐험에 집착하는지, 강인함을 가장한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짧게 제시되는 아들의 죽음, 남극이라는 외부의 공포 이외에는 그 동기를 찾기가 힘들다. <글/ 보자마자 리뷰 정영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