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준 기자

현재 거제시 장평이나 고현, 상동 등 인도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자전거 도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우리 시의 여건상 인도폭이 좁아 겨우 사람 한두명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너비다. 폭이래봐야 고작 1.2m정도. 여기에다 도로가 가로수로 인해 길은 더욱 좁은 편인데 자전거까지 다니라고 혈세를 들여 도로를 만들어 놨다.

실제 자전거를 타고 이 도로로 가다 보면 보행자가 있을 경우 사실상 이용이 힘들다. 또한 사람이 없더라도 길이 좁아 가로수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얘기는 자전거 이용자들 모두가 익히 공감하는 얘기다. 더군다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장애물에 막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미 많은 지역언론에서 지적한 사실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에 굳이 예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때문에 사실상 거제시의 자전거 도로는 무용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따라 우리시에서 형식적으로 맞추다 보니 세밀한 조사와 함께 현실성을 고려해야 했으나 마지 못해 만들어 놨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시민 10명 중에 9명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거제시 공무원은 생각이 달랐다.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아니 실망이라기 보다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

지난 22일 본사 보도된 기사 (자전거 이용자 위험으로 내 모는 '자전거 도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보도되자 24일 담당 부서인 도로과에서 연락이 왔다.

시 도로과를 찾아 담당계장과 담당주사와 함께 얘기를 나눴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자전거 도로가 무용지물로 혈세만 낭비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였다.

담당계장은 "자전거는 원래 차도로 다닐 수 있다"며 "차도로 다니다가 인도와 겸용해 놓은 자전거 도로에는 사람이 안다닐 때 다니면 되고, 사람이 있으면 차도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당했다. 보행자가 없을 때 이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인도.겸용 자전거 도로란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까지 꺼내 들고 자전거 도로의 구분을 보면 엄연히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가 있다면서 그것도 모르고 기사를 썼냐고 윽박지른다.

사실이 그렇다면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는 없어져야 할 도로다. 이미 전국 각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겸용도로는 전국 자전거도로 중 80%에 육박한다. 문제는 겸용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보행자 보호의무를 지고 있다. 겸용도로에서 보행자와 사고를 낼 경우 상당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군다나 타 지역은 넓은 인도를 기준으로 겸용도로를 하고 있지만 거제는 가뜩이나 보행권이 보장되지 않아 전 지역 대부분이 인도폭이 상당히 좁다. 결국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행자가 다니지 않을 때 이용하는 것이 자전거 도로이고 자전거는 차도로 다니면 된다는 담당계장의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관계 공무원의 말대로 하면 차라리 자전거 도로를 만들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다 담당주무관은 한 술 더 뜬 발언을 한다. "좁지만 자전거보행자 전용도로가 있음으로 해서 자전거 100대 중에 1대라도 다닐 것 아니냐"며 "한대라도 다닌다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무용지물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기사가 잘 못됐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시민 100명 중에 1명을 위해 당당히 수십억의 예산을 들일 각오가 돼 있는 자세로 기세등등해 보인다.

사실 도로과는 지난해부터 거제지역 특히 상동 같은 경우 자전거 도로가 실효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담당과장이 상동지역 자전거 도로 활성화를 위해 용역이라도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 예를 들어 한쪽은 자전거만 다니고, 반대 차선 인도에는 사람만 다니게 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용역을 하라고 담당계에 지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산이 없어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결국 현 자전거 도로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무용지물로 혈세낭비만 했다는 기사가 부담스러워 해당 법률을 갖다 대며 "우리는 법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왜 혈세를 낭비했다고 하느냐"며 언론 보도에 반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지난달 거제시의회 새 의장으로 선출된 반대식 의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반 의장은 "우리시에 사람 다닐 곳이 없다는 것은 거제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보행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개인공약을 말했었다.

거제시 공무원들도 거제시민이고, 기자도 거제시민이다. 기자들이 우리 시의 문제점을 찾아 보도하는 것은 공무원을 해(害)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함이 목적이다. 그 끝에는 시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가끔 우리 공무원들이 세계적 수비수인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많다. 공격이 들어오면 골을 먹지 않으려고 방어를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