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109 ㅣ 등급 : 15세관람 개봉일 : 2005-05-20

장르 ㅣ 로맨스 / 섹시 코메디

국가 ㅣ 한국

감독 ㅣ 천세환

출연 ㅣ 연정훈 / 박진희 / 오윤아

각본 ㅣ김규원

제작 ㅣ 이효승

음악 ㅣ 박정원

촬영 ㅣ 황철현

번듯한 외모와 특별한 손재주로 헌팅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바람둥이 마술사 지훈(연정훈)에게 일생 최대의 고비가 닥쳤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까마득한 옛여자와 모텔방에서 벌인 정사가 몰카에 찍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조건 좋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둔 고등학교 미술교사 희원(박진희)은 옛남친 지훈이 보여준 몰카에 분노한다.

인터넷 섹스 동영상이란 민감한 소재를 끌어들였지만, 부도덕, 몰개념이 판치는 익명의 세계를 정면 고발한다거나, 잔인한 인류의 관음증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인간들의 삶을 진지하게 묘사하겠다는 야심찬 의도 따위는 이 영화에 눈꼽만큼도 없다.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희원은 “사랑했잖아. 남들처럼 사랑한 것뿐이잖아”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비극적인 모습은 그걸로 끝이다. <연애술사>는 애초에 목표를 낮게 잡고 거기에 충실하게 만든 영화다. 아쉽지만, 여기에도 나름의 미덕은 있다.  

희원과 지훈은 몰카의 범인을 잡기 위해 함께 갔던 모텔들을 일일이 점검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모텔방 순례는 지훈 같은 ‘선수’가 아니고야 알 도리가 없는 별천지를 스크린에 펼쳐놓으며 색다른 눈요기를 안겨준다. 모텔방을 드나들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지훈은 몰카탐지만 마치고 서둘러 모텔을 나가려는 희원을 향해 “그렇게 빨리 나가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겠느냐”고 호소하고, 희원의 현역 고등학생 제자가 여자와 함께 모텔에 왔다 그들을 목격하고, 모텔 좋아하던 지훈은 모텔주인의 딸과 사귀는 바람에 낭패를 본다. 영화는 이처럼, 우리의 성문화를 꼬집고 비틀고 때론 직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공감의 웃음을 자아낸다.

로맨틱코미디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고, 결국 티격대던 두 사람은 화해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희원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던 지훈이 어떻게 그녀와의 애틋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동정심을 갖게 되는지, 지훈에게 이미 상처받은 적 있는 희원이 어떻게 그의 진심을 그토록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먼저, 두주인공의 허술한 수사전략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지만, 용납 못할 수준은 아니다. 속임수를 짐작하고도 신기한 마술처럼, 영화 <연애술사>는 개연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귀엽게 봐줄 만한 로맨틱코미디다.

모처럼 스크린에 복귀한 박진희는 역시 그냥 잊혀지기엔 아까운 배우였다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하하, 조미령, 최성국 등 조연진의 익살도 유쾌하다. 무엇보다, 그간 ‘섹스코미디’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여러 영화들에 비해 전혀 경박하거나 지저분하지 않음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성인코미디라는 것에 이 영화의 희소가치가 있다.

글 / 이숙명(자유기고가)  기사출처 / 엔키노(nkino.com)

한편 연애술사는 거제시네마에서 5월 20일 첫 상영을 시작한다.

상영문의 : 055)632-6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