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는 처음 갔는데 제주도보다 더 좋던데요. 산과 바다가 정말 잘 어우러졌어요. 바다 빛깔도 예쁘고…."

영화 <종려나무 숲>(영화사 참.휴먼픽처스, 유상욱 감독) 촬영차 장기간 머문 거제도 바람이 질리지도 않은 듯 김유미는 지난16일 인터뷰에서 거제도 자랑부터 꺼냈다.

김유미는 영화를 위해 거제도에서 3개월간 '유배' 생활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거제도 촬영은 지난 4월 초부터 시작했으나 김유미는 극중 대사를 위한 사투리 연습과 캐릭터 연구를 위해 한 달 앞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사투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랄까요. 조금만 오버해도 흉내내는 듯한 표가 나요. 현지 사람들도 막상 시나리오를 보여 줬더니 긴장하더라고요."

사투리 구사뿐 아니라 김유미에게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뜻깊다. <폰> <인형사> 등 호러물에서 선회해 휴먼 멜로를 택한 것도 그렇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종려나무숲이 우거진 거제도를 배경으로 광복 직후와 현재를 오가며 한 모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유미는 과거 1940~1960년대 전형적 한국여성 정순으로 분함과 동시에 현재 대우중공업 노동자로 일하는, 정순의 딸 화연을 연기했다. "한 영화에서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보여 줘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촬영이 순서대로 찍는 것도 아니고…. 특히 정순이 원양어선 선장(이경영) 사이에서 낳은 딸 화연은 어머니와 성격이 많이 달라 촬영 때마다 감정 처리하는 데 부담이 많았죠." 선머슴 같은 화연은 대우중공업에 고문 변호사로 온 김민종을 만나 멜로선을 펼친다. 다행히 김민종과는 KBS TV <진주목걸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재미있었다고 했다.

드라마 영화를 포함해 이번 작품이 가장 힘들었다는 김유미에게 작품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 "워낙 공포물을 선호해서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엔딩 장면에서 가슴 뭉클한 게 너무 좋았어요. 연기 면에서도 배울 게 많은 작품이기도 했죠." 자신의 분량을 모두 찍은 김유미는 "편집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마지막 한 신 촬영만을 남기고 있는 <종려나무숲>은 후반 작업을 거쳐 오는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한때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심취했다던 김유미는 최근 '사진찍기'에 흠뻑 빠졌다. 김유미는 "사진 작업을 해 개인 사이트에 올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열변을 토했다.

강성곤