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대표 / 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

새해 초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시청사 이전' 불씨가 김한겸 시장의 공식적인 '불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이유는 89년 인구 10만을 기준으로 문을 연 기존 시청사의 한계와 시설노후, 교통불편과 혼잡, 복지시설의 부족 등 다양하다. 벌써부터 이전예정지에 대안으로 시중심에 위치한 독봉산을 들어내고 고현만을 매립하자는 것과 수월리 속칭 다나까농장 일대의 시유지를 활용하자는 주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필자는 시군통합이라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했던 현재 청사의 경우 주변 여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인구 30만 시대까지는 무난하게 시정운영이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지금 시점의 이전논의는 시청사 이용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의 의의를 제외하면 시기상조라는 점을 최근 지적한 적이 있다. 이전주장에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시청에 근접한 고현중학교 또는 구 거제공고 부지를 활용하고 단기적으로는 시의회를 청사로부터 옮기는 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행정타운 조성 요구에는 역시 시청과 인접한 공설운동장을 단계적으로 시외곽으로 옮기고 이 부지를 활용할 것을 주문하였다.

또한 세간에 앞질러 논의되고 있고 이전적지에 대해서도 독봉산이나 다나까농장보다는 부득이 이전이 고려되어야 한다면 도심기능의 분산을 통해 과밀을 미리부터 예방하고 지역의 균형개발을 위해 도심부에 위치하는 이들 지역보다는 신현읍으로부터 보다 시역의 동-서축을 기준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남-북축이 교차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하였다. 특히 독봉산의 절개와 고현만 매립 주장에 대해 자연환경을 대상으로한 섣부른 개발론을 경계할 것으로 요구에 추가하였다.

최근 지역의 모신문은 칼럼을 통해 시청사 이전의 당위성에는 동의하나 그 시기가 내년도 동시 지방선거와 맞물려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 이전 적지로 거론되는 지역이 시인구의 약 40%에 달하는 신현읍이란 점에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몇가지 이견은 있지만 이전논의 핵심에는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가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이러한 논란과 주장에 대해 지역상황과 연계하여 몇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하며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특히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앞다투어 새로 청사를 신축하고 행정타운을 건립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나 재정자립도에 비해 과도한 씀씀이란 지적과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 혹시 거제시 청사 이전논란 또한 시민과 시정의 편의를 고려한 현실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목적과 수단으로 변질되어 지역갈등과 예산의 낭비를 가져오지나 않을까하는 염려도 크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먼저, 시청사를 이전하게된다면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타시도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이전비용은 약 500∼1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유지를 활용한다고 해도 기존 공공을 위한 유보지를 전환하는 것인만큼 이 또한 토지확보를 위한 비용으로 환산되어 이전비용에 포함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2005년 거제시의 재정규모는 특별회계를 포함하여 약 2600억원이며 재정자립도는 32.9% 수준이다. 시청이전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가능한 비용은 시재정 일년 예산의 약 1/3이 소요되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주로 이루어지는 도로나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을 제외했을 때 거제시 역사이래 가장 큰 시책사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거제시의 부담능력은 충분한지, 이보다 더 불요불급한 사업은 없는지 챙겨보고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둘째, 현재 시청사의 시설이 낡고 좁으며 새로 시가지가 형성되고 있는 상동과 문동의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와 맞물려 혼잡이 극에 달할 것이란 이전주장의 이유가 시설을 새로 설치하기 위해 적지를 물색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따져봐야 타당하겠지만 기존시설의 이전이유로는 투정에 가까운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한 공동주택도 시간이 흐르면 구조가 유행에 뒤처지고 배관라인과 싱크대를 바꾸어야하는데 공공건물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개인은 집을 팔고 여건에 맞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되고 그 과정에 자산증가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공공 시설과 건물의 경우 극히 제한적 용도로 인해 쉽게 사고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새로 신축을 한다해도 소요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건물주 즉, 시민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막대한 시재정 소요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명이 15년 조금 지난 건물을 낡고 좁다는 이유로 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범을 보여야할 인사들이 새로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낭비적 사고의 전형이며 현실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다.!

