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현상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다.  1996년 중국으로 수출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언론이 붙인 용어인 한류에 열풍이란 단어가 더해져 하나의 사회현상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부상했다.

20년 전에 서양가수들이 오면 흥분하던 10대 팬클럽 청소년들을 매우 못마땅해 하던 어른들이 이제 가수를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한류 상품들이 어떤 내용인지 뻔히 알면서도 팔아야한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한류가 중국 중심이었다면 2004년부터 의 한류는 적어도 언론보도 상으론 일본에서의 ‘욘 사마 신드롬‘으로 수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 시즈오카대 교수 고하리 스스무는 “심지어 한국에 이민 가고 싶다는 50대 주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2004년 4월 배 용준의 방일은 일본 하네다공항을 마비시켰다. 5월에는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2차 방북 날이 겨울연가 방영 날과 겹쳐 방북 특집 때문에 겨울연가 한회를 NHK엔 3천 건이 넘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한국문화의 저력이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 사건이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미국문화가 차지하던 독점적 지위를 우리 문화가 서서히 무너뜨리면서 아시아인들의 문화적 유사성과 우리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바탕으로 반만년 역사 속에 농축된 한국문화의 저력이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배 용준, 최 지우, 이 영애, 소녀시대, 비, 장 나라, 싸이 등 내 놓으라 하는 한류스타가 줄줄이 탄생되고 있지만 한류열풍의 원조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조선시대에는 베트남을 ‘안남’ 이라고 불렀다.  중국 남쪽에 위치한 안남은 조선처럼 중국에 정기적으로 사신을 파견하는 나라였다.  그러므로 조선과 안남에서 비슷한 시기에 사신을 파견할 경우 양국의 사신이 중국에서 만나는 수가 있었다. 조선 세조 때 서거정이 북경에서 양곡이라는 안남 사신을 만난 것이나 선조 때 이 수광이 풍 극관을 만난 것도 그런 경우였다.

양국의 사신이 마주칠 경우 언어가 서로 다르므로 의사소통을 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조선과 안남은 직접 교류를 하지 않았으므로 상대국의 말을 배울 기회도 없었다.  그렇지만 두 나라는 공통적으로 한자를 사용한 덕분에 필담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양국의 사신은 한시를 지어 교환하고 필담으로 자기나라의제도와 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안남을 직접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정유재란 때 왜군의 포로가 된 조 완벽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한 일본상인과 인연을 맺게 된 조 완벽은 그를 따라 안남에 갔는데 그것은 사쓰마 항에서 배를 타고 두 달이나 걸리는 먼 여행이었다. 안남에서 그는 석 달 동안 홍 현원의 마을에 머물면서 이국의 특이한 풍물을 많이 보았다.

특히 일 년에 삼모작이 가능한 그곳에서 농부들이 한쪽 논에 볍씨를 뿌리면서 그 옆의 논에서는 벼를 수확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또한 안남의 과일이 귤과 여지뿐이고 곶감을 먹어본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했고 돼지처럼 새까맣게 생긴 물소가 하루 종일 물속에서 놀다가 해가 지고서야 물에서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다 고 기록하고 있다.

이 물소의 뿔을 그와 동행한 일본 상인이 많이 구입했는데 이렇게 구입된 물소 뿔은 조선에까지 들어와 좋은 활을 만드는데 쓰였다.  고 완벽은 안남 사람들이 이수광의 시를 즐겨 읊는 것을 목격했다. 안남의 빼어난 산수와 진귀한 특산물이 잘 묘사되어 있는 그 시는 북경에서 이 수광이 풍 극관에게 지어준 것으로 안남으로 전해져 유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십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조 완벽은 이 수광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자신의 시가 먼 이국땅에서 유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수광은 은근히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오늘날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의 노래와 영화.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 이수광의 시는 이러한 한류 열풍의 원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