셋째, 인구증가와 시세확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현재 시설규모가 협소하다던지 이전 증설해야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선산업이 IMF라는 국가경제의 위기, 지역경제의 두축의 하나인 대우조선의 그룹분리와 법정관리라는 난관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꾸준히 활황을 유지해 온 덕분에 거제시는 경제 성장기조와 더불어 꾸준한 인구증가 추세를 지난 10여년 동안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진행중인 부산-거제를 있는 가칭 거가대교가 완공되는 2010년대에는 인구 30만을 돌파하리라는 기대도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산업의 경우 국제경기 동향에 민감하고,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으며 국내조선소의 국제화전략에 따른 해외시장 진출과 국내사업장의 경우 인력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부가치사업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요소도 거제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커다란 변수이다. 또한 당면한 조선산업의 노령화는 인구증가 추세의 둔화라는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실재 거주지와는 다르게 주민등록상 등재되어 있던 결혼적령기 자녀의 타시도 전출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불러온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보다 나은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갖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대도시로 세대의 주거지를 옮기고 직장인만 거제에 남는 중년 주말부부라는 새로운 문화풍속을 낳게 했으며 효과적인 시책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점차 인구증가율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예상되는 산업 및 사회 구조의 변화는 앞으로 인구증가라는 표면적 현상에 일희일비하거나 막연한 기대치를 근거로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구 변화 움직임에 대한 효과적인 시책을 개발하여 발빠르게 대처하는 한편 조선산업의 경기부침과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 움직임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의 발굴과 육성 등이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시청사 이전주장이 합리성을 인정받을려면 '현재 시설이 인구 30만 시대를 수용할 능력이 있느냐, 30만 시대의 도래 시점은 언제쯤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검토결과와 예측결과를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이 되는 인구 40∼50만 시대의 거제의 도시구조를 그려보지 않는 상황에서 도심부에 위치한 독봉산이나 구 다나까농장 일대를 이전 적지로 성급하게 지목하는 것은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실책을 범하는 것이란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넷째, 사회적 문화변동 추이에 의한 시청사의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10년 동안 이루어진 자가용의 급격한 보급확대는 원스톱서비스의 장점을 얻으려는 사람들로인한 공공건물의 주차수요를 폭증시킨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안정기에 접어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의 발달은 민원접수·제증명서 발급·세금의 확인과 납부 등 시청사에서 이루어지던 대민업무의 많은 부분을 재택 또는 가까운 동사무소에서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시민휴게공간이나 복지시설의 경우 시청사 또는 시청사를 중심으로하기보다는 시역 내에 골고루 분산하는 개념으로 설치되고 있다. 따라서 시청사의 기능은 정책개발과 순수한 행정업무 수행기능으로 집중되고 있어 그 규모의 적정여부는 과거 기준이 아닌 사회변화 양상을 감안한 새로운 수요기준으로 평가되고 준비되어야 합당하다고 본다.

다섯째, 논의의 모양새가 낯설다는 것이다. 시청사 이전과 같은 문제는 시에서 발의를 하고 시의회가 제동을 거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데 이번 주장은 시의회 의원으로부터 발단이 되었고 시장은 이를 검토할 의사가 없음을 단정적으로 밝혔다. 바람직한 일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그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 것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칫 뒤바뀐 역할분담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방의회제도의 근간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결론적으로 시청사 이전논의는 현재 시청사의 효율성을 따져보는 기회로써는 의미있는 일이고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관련된 검토와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지만, 현재 시청사의 수용능력이 일부 보완만으로도 인구 30만 시대까지 수용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면 도시계획은 '20년지대계'라고 할 수 있다. 불쑥 던지는 이벤트성 문제제기보다는 여력이 있다면 지역환경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의 질 높은 생활여건과 지역발전을 위한 우선순위를 찾아 시책과 예산을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논의는 정치적 목적에서의 아집이나 개인적 치부를 위한 이기주의로 밖에는 풀이하기가 어렵다.

또한 공공시설 입지와 관련된 성급한 계획과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은 지역갈등의 원인이 되고 지가의 이상급등을 가져와 결국은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인을 포함하여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 지역언론 등은 이번 시청이전 논란을 계기로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